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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미래를 위한 기술인가? 인류를 위협하는 기술인가?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8.03.28 17:03
  • 호수 103

유전자 조작 농산물 효용성과 안전성을 둘러싼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유전공학자와 농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 집단은 ‘GMO가 인류의 식량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GMO는 건강에 치명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여 전하기 때문이다. GMO에 대한 논란과 현재를 살펴본다.

 

GMO의 등장, 불거진 논란

1994년 미국 칼젠사는 ‘Flavr Savr’라는 상표의 토마토를 출시한다. 이 토마토는 시간이 지나도 물러지지 않는 토마토로 오랜시간 보관이 가능한 상품이다. 칼젠사는 유전자 중의 하나를 변형시켜 만든 최초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로 등재됐다. 이후 제초제 저장성 밀, 해충에 강한 옥수수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술은 화학비료나 농약 사용을 줄여 토양오염 없이 대량생산과 장기 보관이 가능해 식량난을 해결해줄 혁명 같아 보였다. 그러나 희망도 잠시 GMO는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먼저 대두된 것은 GMO 식물이 다른 식물과 교배돼 변이 작물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실제 미국의 GMO 농장에서는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잡초’들이 등장해 놀라움을 준 바 있다. 의도하지 않은 변종 식물은 생태계에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GMO 회사들은 상품성을 높이는 대신 교배를 할 수 없는 일회용 씨앗 F1(First generation)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대기업과 소수의 유통기업이 장악한 농산물 시장경제에 편입된 농민은 씨앗에 대한 선택권과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가격결정권이 없어 생태계 다양화를 해치고, 일부 기업의 독과점을 막을 수 없다는 문제에 막혀버리고 만다.

이외에도 제초제성분에 강한 내성을 가진 GMO 작물이 등장하면서 일부 GMO 농장에서 WTO가 ‘발암추정물질’로 지정한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를 다량 사용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GMO 작물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00년 프랑스 칸 대학의 연구에서 유전자 변형된 옥수수(NK603)를 2년간 섭취한 암컷 쥐의 50~80%에서는 유선 종양이 나타났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이 연구에서 GMO 작물을 섭취한 쥐는 대조군 쥐보다 약 20%보다 높은 조기 사망률을 보였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미국산 GMO 옥수수 수입을 중단했으며,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연합 역시 강경한 조치를 시행하기에 이른다. 유럽연합의 28개 회원국 가운데 19개국이 GMO 농산물 재배를 금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선 수입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논란의 GMO, 알고 보면 다르다?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하고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논란으로 인해 GMO는 초기 의도와 다르게 ‘악마의 기술’로 각인되고 말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가장 기피하는 기술 중 하나로 전락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용 GMO를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국내 수입된 GMO 농산물은 연간 1000만 톤 규모로 세계 2위 수준이다. 식용유에 사용되는 콩의 94%가 GMO 콩이며, 콩기름을 만들고 남은 콩깻묵은 간장 등 장류 가공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단백질과 탄수화물 성분만을 추출해 만든 분리대두단백은 다양한 식품에 이용되고 있다.

GMO 콩뿐만 아니라 GMO 옥수수도 상당히 많은 양을 수입하는데, 전분과 전분으로 만든 감미료인 ‘전분당’으로 사용돼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식품 가공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약 80%에 가까운 동물들이 GMO 옥수수로 만든 사료를 먹고 있다.

이처럼 GMO 식품 수입이 점점 증가하자 정부는 GMO 식품의 수입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6년 농촌진흥청이 실시한 유전자 조작 벼 시범재배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사업은 1년을 지나 폐기됐다. 전문가를 비롯한 시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여론은 GMO 자체를 ‘나쁜 과학기술’로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런 극단적인 논조에 맞서는 의견이 계속해서 표출되고 있다. 지난 3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지난 21년간 GMO 관련 학술논문 6006편에 실린 데이터를 종합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유럽,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에서 재배한 GMO 옥수수 데이터를 토대로 GMO 옥수수가 환경, 농업, 독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유전자가 변형된 옥수수는 일반 옥수수와 비교했을 때 단백질, 지방, 섬유질 등 곡물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 대신 수확량은 5.6~24.5%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체에 해로운 독성이 일반 옥수수보다 적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GMO 옥수수가 자연적 옥수수보다 손상을 덜 입다 보니 곰팡이에서 유래된 독소인 미코톡신, 푸모니신, 트리코테센 등의 함유량도 일반 옥수수에 비해 각각 28.8%, 30.6%, 36.5%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 덕분에 옥수수 면역체계를 공격하거나 곰팡이를 생성하는 병충해에 덜 노출돼 살충제와 제초제 사용량도 각각 10.1%, 45.2%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GMO의 긍정적인 평가는 GMO 식품에 부정적이던 유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 프랑스를 주축으로 GMO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오던 유럽연합은 수년에 걸쳐 대규모 역학조사 및 유해성실험을 실시, GMO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를 찾을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유럽연합은 ‘유럽연합 기금 후원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10년 연구 보고서’ 발간을 통해 GMO 작물의 안전성을 입증함은 물론 향후 식량 분야에서의 수용 의지를 드러냈으며, 지난 2015년 GRACE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 번 GMO 작물의 안정성을 입증하기에 이른다.

 

주의는 하되 기술을 도외시해선 안된다

이러한 논조의 변화로 인해 국내에서도 GMO 기술이 안전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내 GMO 관련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는 “GMO 식품이 ‘안전하다’는 데 과학계 의견이 수렴되고 있고 1990년대 상업화된 이래 30년 넘게 부작용과 위험이 보고된 적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GMO 작물을 신뢰할 만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반(反)GMO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GMO의 역사가 너무 짧고, 부작용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른다”며 안전하다고 사용했다가 참상을 불러온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비교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첨예한 대립 속에서 여전히 GMO 식품은 우리 밥상에 올려지고 있고, GMO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행보는 전혀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불안함 속에서 GMO를 섭취하고 있으며, GMO 기술은 불필요한 기술처럼 도태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전자 조작 기술의 모태인 생명공학기술은 인간의 발전과 함께 해 왔다. 인간에게 유용한 생물을 이용함으로써 의약품 생산, 농축산물 개발, 산업 바이오, 환경오염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 힘을 보태온 과학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독 식품 부분에서만 도외시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자연적인 농업을 지향해야 한다고 하지만 자연적인 농업으로는 토양의 오염과 한계, 생산량 감소 등으로 인한 식량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지금, GMO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최후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순간부터 더 많은 식량을 얻기 위해 작물의 유전자를 바꿔왔다. 병충해에 강한 작물끼리 교배를 붙이고 종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수천년의 역사 속에 당연한 듯 이뤄진 행위다.

즉 과학 기술의 일부인 GMO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과학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GMO 기술이 아닌 이를 오남용할 인간의 욕심이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과학은 없다. 이를 잘못 사용할 때 나타난 결과가 무서운 것이다.

그렇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GMO는 지금 약 30여개국에서 활발히 연구‧제배되고 있다. 또한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농업 전반에 걸쳐 큰 파급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찾기 위한 노력을 세계가 계속하는 지금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의 키가 될 수 있는 GMO를 무작정 밀어내기만 해도 될까?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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