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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남용으로 오염된 채 밥상에 오르는 식량들
  • 조중혁 기자
  • 승인 2018.03.28 17:28
  • 호수 103

우리가 먹고 사는 식량이 병해충을 방지하기 위한 항생제에 오염되고 있다. 작물들과 가축 등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모든 음식들은 재료 상태에서 항생제가 투입돼 그것을 먹는 우리 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생제는 우리가 풍족하게 식량을 먹을 수 있는 현재의 산 업화된 농축산업을 지탱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식량증산을 위한 과학이 현재 우리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농작물산업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기업형 재배에서 항생제는 빠질 수 없다

항생제가 우리의 식탁을 통해 넘어오는 대표적인 원인은 공장 식 농장의 등장과 더불어 급속도로 농작물의 자본화를 추구 하는 식량기업들의 이익추구가 원인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공 장식 농장 모델은 1990년대 들어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전 세 계로 급속히 퍼져나갔다고 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우선 경제발전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저개발 국가를 중 심으로 육류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었으며,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공급량 역시 발 빠르게 늘어나야 했다. 현재 중국이나 인 도 등 인구대국들의 식량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한 예이다. 둘째, 다국적 축산 자본으로선 값싼 노동력과 생산기 반 확보, 시장 개척을 위해 지구촌 전역으로 뻗어나갈 필요가 있었다. 이들 공장식 농장은 필연적으로 항생제가 필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 우선 수많은 가축들이 비좁 은 공간에 격리된 채 사육된다. 이는 각종 병원체가 사육되고 있는 동물들 사이로 옮겨다니는 과정에서 변이가 유발될 가 능성이 높다. 그리고 발육이 빠르고 육질이 좋은 품종만 선택 해 사육하는 것이 기업형 농업인데. 이는 유전적 다양성이 줄 어들면서 하나의 병원체에 지속적으로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 는다. 그런 와중에서 구제역이나 조류독감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돌기 시작하면 농장 하나둘쯤은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항생제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게 된 것이다.

 

가축을 살리기 위한 항생제, 사람을 죽인다

주요 식량산업 중 하나인 축산업은 항생제와 떼려야 뗄 수 없 는 대표적인 딜레마 중 하나이다. 과거 수십 년 전부터 항생 제가 발명된 이후, 축산업자들은 병든 가축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했다. 특히 좁은 곳에 밀집된 상태로 키워지는 닭과 돼지 들이 병에 걸린 경우가 많았다.

병에 걸린 동물만 항생제를 투여한 것은 아니다. 건강한 가축 들에게도 항생제를 사용했다. 미국에서 가축을 사육할 때 가 축의 성장 촉진과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이용되는 항생제의 사용량은 연간 900~1300만kg로 추정된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한편으로는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였 고, 다른 용도로는 약이 동물들을 빠르게 살찌우는 데 도움 이 되기 때문이라고 축산업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리고 동시 에 전문가들은 가축에게 항생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면 사람 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항생제를 과용하다 보면 오히려 항생제의 효과가 사라질 수 있고, 약이 죽여야 할 박테리아를 더 이상 죽이지 못하게 된다고 하는 것 이다. 그 이유는 항생제를 이기고 진화한 슈퍼 박테리아가 생 겨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임상 감염 질환(Clinical Infectious Diseases)’이라 는 학회지에 실린 2011년의 한 연구에서 식료품점 26곳에서 파는 고기들의 표본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 조사에서 아주 놀라운 결과가 나왔는데, 무려 조사한 식품의 4분의 1에서 항 생 물질에 저항력이 있는 박테리아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고기는 굽거나 찌는 등, 적절한 방법으로 요리를 하 면 박테리아는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육회와 같이 생 으로 고기를 먹는 경우도 있는 우리나라는 안심할 수 없다.

