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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기후변화는 키리바시의 현실이자 다음 세대의 미래"
  • 퓨쳐에코
  • 승인 2015.09.25 10:05
  • 호수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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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키리바시의 현실이자 다음 세대의 미래"

수몰 위기 키리바시 공화국의 아노테 통 대통령 초청 강연회
산호초가 감싸고 있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 인구 10만 명에 불과한 이 나라가 최근 자주 화제에 오르고 있다.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나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한 이유이고, 또 다른 이유는 이러한 환경에 대처하는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Anote Tong) 대통령의 노력이 국제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통 대통령은 해수면 보호와 기후변화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국가경제를 좌우하는 이권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키리바시라는 나라다. 한 나라가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국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동안 그들이 쌓아왔던 유구한 역사와 언어, 문화 등 그 나라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이어서 더욱 참담한 일이라 하겠다.

위기에 처한 키리바시 공화국

   
▲ 수몰 위기에 처한 키리바시 공화국의 아노테 통 대통령이 지난 8월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호주 동남쪽 남태평양의 33개 섬으로 이뤄진 키리바시는 에메랄드빛 바다의 아름다운 섬나라다. 우리 제주도 면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곳은 이번 세기 내 세계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있다.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의 상승. 우리 대부분이 뉴스나 글로서 접하는 이러한 말들이 키리바시에서는 하루하루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밤새 바닷물이 집을 덮치지나 않을까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것이 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 아이들이 처한 오늘인 것이다. 유엔은 지금의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100년내 저지대의 작은 섬들을 시작으로 지구 면적의 4%가 해수에 완전히 잠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최전선에 있는 곳이 키리바시다. 이 나라의 평균 해발고도는 2m에 불과해 2050년이면 바다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그 위협은 목전까지 올라와 있다. 바닷물이 섬 위로 올라오는 일이 잦아지면서 해안선이 급속하게 침식되는 것은 물론, 바닷물이 지하수에 침투해 농작물들도 말라 죽고 있다. 염분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지난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 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이 전향적인 기후대책을 내놓았을 때,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것이 무엇이든 우리의 미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침수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해수면의 역류로 황폐화 된 땅에서 농사도 지을 수도 없게 된 키리바시. 매일 밤 바닷물이 모든 것을 삼키지 않을까 걱정해야만 하는 나라. 이러한 참담한 상황에 놓인 곳의 지도자인 아노테 통 대통령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키리바시, 기후변화에 맞서다
1952년 키리바시 라인제도 패닝섬에서 출생한 아노테통 대통령은 94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자연자원개발부 장관을 역임했고, 03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 현재 3선 대통령으로 일하고 있다. 바닷물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국을 위해 통 대통령이 취한 결단은 무엇일까. 2006년 통 대통령은 키리바시 국가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어업을 포기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키리바시 해양의 40만km2를 해양보호공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키리바시는 영토는 작지만 거대한 해양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미국 알래스카 주의 두배가 넘는 해양을 가지고 있어 어업은 삶을 위한 중요한 근간이 되어 왔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바다는 키리바시 국민들의 고향이자 문화적 정체성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키리바시가 어업을 포기한 것은 키리바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함을 방증하는 것인 동시에, 삶의 뿌리인 바다를 되찾고자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방한한 통 대통령은 한 강연회에서 국민들의 지탄을 살 수 있는 그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익을 위한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국제에 알리기 위한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구공동체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어야 했다. 물론 해양보호를 위한 목적도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정치적 결단이 전 세계적인 이니셔티브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키리바시는 올 1월 1일을 기해서 지정된 해양보호구역에서의 모든 상업적 행위를 중단했다. 지정 구역은 앞으로 산호초와 백화현상 등 해양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통 대통령은 한국에서의 특별 강연에서 지정 구역을 “우리 인류에게 바치는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긴급한 행동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미래다. 그리고 오늘의 희생을 통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통 대통령은 말한다. 강연회에서 그는 아름다운 키리바시 섬나라들과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자손들과 그 자손의 자손들에게 생존 가능한 미래를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다. 통 대통령은 키리바시의 축복과 평화, 번영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긴급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안락의 지대와 해결책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전례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은 이전과 다른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 그만큼 기후의 영향과 기후책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일 것이다.
통 대통령은 현재 키리바시 국가의 기후변화 적응 프로그램과 함께 존엄한 이주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성공회로부터 피지 제도에 위치한 약 20㎢의 땅을 사들이기도 했는데, 이는 수몰 위기에 처한 나라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영토를 매입한 사례다. 최근에는 탄광 개발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역시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러한 키리바시의 조치는 천리 길도 한걸음씩 내딛어야 함을 알려준다.
강연 말미, 통 대통령은 보름달이 되면 키리바시에서는 축제를 열곤 하는데, 이번 행사에서 혹여 바닷물이 밀려와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달리 선택지가 없다는 말도 했다.상대적으로 기후책임이 적은 나라에서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와 문화가 사라지는 엄청난 재앙이 예고된 이들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수장될 위기에 있는 키리바시의 아이들이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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