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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건축가, 반 시게루(Ban Shigeru)
  • 미래환경
  • 승인 2014.09.01 14:01
  • 호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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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가져야 할 휴머니즘을 보여준 이

종이 건축가, 반 시게루(Ban Shigeru)

'세상을 살리는 디자이너' 혹은 '종이 건축가'로 유명한 이가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올해 수상자이기도 한 그의 이름은 반 시게루(56). 그는 건축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실현에 옮긴 건축가다.

지난 20년간 반 시게루는 일본과 터키, 중국, 아이티, 필리핀 등 각종 재난현장을 돌며 이재민을 위한 종이집을 지어왔다. 그는 왜 하필 건축의 재료로 종이를 택한 것일까. 이번 호에서는 독특하면서도 휴머니즘이 묻어나는 반 시게루의 작품 세계를 만나본다.

“건축가가 특권 계급을 위한 일을 하면서도 사회를 위한 일은 하지 않는 직업이라고 느꼈습니다. 기능적이면서 아름다운 건축을 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반이 본격적으로 종이 건축을 하게 된 것은 1994년 르완다 내전 때 200만 명의 난민을 위해 종이로 임시거처를 만들면서부터다. 종이를 택한 것은 재난 현장에서 구하기 쉽고 싸며 언제라도 뜯어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러한 그의 건축을 두고 사람들은 친환경적이라 평한다. 하지만 반은 “처음 이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했던 30여 년 전에는 누구도 환경과 관련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줄곧 제게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여겨졌습니다. 저는 항상 값싸고 지역에서 구할 수 있으며 재사용 가능한 소재에 끌렸습니다.” 라고 말한다.

“종이관은 방수성도 있고 가격도 저렴하고 내구성도 뛰어납니다. 종이도 혁명적인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재난 현장에서 종이는 그의 말대로 혁명적인 건축 재료가 되어 주었다.

반은 수백 개의 종이를 붙여 내구성을 높이고 방수 처리 공정을 거쳐 빗물이 세지 않도록 했다. 1999년에는 터키, 2001년에는 인도 구자라트 지진 현장에서 종이 칸막이 시스템으로 임시 보호소를 지어 주민들을 위로했다. 2008년 중국 쓰촨 대지진 때는 종이 학교를,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때는 종이 성당을 지었다. 같은 해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자 재해 현장 50여 곳을 돌며 1800여 개의 종이 칸막이를 설치해 이재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해주기도 했다.

“임시 대피소에는 프라이버시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심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칸막이를 설치하러 갔습니다.”

특히 고베 대지진 당시 만든 반 시게루의 종이 칸막이 시스템은 마치 입원실 커튼처럼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최소한의 사생활 보호와 휴식을 보장했다. 갑작스러운 사고, 재해재난 상황으로 사생활이 보호되지 못하는 체육관, 강당 등에서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설계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건축 자재와 구조에 있어 보여준 반 시게루의 창의적인 접근과 혁신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건축은 직설적이고 정직하다. 그러나 절대로 평범하지 않으며 프로젝트마다 영감을 주는 신선함을 지니고 있다. 우아하면서도 단순한 그의 작업은 진정 수년에 걸친 건축을 향한 애정이 낳은 산물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의 건물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존중한다. 자연 재해의 피해자이든 개인 고객이든, 그가 지닌 존중은 사려 깊은 접근 방식과 세심하게 고른 최적의 소재, 풍요로운 공간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 심사위원단의 설명이다.

반은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택만 지은 것이 아니다. 2010년 프랑스 퐁피두센터가 야심차게 개관한 분관인 '퐁피두 메츠센터'도 그가 설계했다. 카리브해의 턱스앤케이코스 섬에 있는 고급 리조트의 빌라를 설계하기도 했다. 한국에도 그의 작품이 있다.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클럽하우스, 2006년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조각공원 안에 들어섰다가 해체된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등이다.

재단 설립자 톰 프리츠커는 반 시게루를 향해 “개인 고객을 위한 우아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인도주의적 노력으로 확대해온 인물”로 평하며 “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사회의 필요를 건축으로 답한 반시게루. 그와 같이 디자인으로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고 실현하는 건축가가 우리 사회에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때 지어진 카드보드지 성당, 2013 ⓒStephen Goodenough
   
▲ 프랑스 퐁피두 메츠 센터(Centre Pompidou-Metz), 2010 ⓒDidier de la Tour

 

 

 

 

 

 

   
▲ 중국 청두 지진 당시 종이튜브로 임시 초등학교를 만드는 모습, 2008 ⓒVAN
   
▲ 동일본 대지진 때 지은 종이 칸막이 보호소, 2011 ⓒ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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