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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심 안에 펼쳐지는 동그란 세상아나스타샤 엘리어스(Anastassia Elias)
  • 미래환경
  • 승인 2014.05.23 11:57
  • 호수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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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지 심 안에 펼쳐지는 동그란 세상

아나스타샤 엘리어스(Anastassia Elias)

휴지의 동그란 모양을 잡아주는 휴지 심은 그 정체를 드러내자마자―그러니까 심에 말려 있는 휴지를 다 쓰자마자―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게 웬 걸. 휴지심이 하나에 16만 원의 가치를 가지는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 디자이너 아나스타샤 엘리어스(Anastassia Elias)의 손을 거쳐서다. 지름 4.5㎝밖에 되지 않는 그 작은 공간 안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진다는 것일까?

 




   
▲ 딥티크 놀이공원(Diptyque Parc d'atrractions), 2011딥티크(diptyque)는 두 장의 접는 그림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4.5㎝밖에 되지 않는 휴지 심 두 개를 이어 붙여 아늑해 보이는 놀이공원을 완성했다.

   
▲ 내가 아는 사람(Quelqu'un que je connais), 콜라주 펠트, 2012아나스타샤 엘리어스가 콜라주 방식으로 그린 자신의 초상화.

예술작품 중에는 일그러뜨리고 뒤틀거나, 혹은 기하학적인 불편함을 줘 충격과 감동을 주는 작품들도 있지만 따뜻한 감성으로 다가와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것들도 있다. 물론 엘리어스의 작품은 후자에 속한다. 그녀는, 누구나 매일 접하게 되는 평범한 소재를 선택해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전달하곤 한다.

작품을 완성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준비물은 휴지 심, 접착제, 핀셋, 휴지 심의 내부와 색이 같은 종이, 조명 등이다. 휴지 심 내부와 색이 같은 종이로 작품에 등장할 소재들을 만들고 나면, 핀셋을 이용해 휴지 심 안에 그것들을 원근감 있게 배열해 접착제로 붙여 완성한다. 말이 쉽지. 엘리어스의 작업과정은 매우 큰 인내심을 요구할 것만 같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휴지 심의 속이 너무 좁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휴지 심 작품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 피라미드(Pyramide)각기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휴지 심 작품들을 쌓아 올려 완성한 작품.


엘리어스가 주로 선택하는 소재는 정겨운 시골 마을의 풍경이나 일상이다. 휴지 심이 지니고 있는 재생용지의 거칠지만 따뜻한 색채의 질감과 무척이나 잘 어우러진다. 그 작은 원통형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생각을 깨치는 그녀의 스토리텔링은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이 들게 한다. 휴지심 안에 펼쳐지는 동그란 세상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수히 많은 스토리텔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페이퍼 아트는 작가들의 정교한 커트 실력과 기교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에 못지않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가 중요해지고 있다. 엘리어스는 정교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재주가 있다. 그녀의 작품들이 파리 곳곳의 각종 전시회와 박람회를 통해 알려지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다.


   
▲ 브루스 리 ‘죽음의 게임’(Bruce Lee, “Le Jeu de la mort”), 2012“아뵤”하고 추임새를 절로 넣게 하는 작품. 조명을 뒤에서 비추면 원근감이 훨씬 더 잘 살아난다.

다른 정크아티스트들과 같이, 엘리어스 역시 휴지 심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무심코 버려지거나 폐기되는 물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당신이 매번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는 물건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작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예술 작품의 소재이기도 하다.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은 환경을 아끼는 중요한 임무이다. 이러한 환경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 쓰지도 않은 휴지 심을 뽑아 어머니께 혼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김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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