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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일상을 넘어 산업지도·국가경쟁력마저 좌우하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8.11.30 18:04
  • 호수 111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미세먼지를 지정한 이후 미세먼지는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줬다. 질병을 유발하고 일상의 모습을 바꾸고, 산업생태계는 물론 국가경쟁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OECD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60년쯤이면 미세먼지로 인해 GDP의 0.6%가 감소하고 연간 22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안게 된다. 공습이라고 할 만큼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미세먼지가 가져온 변화들에 대해 짚어봤다.

 

미세먼지가 바꾼 일상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할 때면 우리는 진풍경을 목격한다. 이제는 낯설음을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된 마스크행렬들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며 방독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모습도 기능도 업데이트됐다. 어른아이용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는 애완동물용까지 시판되고 있다고 한다.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강제 집순이·집돌이라는 웃지 못 할 신조어까지 생겨냈다. 먼지가 사람의 행동을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봄에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경기가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황사와 뒤섞이며 미세먼지 농도가 주의보(150ug/m3)는 물론 경보(300ug/m3) 기준치를 넘기거나 그에 육박해 경기장 세 곳이 연이어 취소 결정을 한 것이다. 운동선수들은 물론 관람객들의 안전에 큰 장애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프로야구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경기에 미세먼지는 그야말로 불청객이 됐다.

건강에 취약한 아이들의 학교 풍경도 일찌감치 바꿔 놨다. 초·중·고등학교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 되면 학생들의 실외활동을 제한한다. 햇빛도 받고 바람도 쐬면서 실외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할 학생들이 줄곧 답답한 실내에서 보내야 하는 것이다. 바깥 공기가 안 좋은 날에는 실내의 경우도 청청하지는 못하다. 24시간 가동되는 공기청정기가 있는 학교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기관지 깊숙이 파고드는 먼지는 호흡기 질환과 더불어 두통과 피로를 유발하고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

 

산업생태계도 변화시켜

미세먼지는 일상적인 생활 외에 산업생태계도 바꿔 놨다. 공기청정기나 마스크와 같은 후방효과를 보는 산업도 있지만 이에 비해 노동생산성 하락, 관광산업 위축, 오프라인 소비 위축 등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30cm3의 공간에 1㎍의 먼지입자 1개만 허용될 정도로 먼지에 민감한 분야다.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불량률이 증가하기 때문인데 미세먼지로 인한 제품불량률을 줄이려면 공기정화시설을 강화해야 해 생산원가가 상승된다. 미세먼지는 전자기기와 로켓용 부품, 시계, 광학기계 등의 정밀기계의 불량률도 높인다.

조선업, 자동차산업 등의 작업에도 방해가 된다. 조선업계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도장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조업일수 증가와 도장비용 증가는 생산원가를 높인다. 항공업, 유통업, 레저산업 등의 매출액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에 안개가 겹치며 공항에서 저시정 경보가 내리는 날엔 항공기가 회항을 하거나 지연되는 일이 이미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레저산업·관광업에도 피해를 주기는 마찬가지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방문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농작물 생산에도 지장을 준다. 햇빛을 차단해 일조량을 감소시키고 식물의 기공을 막아 광합성을 방해함으로써 농작물의 생육에 장애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외에도 옷, 음식물, 건물 등의 세척비용을 늘리고, 자동차의 공기청정기를 오염시켜 추가적인 연료 소모를 유발한다. 자동차 엔진 연소실로 유입되는 공기를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공기청정기에 먼지 입자가 끼면 공기흡입이 원활하지 못해 엔진 출력이 저하되고 연료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다

OECD의 <대기오염 경제적 파급영향 보고서(2016)>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60년쯤이면 대기오염 때문에 100만 명 중 1000명이 조기사망하며, OECD 국가 중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 수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하는 인구는 향후 50년간 3배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2060년쯤 우리나라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GDP의 0.6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복지비 지출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전망이다. 주로 질병이나 실외활동 제약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용이 이에 해당한다. 2060년쯤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대기오염으로 인해 지출하게 될 복지비용은 연 540달러로, 중국의 590달러에 이어 세계 두 번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17달러, 일본의 350달러, 브라질의 80달러, 호주와 뉴질랜드의 40달러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많게는 20배나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공기가 깨끗하다면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대기오염이 심한 나라에 사는 이유로 전 국민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공기는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이러한 추산을 빌리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호흡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구 감소로 국가경쟁력을 우려하기에 앞서 당장 살아 있는 사람들이 위험한 지경에 이른 것이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당장 머리가 아프고,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 건강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늘었다. 미세먼지가 우리의 삶의 질을 저해하고, 국가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며 급기야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성장률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조차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느껴야 할 불편, 거기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대처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더 많은 것을 잃기 전에 정부의 해결이 속히 나와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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