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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와 번영, 종자에 달렸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8.03.28 17:59
  • 호수 103

식량을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줄어드는 경작지와 급증하는 식량 수입, 농촌인구의 고령화, 그리고 변화된 기상조건으로 우리 농업이 계속해서 국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종자는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량을 제공해야 하지만 세계 종자시장의 흐름 이 거대다국적 기업에 의해 좌우되면서 이에 대한 국내 대비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농업계의 반도체, 다국적 기업들의 각축장 되다

인류에게 종자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일차적 요소다. 그러나 한 편으로 인류 생존의 근간이라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종자를 독점적으로 보유할 경우 막대한 부를 가져올 수 있는 무기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자국 내 우수한 종자 확보를 위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746억에 달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 이고 있다. 이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 토종 종자의 보존과 우량 품종의 개발을 넘어 종자 식민 지 개척이라고 할 만한 다국적 기업들의 변모가 심상치 않다. 중국의 화학기업인 중국화공집단공사는 2016년 2월 미국의 몬산토, 듀폰과 함께 세계 3대 농화학 그룹인 스위스의 신젠 타를 430억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미국의 몬산토와 농화학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같은 해 9월에는 독일 바이엘 사에서 몬산토를 인수합병하겠 다고 밝혀 중국화공과 신젠타의 합병규모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농화학기업의 탄생 가능성이 열렸다. 합병이 성 사될 경우 전 세계 식량과 의약공급이 이 거대기업에 의해 좌 지우지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종자의 가치에 대한 국내 인식이 형성되기도 전 에 여러 경로를 통해 외국으로 종자가 유출되는 시련을 겪었 다. 대표적인 예가 외환위기 때 국내 종자산업의 선두기업이 었던 흥농종묘와 서울종묘, 중앙종묘, 청원종묘가 외국기업 에 인수합병된 것이다.

이와 같이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지닌 다국적 종자기업들 이 인수 합병을 통해 시장 지배율을 높이는 이유는 종자산업 이 반도체 산업에 빗댈 만큼 고부가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세 계 10대 종자기업의 시장 지배율은 2011년 70%에서 2016년 73%로 점점 커지며 사실상 이 기업들이 세계 종자시장을 주 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품종에 대한 특허권이 더욱 강 화되고 화장품·의약품 등으로의 다양한 활용가치가 엄청나 이제 종자는 하나의 국가 자원으로 여겨진다.

 

황금알 낳는다는 종자산업에 유독 더딘 한국

세계 종자시장에서 단연 1위는 미국이다. 이어 중국, 프랑스, 브라질, 인도 순이며 우리나라는 세계 17위(2013년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 등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많은 종자를 가지게 된 것은 일찍부터 유용한 식물종을 도입해 재배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신젠타 인수로 종자산업 강국으로의 교두보를 마련한 중국은 2016년 하이난, 간수, 스촨 지역에 종자기지 건설 예산 3.3위안을 책정하며 중국 현대 종자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전진기지로 종자를 육성할 예정이다. 그리고 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금융지원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농업생산국이자 인구 10억의 농산물 소비국인 인도 정부는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 81개의 개별 프로젝트와 62억 7500만 루피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는 인도 농업부 전체 예산의 약 5.5%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리 정부 역시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우수한 유전적 자원 확보를 목적으로 종자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골든시드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며, 2021년까지 4911억원을 투입해 고추, 배추, 무, 토마토, 양파 등의 종자를 전략적으로 육성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21년에는 외국으로부터 2억 달러의 로열티를 벌어들이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성과는 미미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17위의 종자보유국이지만 국내 종자시장은 세계시장의 약 1.1%인 4.5억 달러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미국 시장규모(120억 달러)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시장이며, 종자보급률이 매우 낮아 개량품종 사용에 따라 외국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으며, 나날이 지불하는 로열티가 증가하고 있다.

과수·화훼 및 주요 채소종자의 지급률은 극히 낮아 수입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 벼, 보리와 같은 식량종자 위주의 종자 개발에만 치중해 식량종자의 자급률은 100%인데 반해, 주요 채소종자인 양파, 토마토와 과수, 화훼 종자의 자급률은 저조하다. 2016년도 채소종자인 양파는 22.9%, 토마토 38%, 과수 종자의 경우 포도 2.5%, 사과 18%, 화훼 종자인 포인세티아 18%, 난 16.4%의 자급률을 보이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R&D 투자뿐 아니라 전문연구인력 또한 크게 부족하고, 종자업체의 대부분이 영세한 것이 육종기반을 취약하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5년간 종자 개발 연구비는 총 401억으로 2012년 92억 원에서 2016년 71억 원으로 20억원이 넘게 삭감됐다. 반면 과수, 화훼, 채소종자의 로열티로 지불한 것은 지난해만 72억 원으로 최근 5년을 합하면 총 463억 원에 달한다.

 

우리 먹거리는 우리 씨앗으로

다국적 기업의 틈새에서 충분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토종 씨앗을 보존하고 바뀌어가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저항력 있는 종자를 개발하는 것이다.

우량종자를 확보하지 못해 수입에 의존한다면 외국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종자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종자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대규모 식량 위기가 촉발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종자산업의 발전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우선은 토종 종자를 보호하고 개량해야 하며, 상품성이 높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과수, 화훼 등의 종자 집중육성, 고부가가치 기능성 종자 또한 개발해야 하며,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과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 종자기업의 협력도 필요하다.

종자는 인류의 미래와 번영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를 기업의 먹거리나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만 다루는 것 또한 경계가 필요해 보인다.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먹거리에 대한 위험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일종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이나 수입에 의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 국내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는 중국산 먹거리로 인해 “이제 우리 몸이 우리 몸이 아닌 게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중국화 또는 다국적 기업화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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