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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그리다눈먼 애니메이션 작가, 프레드릭 백
  • 미래환경
  • 승인 2014.01.13 11:47
  • 호수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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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그리다
눈먼 애니메이션 작가, 프레드릭 백


   
▲ 프레드릭 백(출처: Los Angeles Times)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캐나다 애니메이션 작가 프레드릭 백이 몬트리올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9세이며 사인은 암. 초기 서울 환경 영화제에서도 그의 작품들을 상영한 적이 있다.

□프레드릭 백의 생애
1924년 4월 8일 독일에서 태어난 프레드릭 백은 24세가 되는 1948년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주했다. 파리에서 북 일러스트레이션과 벽화를 공부하다 캐나다 국영방송 SRC에서 어린이 교육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했다.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프레드릭 백은 젊은 시절 프랑스의 해양 화가 마튀렝 메의에게서 사사받았다. 화가 마튀렝 메의의 가르침은 '자연의 존재가치를 자신이 관찰한 모습 그대로 화폭에 담아 옮기고 여기에 생기를 불어 넣어 다시 재창조해낼 때 느낄 수 있는 예술적 성취감'이었다. 그는 그렇게 환경을 주제로 삼은 애니메이션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주요 작은 <나무를 심은 사람>이다. 5년 6개월의 제작기간을 거쳐 약 2만 장의 그림으로 구성됐는데, 그중 약 4년 간 단 한 명의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모든 애니메이션의 작업은 프레드릭 백 혼자의 힘으로 완성됐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은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영화는 변화가 거의 없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방대한 분량의 그림과 10~30초라는 긴 시퀀스를 사용했다. 또, 미묘한 자연의 움직임을 빛에 의해 순간순간 변화하는 색을 그렸던 인상파적인 기법으로 처리했다. 프레드릭은 이 작품으로 인해 한쪽 눈을 실명했다고 한다. 그의 인생 자체가 한 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수상내역
▲2004 캐나다 훈장(OC)
▲1993 제19회 LA 비평가 협회상 애니메이션상
▲1993 제19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단편부문 그랑프리
▲1989 National Order of Quebec
▲1988 제60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1982 제54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나무를 심은 사람>

   
 

나무는 신화적으로 '우주배꼽'의 의미를 지닌다. 생명을 잉태하면 모체로부터 새로운 생명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통로가 바로 배꼽이다. 나무가 우주의 배꼽으로 비유되는 것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거대한 우주를 관통하는 가장 큰 에너지의 흐름이자 핵심이 바로 ‘나무’라고 보는 것이 신화적인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기본적으로 동물들의 에너지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잎과 열매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그 썩은 몸은 다시 거름으로 다른 생명들을 길러낸다. 나무를 거치지 않는 생명이 없을 정도다.

프레드릭 백의 단편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은 이러한 우주배꼽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는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 원작이다. 그저 잠깐 킬링 타임용으로 보는 어린이들의 만화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울림이 커서 현재까지도 여러 대학의 교양과목 수업의 교수자료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다. 30분 정도의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안에는 인생의 깊이가 있다.

이야기는 프로방스 지방의 어느 고원지대에서 시작한다. 여행을 하던 주인공은 사막화 되어 폐허처럼 뒹구는 마을에 도착한다. 그는 엘지아 부피에라는 이름을 가진 양치기 노인을 만난다. 나이는 55세. 먹을 것과 마실 것, 잠자리를 제공받은 주인공은 엘지아를 관찰한다. 엘지아는 도토리를 세어 그 황폐한 고원에 나무를 심는다. 메마른 토양은 양분이 없어 나무를 잘 길러내지 못하지만 엘지아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도 나무심기를 계속한다. 전쟁이 끝나고 주인공이 다시 그 고원을 찾았을 때 그 마을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마을이 되어 있었다. 나무들은 자라 우거져 숲을 이루고, 다 말라버렸던 냇가에는 물이 흘렀다. 엘지아는 나무를 갉아먹는 양 대신 꽃을 피우려고 날아다니는 벌을 키우고 있었다. 이후로 해마다 그를 찾아가는 주인공은 물과 양분이 충분해진 토양과 이것을 터전으로 평화롭게 마을이 정착되고 번영하는 것을 보면서 한 인간의 담담하고 꾸준한 노력으로 일궈낸 풍요에 대해 숭고함을 느낀다. 그리고 홀로 남아 늙어가는 엘지아는 그 자체로 자연과 생명의 일부로 그려진다.

아름다운 그림체와 조용하면서도 힘이 있는 간결한 메시지에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작품이다. 장 지오노의 원작 서문을 옮겨 놓는다.

"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참고: www.fredericb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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