특히 가축 밀집 사육 시설에서 사육된 가축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위협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설에서는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 역시 다량의 살충제와 비 료를 써서 재배되는데, 이들 제초제와 비료에 포함된 화학물 질들은 동물들을 거쳐, 우리 사람들의 몸속 체지방에 축적된 다. 결국 사람도 그 화학물질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학자 들은 여러 연구를 통해 그런 화학물질의 축적이 암을 포함한 질병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항생제가 투여되는 작물들, 오히려 질병이 진화할 수도 있다

항생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작물들도 마찬가지다. 우선 각종 살충제를 포함한 질병에 내성을 가진 이른바 항생제 유 전자를 원하는 유전자와 같이 넣는 방법은 1980년대 이후로 식물 연구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이 론적 근거에 따른 우려는 유전자 조작 식물을 섭취했을 때, 체내에 존재하는 박테리아가 이 유전자를 전달 받아 항생제에 대한 면역력이 증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작물들이 자라는 흙과 퇴비도 항생제 덩어리다. 가축이 섭취하는 다량의 항생제는 동물 퇴비로 배설돼 일반적으로 농작물의 영양분으로 공급되기 위해 농경지로 보내진다. 따라서 식량 작물은 항생제로 노출된 토양에서 재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로와 지하수원으로 흘러 들어가는 동물들의 배설물에 항생제가 남아 있어 물을 통해 작물로 항생제 성분이 흡수되기도 한다.

미네소타대학의 과학자들은 미국 농무성의 지원을 받아 식량 작물이 항생제를 함유한 퇴비가 적용된 토양으로부터 항생제를 축적하는지 여부를 평가했다. 그 결과 식물의 잎에서 항생제 성분이 관찰됐고 퇴비가 증가됨에 따라 항생제의 양이 증가했으며 식물 조직에서 항생제 농도 역시 증가했다. 또 항생제는 뿌리로 퍼져 토양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감자, 당근, 무 등과 같은 근채류가 항생제 오염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학자들은 식물에서 항생제 소비는 어린이 같은 민감한 집단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항생제가 들어가 결국 우리 몸의 세균들이 항생제 내성을 가져 항생제의 효력을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항생제에서 도망칠 수 없는 농산업계, 벗어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들도 항생제를 포기할 수는 없으며, 이런 항생제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리는 것도 꺼려한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에게 있어 현재 항생제는 농작물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켜주는 물질이 아니라 잘못하면 우리의 몸에 들어올 수도 없는 위험천만한 물질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식품기업들은 항생제를 사용하면서도 인증검사기간에만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무항생제라는 캐치프라이즈를 걸고 제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메시지를 믿고 무항생제 제품만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정도로 순항을 거듭했다.

사람들은 보다 보기좋은 먹거리를 찾기 위해, 벌레를 먹지 않은 자연상태의 완전한 작물들을 원하고, 고기나 계란 역시 보기에 좋은 것만을 원한다. 하지만 농약이나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은 작물들은 아무리 농부들이 관리를 한다고 해도 벌레를 먹기 쉽고 그런 제품은 상품성이 떨어져 매대에 오르기 힘들 뿐더러 좋은 값을 받고 팔기도 힘들다. 그래서 무항생제 검사에 있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고, 이런 기업들을 막무가내로 제재하기도 힘들었던 인증기관들과 감독기관들은 그런 꼼수가 통하게끔 허점이 있는 인증절차를 도입했다.

그리고 벌어진 웃지 못할 사건이 ‘살충제 계란 사건’이다. 계란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친환경인증 농장들이 살충제를 남용해 위험물질이 계란에 들어갔지만, 인증제의 허점으로 그대로 식탁에 올라갔고, 이를 먹어온 우리 소비자들은 무항생제품/친환경인증제품이라는 인증을 믿었다가 현재는 소비자들의 인증불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인증의 생명줄이 신뢰성인데, 업계와 이를 감독하는 기관 모두 신뢰성을 날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항생제 중 절반은 가축에게 사용되고 절반은 사람에게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것은 항생제 남용이 가져다 주는 부작용을 알기에 일정기간만 쓰고 그 이상은 과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새 식탁에 올라온 항생제들은 우리가 앓고 있는 질병도 아니고, 원해서 먹는 것도 아닌데 우리 몸속에 쌓여 하나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우리의 목숨이 점차 위험해지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될 문제이다. 모든 농작물을 자연에 방치하라는 것이 아니다. 식품의 검수에 있어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를 이들 항생제를 보다 적절하게 사용해 그 양을 줄이고, 우리의 몸 속에 최대한 들어가지 않도록 모든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조중혁 기자  megnumfi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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