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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원시의 숨결이 살아 있는 마지막 대륙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8.03.28 15:14
  • 호수 103

햇살에 반짝여 눈이 시리도록 푸른 유빙들, 그리고 그 뒤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빙벽이 마치 한 폭의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남극의 여름은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걸작이다. 때 묻지 않은 눈과 얼음,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동식물들이 태곳적 모습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이곳은, 인간을 압도하는 경이로운 자연을 간직한 마지막 원시의 땅이다. 그러나 지금 남극은 지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남극을 들여다본다.

 

세종기지 30년, 관심이 고조되다

최근 들어 방송과 언론매체를 통해 남극이 다시금 조명 받고 있다. 바로 올해가 한국의 세종기지 건설 3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4월 25일은 남극의 진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펭귄 보호를 위해 정한 세계 펭귄의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미지의 땅은 이러한 기념일을 따지지 않더라도 국제적으로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다.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청정지역이라는 점, 생물·지하자원의 보고이며, 극한기온이 가지는 과학적 연구의 잠재성은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일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은 남극에 상주기지를 두고 그 곳을 기반으로 남극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남극 킹조지섬에 준공한 세종과학기지와 함께 2014년 장보고기지를 건설하며 남극에 2개의 상주기지를 보유한 10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남극연구를 주도하는 주요국들은 최소 2개 이상 최고 11개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쇄빙연구선도 최소 2척을 보유하거나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각 나라는 남극 기후연구 등 기본연구활동과 함께 남극 과학기지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연구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아문센스콧기지는 우주천문, 러시아의 보스톡기지는 남극생태계를, 중국은 극지 기지의 연구영역을 해양학, 생물학, 기상학, 천문학, 지질학, 빙하학, 지구과학, 물리학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세종과학기지에서는 서남극 연안의 해양환경과 연안생태연구에 주력하고, 장보고과학기지에서는 동남극 대륙연구의 거점으로서 빙하, 운석, 오존층, 극한지 공학, 신소재 등 실용기술 개발의 실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제적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다

그러나 세계 나라의 남극 연구는 순수연구도 있지만 남극 대륙과 자원 쟁탈전을 위한 물밑경쟁의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상주기지를 기점으로 남극 개척지를 확보하는 루트를 개발하거나 남극에 원주민을 만들기 위해 주기적으로 임산부를 남극에 보내 출산시키는 정책을 펴는 국가도 있다.

실제 1908년 영국을 필두고 남극 영유권 주장이 표면화됐고, 이를 계기로 남극의 영토분쟁이 가시화됐다. 그러자 1959년 12개국이 ‘남극조약’을 체결해 남극의 평화적 이용, 과학탐사의 자유, 영유권의 동결, 핵실험 금지 등에 합의하게 된다.

그리고 무분별한 남극진출로 남극의 환경이 파괴될 것을 우려해 1991년 10월 ‘남극환경보호 의정서’를 결의하고 1998년 1월 발효되면서, 기지검열, 쓰레기 및 유류유출 규제, 지하자원의 50년간(2048년까지) 시험개발 금지 등 남극의 환경보호를 의결한다. 한국은 1986년 11월 28일 남극조약에 33번째 국가로 가입했다.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원시상태에 가까운 독특한 해양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남극해 보호하기 위해서도, 2016년 개최된 35차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A) 연례회의에서 남극 로스해 1.55x106km2 면적에 대해 유럽연합 포함 총 25개 회원국들이 모두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동의해 채택하게 된다. 로스해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손상되지 않은 해양생태계로, 해양생태계가 어떻게 작용하고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남극조약과 환경보호의정서는 국가 간 과열된 자원 및 개별경쟁은 남극의 생태계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보고, 남극의 연구목적의 활용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니 국제사회는 국가의 경제이익이나 영토소유를 넘어 인류를 위한 가치에 더 큰 관심을 둬야 할 의무가 있다.

 

인간의 간섭에 시름하고 있는 남극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조업방식과 불법조업 그리고 기후변화가 남극의 해양생태계 균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남극은 지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겪고 있는 곳이다. 시시때때로 쾅쾅거리면서 빙벽이 녹아내리는 모습은 이미 진행된 기후변화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남극반도의 기온은 지난 50년 동안 약 3도 상승해 이곳 자연과 야생동물들은 이미 변화하는 환경으로부터 여러 가지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과학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는 남극의 킹펭귄이 기후변화와 어류 남획으로 이번 세기 말에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보고서는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 들지 않는 한 킹펭귄의 70%, 함께 번식하는 110만 쌍이 어쩔 수 없이 서식지를 옮기거나 이번 세기말 이전에 멸종에 직면하는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류와 기상패턴이 바뀌면서 펭귄들에게 번식의 장소이자 휴식처인 얼음의 면적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릴을 잡는 기업들이 남극해역에서 조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펭귄, 고래, 바다표범 등 남극의 생물은 모두 크릴에 의존해 살아간다. 그린피스는 건강보조식품에 들어가는 크릴 오일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 크릴 어획량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청정해역에서 벌어지는 산업적 규모의 크릴조업은 해양동물의 주요 먹이를 빼앗는 것뿐 아니라 커다란 환경적 위험을 초래한다. 좌초, 기름 유출, 화재와 같은 선박사고가 모두 야생동물과 남극해의 섬세한 서식지를 위협하는 것들이다.

 

남극과 인류, 공존을 모색해야

한반도의 62배, 대륙면적의 9.2%, 지구 담수의 68%, 지구빙하 90%를 가진 남극은 어쩌면 인류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고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에서 남극은 도전의 땅이자 정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남극을 한 번 밟아보면 인간과 남극이 공존해야 할 대상임을 알게 된다고 한다. 남극 탐험가 중 한 명인 윌슨 박사는 거대한 얼음 장벽으로 불린 로스 빙붕에서 남극을 “잠 같은 숨결이 깊이 감도는 고요”라고 묘사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은 어느 나라의 것도, 어느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다. 인간이 그곳을 발견하기 수백만 년 전부터 남극은 고요한 숨결을 간직한 채 그곳에 있었다. 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그곳의 깊은 잠을 깬다면 인류의 마지막 보고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번 세계 펭귄의 날을 맞아 우리의 사소한 생활습관을 변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저 멀리 남극의 펭귄들과 그들의 서식지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남극과의 공존을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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