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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 도노반, 조형에 생명을 불어넣다일상의 소재가 만들어내는 미학
  • 미래환경
  • 승인 2014.07.29 09:25
  • 호수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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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대표적 설치미술가 타라 도노반.
일상의 소재가 만들어내는 미학
(Tara Donovan)

타라 도노반,
조형에 생명을 불어넣다


낯선 듯 익숙한 듯, 거대한 조형물이 갤러리를 압도한다. 먼발치에서 보고 있노라면, 아직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태곳적 어느 형상을 재현한 듯하다. 그러나 가까이 속을 들여다보면 이내 전체의 이미지는 허물어진다. 도무지 의미를 알아낼 수 없는 반복적이고 기하학적인 구조만 남아있을 뿐. 이렇듯 미시와 거시를 오가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사하는 이는, 바로 미국의 대표적 설치미술가 타라 도노반. 언뜻 의미 없어 보이는 조형물들을 통해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1969년 뉴욕에서 태어나 브룩클린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뭇 예술가들이 그렇듯 그녀 역시 단번에 성공가도를 달리지는 못했다. 타라는 대학 졸업 후 6년간 바에서 서빙을 하며 어렵게 예술 활동을 지속했다. 그러던 2003년, 뉴욕의 에이스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랜 무명생활에도 그녀가 작품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그녀만의 미적 세계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타라 도노반이 일관되게 작품의 소재로 이용하는 것은 스티로폼 컵, 철사, 이쑤시개 등 죄 일상의 소재들이다. 이것들로 무엇을 만드느냐고? 그녀의 작품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거대한 생물인 것도 같고, 미지의 세계를 묘사한 것도 같다. 어떤 것은 깎아지른 절벽을 묘사한 듯하고, 또 어떤 것은 쓰고 버린 폐기물들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원(one) 재료만으로 매우 단순하면서도 복합적인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타라가 추구하는 예술이다. 애초에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 무한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우연한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이러한 예술의 형태를 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라 한다. 정확히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는 타라 자신만이 알겠지만 -아니 그녀조차 모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자연에 대한 형상을 토대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자연을 흉내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의 방식을 모방하는 것 이상으로 그것(소재) 자체가 성장하는 과정을 나타낸 것입니다.”

혹자들이 말하듯 타라는 환경 문제를 예술로 승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소비재에 대한 자각을 넘어선다. 그녀가 만들어낸 조각들은 그것의 원래 기능을 부정하고, 재료의 물성 자체를 자연으로 회귀시키고자 한다. 원래 재료가 그 원형으로 회귀하듯, 나아가 자연이 만든 창조물인양 나타내는 것, 바로 이것이 그녀가 말하는 ‘소재 자체가 성장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렇듯 그녀는 재료의 물성을 초월해 순수한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의지를 작품에 담았다.

타라의 예술은 또한 환경에 대한 경고를 분명 담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게나 쓰고 버리는 용품들이 하나둘 쌓여 거대한 오염덩어리가 되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선을 넘어선다고 말이다. ‘소재 자체가 성장하는 과정’이란, 암세포가 점차 눈덩이처럼 불어나 원래의 정상세포들을 잠식하듯, 인공물이 어느 순간 자신만의 생명을 얻어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는 가까운 인류의 미래를 풍자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그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돋보이는 하는 데는,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하는 작품의 아름다움이 한 몫 한다. 바로 앞에서 그녀의 작품을 보면 끊임없이 반복되는 소재의 나열일 뿐이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면 알듯 모를 듯한 미적 신비로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이 때문에 그녀의 작품이 갖는 모순성이 더욱 도드라지는지도 모르겠다. 정작 그녀가 작품의 소재로 이용하는 것들 대부분은 대규모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생산품들이다. 한눈에 보아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쓰인 재료의 양이 엄청나다. 이 재료들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만큼의 자연이 소모됐을까. 이 역설은 그녀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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