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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난민을 택한 사람들기후난민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7.07.04 10:48
  • 호수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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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은 세계난민의 날이었다. 나라를 잃고 해외각국으로 떠도는 사람들, 이를 우리는 난민이라고 부른다. 국제협약에서는 난민을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갈등과 박해, 전쟁이 원인이 아닌 난민들도 있다. 바로 기후변화와 사막화 등 기후문제로 난민이 된 ‘기후난민’들이다.

기후난민을 택한 국가 ‘투발루’
현재 난민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가는 시리아다. 2011년 3월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 대통령의 퇴출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수니파-시아파 간의 종파 갈등, 주변 아랍국 및 서방 등 국제사회의 개입, 미국과 러시아의 국제 대리전 등으로 비화되며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를 입은 것은 시리아 국민들이다. 국민들은 생존을 위해 외국으로 탈출을 시도했고, 이는 많은 이슈를 낳았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형태의 난민들이 등장했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해 자신이 살고 있던 터전과 국가를 떠나온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UNEP은 이를 ‘생태학적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생태학적 난민은 기후변화의 피해와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기후난민’과 인간이 환경파괴로 인해 발생한 환경오염으로 발생한 ‘환경난민’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기후난민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국가는 어디인가? 대표적인 국가는 투발루이다. 9개의 섬이 모인 국가 투발루는 공장 하나 없는 아름다운 국가였다. 하지만 현재 투발루는 수몰위기를 겪고 있고 국민들은 스스로 ‘기후난민’을 선택하고 있다.
평균 해발고도가 2m 미만인 투발루는 93년 이후 영해의 해수면이 9cm 이상 높아지면서 침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9개의 섬 중 2개의 섬이 수몰됐고, 나머지 섬에서는 바닷물이 지반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해수가 침투한 지반에서는 염분으로 인해 곡식이 자라지 않았고, 결국 담수가 사라지면서 식수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 결국 2013년 투발루는 국가위기를 선포하고 기후난민의 길을 선택했다.
투발루의 고통은 지구온난화에 의해 시작됐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있어 투발루가 미치는 영향은 미비했다. 투발루 내에는 공장도 없었으며, 1인당 탄소배출량 역시 낮았다. 즉 많은 선진국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작은 섬나라 투발루가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러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들이 높아진 해수면에 의해 존폐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몰디브와 키리바시 등 44개 국가는 근 100년 내 수몰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특히 이런 섬나라의 주민들 대부분이 바다와 인접한 해변에서 거주하고 있어 수몰 외 폭우, 태풍, 지진, 해일 등의 자연재해만으로도 수많은 기후난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육지에도 기후난민이 있다
기후난민은 수몰의 위협을 받고 있는 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문제는 바다와 육지를 가리지 않는 만큼 육지에서도 많은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가뭄과 홍수가 늘어났고, 잦은 침수에 의한 황폐화와 토양의 사막화로 많은 국가가 존폐의 위기에 빠져 있다. UN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약 2배 이상 늘어났으며, 약 28만명이 기후난민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육지에서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이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절반 이상이 해발고도 5m 이하로 홍수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형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사이클론과 폭우가 동반되면서 방글라데시는 해마다 큰 피해를 입고 있다. 2007년 방글라데시에서는 대홍수가 발생해 3300명이 사망했으며, 거대 사이클론 ‘시드르’까지 겹치며 농경지와 산림이 파괴됐다. 뿐만 아니라 해수면의 상승으로 강가 주변 지역이 바닷물에 침식되면서 주민들이 인근 도시로 이주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2050년까지 방글라데시 국토의 17%가 침수돼 약 2000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러한 자연재해로 난민이 된 사람들이 방글라데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0년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로 3180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했고, 2011년에는 태국, 2012년에는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대홍수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세계은행(WB)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0여년 간 세계 홍수의 40%가 아시아에서 발생했으며, 수해민의 90%가 아시아인으로 밝혀졌다. 2012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표한 ‘아태 지역 기후변화와 이주에 관한 대처 방안’에 따르면 2025년에는 약 4억 1000만의 아시아인이 홍수로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리카 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극심한 가뭄과 사막화로 인해 매년 12만km2의 토양이 죽음의 땅으로 변화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는 더 이상 사막화를 막지 못한다면 모든 인구가 아프리카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기아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럽으로 이민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UNEP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으로 이민 온 아프리카 이민자 중 70%는 기아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이민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막화로 인해 아프리카가 더 이상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된다면 기후난민까지 발생해 유럽은 포화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하는 기후난민, 해결책은 없나
현재 기후난민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이다. 하지만 기후난민 문제에는 몇 가지 큰 걸림돌이 존재한다.
일단 기후난민은 일반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국가 존폐의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이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이며, 육지에서도 아프리카를 비롯해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주를 이룬다. 또한 그들을 이렇게 극단적 상황까지 내몬 장본인들은 환경을 무분별하게 이용한 강대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후난민에 대한 소식과 그 실태가 잘 전달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 결과 기후난민들은 일반적인 난민과 달리 지원과 관심을 못 받고 있다. 앞서 살펴본 투발루의 경우 호주는 투발루의 기후난민들의 수용을 전면거부했다. 뉴질랜드 역시 영어가 가능한 45세 미만의 사람들만 1년에 75명씩 이주하는 것을 조건으로 난민들을 수용했다. 이뿐만 아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도 기후난민은 박해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후난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간이 자연에 가한 해에 대한 벌과 국가를 잃은 설움도 모자라 국제사회에서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기후난민인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생태학적 난민을 돕기 위한 노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먼저 영국환경정의재단(EJF)를 비롯해 2002년 생태학적 난민을 돕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출범한 NGO ‘Liser’, 방글라데시 기후난민들을 위해 2007년 출범한 ACR(Association for climate refugees), 2012년 우리나라에서 설립된 국제구호기관이자 비영리공익재단법인(NPO) W-재단 등이 생태학적 난민을 구호하기 위해 나섰다.
특히 W-재단은 세계 각국의 정부기관, 기업, 단체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남태평양,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기후난민 발생 개발도상국에서 구호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W-재단을 통해 기후난민을 돕기 위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또한 UN을 비롯해 국가적으로도 관심이 생긴다면 기후난민에 대한 지원 문제는 어느 정도 보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난민 문제에 있어서 발생한 난민을 지원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기후 난민을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노먼 마이어 교수는 2050년까지 약 2억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지구의 추세라면 그의 말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기후난민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나서야 한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더 이상 삶의 터전을 잃지 않도록 온실가스를 줄이고 환경보호에 나서는 것이 기후난민을 돕는 가장 큰 행동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국가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탈원전·탈석탄화’의 에너지 정책 변화 등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정책의 움직임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인해 어떤 나라의 국민들은 터전을 잃고 난민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생활 속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국민 의식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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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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