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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황폐하게 만드는 ‘바다 사막화’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8.04.30 16:02
  • 호수 104

지속되는 가뭄과 온난화에 환경오염과 산림훼손 등이 겹치면서 토양이 사막화되는 사막화 현상은 육지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바다에서도 사막화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식량 자원의 보고이자 생태계의 커다란 축인 해양 환경을 위협하는 바다사막화에 대해 알아봤다.

 

바다숲 파괴가 불러오는 바다 사막화

바다 사막화 심각수준에 다다르다

각종 해조류와 산호 등으로 구성된 바다 숲은 바다 생물들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고 산란 등의 서식지를 제공하는 안식처이자 바다 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수호자의 역할을 해왔다. 이런 바다 숲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바로 바다 사막화 때문이다. ‘갯녹음’ 또는 ‘백화현상’이라고도 불리는 바다 사막화는유용한 해조류들이 감소하고 그 자리에 석회조류가 대량 번식하면서 연안의 바위표면이 백색 또는 홍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바다 사막화가 육지의 사막화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바다 사막화로 인해 지난 20여 년 동안 산호초의 91%가 백화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2016년에만 전체 산호초의 22%가 백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바다 사막화의 원인은 육지 사막화와 비슷하다. 지구온난화와 이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 해양산성화, 환경오염, 무리한 채취 등이다. 특히 해수 온도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 해조류들은 작은 광합성 조류를 배출하는데, 이러한 광합성 조류가 과도 배출되면 해조류들은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을 일으키고 결국 죽고 만다. 백화현상이 바다 사막화로 불리는 이유이다.

또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역시 바다 사막화를 가속화 시키는 원인이다. 바다는 연간 24~37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하는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나면서 바다 역시 저장해야 할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와 만난 바다 속에서는 탄산이 발생하는데 이 탄산이 염기성의 바다를 산성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산성성분은 탄산 칼슘에 영향을 미치는데 칼슘으로 구성된 어패류의 껍질과 산호초를 부식시켜 바다 사막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2010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해양산성화가 환경에 미치는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의 평균 수소이온농도지수(pH)가 1750년대 8.2에서 2000년대 8.1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6500만년 지구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해양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과도한 채집과 채취로 인한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과 관광으로 인한 파괴 등도 바다사막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백화가 일어난 해조류는 더 이상 바다 숲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먹이와 산란장 부족으로 어획자원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바다 내 산소 부족으로 적조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해 해양 생태계 파괴, 바다의 황폐화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다 사막화가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해양사막화(갯녹음)현상

바다 사막화, 먼 나라 이야기 아니다

호주 북동쪽 해안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호초 군락지로 약 2253km에 달하는 해안에 400여종의 산호초와 150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불리우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현재 바다 사막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됐다.

해역의 중부 및 남부 대산호초의 대부분에 백화현상이 발생해 거대한 산호초의 무덤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호주 국립산호초백화대책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33%의 산호초가 집단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주 퀸즈랜드대 글로벌 체인지연구소의 오베 굴드버그 박사는 “전 세계 바다의 산호초 38%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립해상공원인 남태평양 자비스섬의 산호는 95%가 폐사해 산호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아름다운 해변이 많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산호의 폐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바다 사막화의 확산에 우리나라 역시 안전하지 못하다.

지난해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FIRA)의 발표에 따르면 1만 8791ha의 바다에서 사막화가 진행됐으며, 매년 약 1200㏊의 갯녹음이 새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IRA가 국내 연안의 바다 사막화 실태조사를 한 결과, 조사 대상 면적 3만 4708㏊ 가운데 동해 연안의 62%, 남해 33%, 제주 연근해 35%의 면적에서 바다 사막화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동해안 수심 20m 지점에서 바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곳이 22%, 심화되고 있는 곳은 32.4%로 나타나 국내 바다의 절반 이상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거나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심각한 수준의 바다 사막화가 우리나라 앞바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적기만 하다. 육지의 사막화와 기후변화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막상 보이지 않는 바다 사막화에는 둔감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 아직도 바다 사막화 현상을 백화현상, 갯녹음 등 다양한 용어로 부르는 등 용어정리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들에게 바다 사막화란 현상은 생소하기만 하다.

 

바다숲 복원사업으로 복원된 바다숲

바다 사막화를 막기 위한 노력

바다는 인간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30억 명의 사람들이 단백질의 15%를 해산물에서 얻고 있을 정도이며,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속되는 바다 사막화의 결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바다 사막화가 진행될수록 어획량은 감소하고 있다. 대형 해조류가 암반에 붙어살 수 없게 돼 2차 소비자인 어류의 산란장과 안정된 서식 공간이 없어져 수산자원 고갈로 이어진 것이다. 당장은 어민들의 피해만 보이겠지만 이는 식량 확보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바다 사막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바다 사막화를 막아줄 수 있는 ‘슈퍼 산호초’를 배양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미 항공우주국(NASA)도 7010m 상공에서 세계 전역에 퍼진 산호군락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호주 정부는 해양산성화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해양산성화 관련 법을 신설하고, 해양산성화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바다 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바다 사막화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해양수산부와 FIRA는 황폐해져가는 연안 생태계를 복원하고 수산자원을 회복시키기 위해 매년 해역별 특성을 반영한 수산자원조성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FIRA는 올해 5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바다목장 5개소와 바다숲 3108ha를 조성할 계획이다. 2006년부터 추진된 연안바다목장 조성사업은 우리나라 바다에 인공적으로 물고기가 모여 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해까지 30개소를 조성했으며, 올해 5개소를 새롭게 착공해 각 바다목장별로 인공어초를 활용해 어장기반을 조성하고, 지역별 특색에 맞춘 주요 수산자원 방류 및 모니터링 등을 5년간 추진할 계획이다.

2009년부터 추진된 바다숲 조성사업은 사막화돼 가는 바닷속에 해조류·해초류를 직접 심거나, 바다숲을 보호·보전해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연안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으로 올해에는 동·서·남해 및 제주 해역에 총 20개소, 3108ha 규모의 바다숲을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다시마·감태·잘피 등을 적극 활용해 바다숲의 자생력과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한편 어업인 소득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해수부는 99년부터 꾸준히 추진한 ‘총허용어획량(TAC, Total Allowable Catch) 제도’를 11개 주요 품목에 대해 운영해 과도한 어획을 제한하고 수산자원 보전에 노력할 계획이며, 불법어업 방지, 수산자원종자 관리 모니터링 실시 등으로 남획을 막고 다양한 수산물의 다양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전국 지자체 역시 바다 사막화를 막고, 바다 숲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5월 10일 ‘바다식목일’을 맞이해 국민들에게 바다 사막화의 심각성과 바다 숲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가 전국에서 준비 중이다.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국내외 바다숲 전문가를 초청해 ‘바다녹화 심포지엄’이 개최될 예정이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바다녹화 길거리 홍보 활동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충남 태안군에서는 ‘제6회 바다식목일 기념행사’와 ‘우리바다 되살리기’를 주제로 어린이 그림 공모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경북 울진과 전북 부안, 전남 완도·여수, 제주 등지에서도 찾아가는 해양교실과 어린 물고기 방류체험, 바다녹화 부스 운영 등 행사가 준비돼 있으며, 포항시 구룡포에서는 감태, 대황 등의 해조류 이식 체험 행사가 예정돼 있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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