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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윤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가장 근원적이면서 역설적인 본질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6.09.22 10:06
  • 호수 85

“하나의 우주 안에 셀 수 없는 우주가 있듯이, 한 명의 사람 안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나도 모르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하나의 사람(우주)을 만들기 위한 기본 법칙은 반대의 법칙이라고 생각했다. 숨을 내쉬었으면 들이마셔야 하고, 심장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야 살 수 있으며, 우주는 N극과 S극이 공존하는 중력의 힘에 의해 돌아간다.
반대의 힘을 지닌 또 다른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재미있다. 다들 다르게 생겼지만 닮아 있다.”

-작가 노트 중에서

   
▲ 정지의 시작 oil on canvas 162x130 2016

하나의 사람이나 우주를 그려내기 위해 세상의 기본 법칙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최승윤 작가. 그가 생각한 세상의 기본법칙은 ‘반대의 법칙’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 안에는 그가 의도하거나 혹은 의도치 않은 많은 역설들이 존재한다. 그림의 완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그림의 움직임에 대한 역설의 이야기를 담았고, 색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는 차가운 색감이지만 가장 뜨거운 별의 색인 푸른색을 주로 사용한다. 하늘도 물도 지구도 푸른색이듯 푸른색은 가장 근본적인 색이라는 점에서 반대의 역설이란 개념과 잘 어울린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생각에 반하는 작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반대의 법칙에 의해 언제나 제가 만들어 낸 답을 스스로 무너뜨려 버리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오늘도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해요.”
단색을 쓰기도 하지만, 그에 반해 다양한 색을 쓰기도 하고, 때로 단순한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다시 복잡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는 최 작가는 스스로가 풀어놓은 역설들이 또 다른 반대의 반복을 부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어찌보면 사람의 호흡처럼 당연한 흐름일지 모른다고 작가는 말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미지들이 다른 듯 비슷하다. 작업을 할 때 어떤, 구상을 하고 그리는 것인가?
그것이 작업의 과제다. 다시 말하면 계획을 세워 놓으면 계획대로 하기가 싫어지고 그렇다고 계획이 없으면 불안한 거다. 나의 작업은 이런 상태에서 왔다 갔다 하는 과정이다. 작업을 하는 준비상황에서도 반대가 만들어지곤 하는데, 그래서 계획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중간단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중간단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한 쪽으로 치우쳐질 수 있다고 생각해 이러한 것을 하나의 작업과제로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시작한다.

 

   
▲ 정지의 시작 oil on canvas 91x73 2016

작가노트에서 밝힌 생각들이 작품으로 구현된 것이 아닌가?
정확히 얘기하면 생각이 그림으로 표현됐다고 하기는 그렇다. 생각으로 시작해서 그림이 완성되기도 하겠지만 머릿 속에 있는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작업이라기보다는 그것과 나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림이라는 것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거다. 내가 그림한테 뭔가를 강요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터치가 시작되면 그림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다. 그림과 내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이라는 것이 시작점이 될 수 있겠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물감이나 캔버스, 나와 맞닿아 있는 구성들이 만나 작품이 만들어지는 거다. 내 생각을 구현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의 법칙이란 것에 주목하게 된 어떤 동기나 계기가 있는 것인가?
우선은 내가 살아온 인생을 담기 위한 것이 있고, 또 그림을 왜 그려야 하나, 내 그림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를 생각을 하다보면 본질적인 주제로 향하게 된다. 그렇게 철학적 난제들을 생각하다보면 다시 가벼운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러한 것들에 공통된 무엇이 있지 않을까, 그들의 공통분모를 찾다 반대의 법칙을 생각하게 된 거다.

 

   
▲ 정지의 시작 oil on canvas 194x130 2016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작업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보니 일필휘지로 작업이 이뤄지는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림은 하나의 인간이나 사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명체로서 갖춰야 할 요건이 갖춰지는 것, 즉 그림이 잘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나 자신이 가장 잘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시간이 몇 분인지 몇 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을 담는 것이 가장 오래 그리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의 흐름이나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합이 잘 맞는 상태에서는 너무나 쉽게 완성될 수가 있다. 시간보다 그림 자체에 더 집중한다면.

 

   
▲ 출발의 완성 oil on canvas 61x46 2016

작품에 공통되게 점이 찍혀 있다. 점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추상의 기본인 점선면이 들어가기 위한 부분이 있지만 사실은 감각으로 찍는 거다. 이성의 끝은 감성, 본능이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몸이 본능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걷는 기계조차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우리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도 본능적으로 감성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하고 진화된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한다. 감각으로 찍은 것이라 했지만 그런 감각을 찍기 위해 수많은 이성적 사고와, 진화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미적 감각들이 포함되었다는 얘기다.

이전 작품들에서 변화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변화가 되긴 했을 거다. 그러나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도 본질은 같다고 본다. 나라는 존재도 현재의 나가 있고 과거의 나가 있고 미래의 나가 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생각을 해보면, 그 당시의 현재의 나는 동의를 했지만 미래의 나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나가 합의를 해야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나올 수 있을 텐데, 미래의 나는 제쳐두고 과거의 나는 크게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것 때문에 과거에 했던 것이 달라 보일 수도 있지만 평등한 나와의 관계에 있으므로 다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자유의 법칙 oil on canvas 72.7x121.2 2015(2 piece)

 

시리즈 중 ‘정지의 시작’, ‘출발의 완성’, ‘자유의 법칙’이 있다. 이들은 무엇이 다른 것인가?
본질은 모두 같다. 출발의 완성은 단순함과 복잡함, 큼과 작음의 이야기이며, 이미지 자체가 하나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정지의 시작 시리즈는 그림의 완성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사람도 움직임이 끝나면 끝나듯이 그림도 움직임이 멈추면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림의 움직임을 멈추려고 하면 할수록 멈춰지지 않는 그림이 되었다. 즉 그림의 완성에 대한 고민이 정지의 시작이다. 자유의 법칙 시리즈는 정지의 시작 시리즈를 하다 보니 정적인 느낌이 많아 자유로운 것을 하고 싶어져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것을 해야겠다고 하는 것도 나를 구속하는 것이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절제된 것이 있어야 하듯이 자유로운 선을 그려도 갇혀진 공간이 만들어졌다. 정리하자면 세 시리즈는 엄밀히 말하면 모두 같은 것이다. 출발의 완성이기도 하고 정지의 시작이기도 하고 자유의 법칙이기도 하다. 사람이 숨을 쉬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같은 데서 출발했다 다시 갈라졌다 다시 합쳐지고 나눠지고 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은가? 작품 활동을 통한 궁극적인 지향점이 있다면?
무엇을 그릴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그리고 있구나, 내가 지금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맑은 정신으로 유지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도 항상 나를 의심하고 의심을 돌아볼 수 있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 최승윤 작가의 작품은 온라인 홈페이지(chioseungyoon.com)에서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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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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