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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몰려드는 후쿠시마 원전의 재앙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8.03.28 15:34
  • 호수 103

2011년 3월 일본을 강타한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는 전 세계인으로 하여금 세계 최악의 장면 을 목격하게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던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이다. 그로부터 7년이 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그 재앙이 다시금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후쿠시마의 재앙은 이제 시작

인간은 자신의 불리한 일이나 충격적인 경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기억을 감추 곤 한다. 이러한 현상에 흔히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불린다. 2011년 3월 일본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사고를 우리 는 벌써 망각했을지도 모른다.

2011년 3월 11일 14시 일본 미야기(宮城)현 앞바다에서 규모 9.0로 발생한 동 일본대지진은 거대한 쓰나미를 동반하 며 약 2만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뿐만 아 니라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에서는 제 1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면서 방사성 물 질이 누출됐다. 자연의 무서움과 사상 최악의 환경재해를 그대로 목격한 사람 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충격을 쉽게 잊어갔고, 무려 7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다.

이러한 무관심을 깨듯 지난 3월 1일 그린 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7주년을 앞 두고 ‘후쿠시마를 돌아보며: 7년간 지속 되고 있는 재난’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린피스의 방사선 방호 전문 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지난해 9월·10 월 두 차례에 걸친 후쿠시마 현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후 쿠시마를 ‘다음 세기까지 방사능으로부 터 안전할 수 없는 지역’으로 정의했다.

이번 조사는 일본 정부의 피난지시가 해 제된 지역과 피난구역인 지역 모두에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후쿠시마현 나미에 와 이타테 지역의 방사성 오염 수준이 일 반인의 연간 피폭 한계치보다 최대 100 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해 3월 피난지시를 해제한 후쿠시마 제1원 전 북서쪽 후쿠시마현 나미에와 이타테 지역의 집, 숲, 도로, 논밭 등 4만 8000 여개 지점에서 공간 방사선량률을 측정 한 결과 일본 정부가 시행해 온 제염작업 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염작업이 완료된 이타테 지역의 경우 여섯 가구 중 네 가구에서 일본 정부의 장기 목표보다 평균적으로 세 배에 달하 는 방사선 수치가 측정됐으며, 일부 지점 에서는 심지어 2015년보다 더 높은 수준 의 방사선이 측정돼 재오염이 의심되고 있다. 또한 나미에 피난구역 내 한 주택 에서는 이 지역이 과거 제염작업의 시범 지역이었음에도 평상시 연간 일반인 피 폭 한계치인 1밀리시버트를 크게 웃도는 7밀리시버트까지 피폭될 수 있는 방사선 이 측정됐다.

피난지시가 해제된 나미에 지역 한 학교 인근 숲에서 연간 10밀리시버트의 방사 선이 측정돼 제염작업이 학생들의 피폭 위험을 크게 줄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 으며, 나미에 지역 피난구역 내 한 지점 에서는 최대 연간 101밀리시버트까지 피 폭될 수 있는 방사선이 측정됐다. 해당 지점에서 1년을 보낸다고 가정할 때, 평 상시 일반인 한계치의 100배에 달하는 양이다.

일본 정부가 시행해 온 제염작업의 민낯 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일본 정부가 설 정한 제염 목표(연간 1밀리시버트, 시간 당 환산 시 0.23마이크로시버트)가 현재 피난지시가 해제된 지역에서는 적어도 21세기 중반까지, 피난구역인 지역들은 22세기까지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재앙이 일본에 한정되는 일 이 아니라는 것이다. 후쿠시마에서 발생 하고 있는 피폭의 잔재인 방사능은 해류 나 대기의 흐름을 타고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이는 일본에 가장 인접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겐 치명적이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일본산 식품수입규제, WTO 패소 대응 긴급토론회

WTO패소, 밥상안전도 위협한다

후쿠시마의 재앙은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가장 빠르게 다가올 위협은 밥상안전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우리나라의 조치에 일본 정부는 부당하다며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지난 2월 WTO는 우리나라에 패소 판정을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에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는 곧장 상소 의지를 밝히고 준비단계에 돌입했으나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3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산 식품수입규제, WTO 패소 대응 긴급토론회’에서도 잘나타났다.

토론회에 참석한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일본과의 분쟁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힐난했고, 향후 대책을 공개하지 않는 정부의 대처를 비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송기호 변호사는 “WTO는 한국의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가 위원회’가 후쿠시마 수산물 방사능 위험보고서 작성이라는 최종절차를 끝내지 않은 점과 왜 최종절차를 중단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패소시켰다”며 “후쿠시마 현지 조사를 하지 않고 아무런 결과 없이 2015년 6월 5일자로 활동을 중단한 전문가 위원회와 이를 방치한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이 패소의 원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운영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현재 상황과 위험성을 자료를 들어 설명하고, 정부의 1차 대응의 안일함과 상소의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주장했다. 김혜정 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인한 위험성은 이미 세계에서 여러 차례 연구·보도한 바 있고, 지금도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 한국이 일본 수산물의 위험성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하지 못해 패소했다는 건 정부가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보여준다”며 “일본은 폭발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식품 관리 정책을 완화하는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수두 식품의약안전처 수입검사관리과 과장은 “일본의 오염사태가 확인된 자료는 정부도 많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식품오염의 연관과 대응을 강구하는 중”이라며 “패소했어도 바로 수입되는 건 아니며, 안전한 먹거리를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정훈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법무과 과장은 “제소 과정에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은 옳지 않다. 우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먹거리안전에 최선의 신경을 쓰고 있다”며 “제소 패배로 끝난 게 아니다.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꾸려 상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에 반발하는 목소리는 가시지 않았다. 토론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그간 정부가 어떤 노력을 했으며, 앞으로 이어질 상소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만약 상소도 패배할시 방사능에 노출된 먹거리들이 그대로 유입될 텐데 대책은 마련돼 있는지 묻고 싶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수두 과장과 신정훈 과장은 “우려와 달리 민간차원뿐만 아니라 정부차원 조사도 실시하고 있으며, 대책마련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소를 앞둔 상황에서 공개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으며,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넘어야 할 산

정부의 WTO 패소에 대한 해명과 상소에 대한 의지에도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WTO 위생 및 식품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협정) 제소시 제소신청국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아 협정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신경은 온통 정부로 향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의 재앙을 차단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알아보는 전초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 등 다른 여러 나라들도 일본의 수산물을 수입규제하고 있으나 일본이 WTO에 제소한 국가는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뿐이며, 상소가 남았지만 원하는 바를 이뤄냈다. 만약 우리가 상소까지 패소한다면 일본산 수산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찾을 오염원은 방사능에 노출된 수산물만이 아닐 수도 있다. 실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녹아있는 오염수가 일 평균 95톤씩 방류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원전 주변 탱크에 저장하고 있으나 3년 뒤면 이 탱크를 지을 땅이 모자라 해양방류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무책임하고 무능하게 이번 분쟁에서 패배한다면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분쟁은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닌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환경분쟁이다. 정부는 최선 노력을 다하고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외교력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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