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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업개발, 식량안보의 핫라인인가? 애물단지인가?추진 10년, 얻은 것 없고 환경파괴 지탄 받아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8.03.28 17:44
  • 호수 103

안정적 식량 확보를 위한 해외거점 마련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추진된 해외농업개발사업이 먹 을 건 없고 되레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입 증가 등 세 계 곡물의 불안정성은 국내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식량기지 확보라는 국가 사업으로 신속히 추진된 해외농업개발사업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세금만 먹는 애 물단지가 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저조한 식량자급 보완할 기대사업이었으나 …

우리나라의 낮은 곡물자급률 문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농림축산식품 부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2016년 곡물자급률은 전체 23.8%로 대부분의 곡물이 수 입에 의존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옥수수 0.8%, 밀 0.9%, 콩 7.0%에 불과하다. 쌀 (102.5%)과 서류(94.8%)는 자급률이 높아 문제가 없지만 이를 제외한 곡물 자급률 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곡물수입이 미국 등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고, 도입도 소수의 곡물메이 저 등에 의해 장악되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때문에 농식품부는 불안한 세계 곡물시장에서 수급안정을 목적으로 해외농업개발사업을 추진했다. 해외농업을 개발하는 민간기업에 자금과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는 곡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사업은 융자사업과 보조사업으로 구성되는데, 융자사업은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농기계 구입 및 부대시설에 필요한 비용이나 농산물 유통에 필요한 건조·저장·가공 시설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금리 연 2.0%, 3년 거치 7년 상환의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융자기업은 국내외 곡물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비상시 정부의 반입명령이 내려지면 생산 곡물을 국내에 반입토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조건에 따라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총 36개 기업이 1552억 8200만원을 융자받아 러시아, 캄보디아 등 12개국에 진출해 해외농업개발사업을 추진했다. 문제는 그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융자기업의 생산량은 매년 증가해 2016년에는 역대 최대인 24억 4734톤을 기록했다. 하지만 총 생산량 가운데 현재까지 국내에 반입된 양은 전체 생산량의 9.1%인 2억 2174톤에 불과하다.

자급률이 낮은 곡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도입된 해외농업개발사업이 시작 후 10년이 돼가는 현재까지도 사업목적을 거의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농업개발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사업의 성과가 없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저조한 국내 곡물 반입실적, 진출한 농기업의 낮은 정착률, 평상시 국내 반입 규정 부재, 해당국가의 수출절차에 따라야 하는 환경 등이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해외농업개발사업의 목적인 국내반입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07~2011년 세계각지에서는 자국의 식량 확보, 가격안정ㅎ등을 이유로 자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기업에 곡물수출규제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런 경우 국내 정부의 반입명령에도 현실적으로 이행이 어렵다. 융자기업이 생산한 곡물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으로 반출하는 것은 수출이므로 해당 국가의 수출절차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해외농업개발사업의 문제점과 개편 방향’ 자료(2018.1)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해외농업개발사업은 현재 러시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에 집중돼 있는데, 이들 국가 또한 같은 기간(2007~2011년)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했을 때 곡물수출금지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어, 그와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반입명령 기준의 불명확함도 문제다. 반입명령은 ‘국내외의 농산물 및 축산물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거나 생길 우려가 있어 국민경제의 안정과 원활한 운용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발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발령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정부와 기업 간 해석의 문제를 발생시킬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평상시 국내 반입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것도 지적된다. 이는 융자기업이 상업적 판단에 따라 생산물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하고 이로 인해 비상시 반입이 불가능할 수 있다.

융자가 옥수수, 콩과 같은 곡물보다는 카사바, 오일팜에 집중돼 있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농업개발사업의 주 목적은 해외농업을 개발해 밀, 옥수수, 콩과 같은 곡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지 재배에 적합하고 수익성이 높은 작물 재배를 통한 사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기업들의 요구에 정부가 융자대상 품목을 확대하면서, 총 융자액의 약 50% 정도가 카사바와 오일팜을 재배하거나 유통하는 업체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열대림 파괴하는 사업, 국제비난 사

해외농업개발사업에 대해 열대림을 파괴하는 환경파괴사업이라는 거센 국제적 비난도 일고 있다. 최근 열대림 지역에서 거대 오일팜이 개발되면서 이에 따른 환경 및 지역사회 파괴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는 것.

팜유농장을 운영하기 위한 산림파괴가 국제사회의 비판의 대상이 된 지는 오래다. 팜유농장은 오래 전부터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수많은 동식물들을 숲과 함께 지워버리는 일이며, 그것은 지역주민들의 삶 또한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의 열대림 파괴를 누구보다 주시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투자기관과 팜유업계다. 세계 금융기관은 투자 결정시 경제적인 요소뿐 아니라 사회·환경·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SRI)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점차 현실화됨에 따라 환경파괴기업에 투자를 중단하는 세계적인 추세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국제 팜유업계에서는 ‘열대우림 파괴나 지역 주민들의 인권침해 없이 팜유가 생산돼야 한다’는 NDPE(No Deforestation, No Peat, No Exploitation) 원칙을 세우고, 이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책임 있는 기업들은 산림파괴기업을 지원해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국제사회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해외농업개발사업의 융자기준에는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열대림을 파괴하며 생산한 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당할 뿐 아니라 사업 전체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외농업개발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함께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해외농업개발사업의 주목적은 자급률이 낮은 곡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정부의 의도대로 행동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비상시 반입을 어렵게 하는 제도적 결함도 손봐야 한다. 더구나 융자가 카사바나 오일팜으로 집중되는 것은 사업의 본래 목적과 거리가 멀다. 따라서 정부는 사업의 취지를 분명히 하고 기업을 통해 사업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제도를 새롭게 짜야 한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고 국민의 식량안보를 위한 중대사업이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마땅한 해법도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애꿎은 국가 세금만 낭비하는 애물단지일 뿐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사업의 피해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고 때를 미뤄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입 증가 등으로 급변하는 세계곡물시장과 국내 곡물자급률 23.8%라는 수치가 그 시급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한 가지, 식량 확보라는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자칫 해외지역의 환경을 무시하고 지역민들의 삶터에 손실을 입히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에서 지탄받는 사업이 거둘 수 있는 명분은 아무 것도 없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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