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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기술은 기후변화의 구세주가 돼 줄 것인가?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8.12.03 10:21
  • 호수 111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후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은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현상이 됐다. 이전 산업혁명 때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뒤를 따랐지만,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은 태동기인데다가 우리가 자칭하는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잘만 하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당면한 최대의 과제인 기후변화에 맞설 구세주로 4차 산업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러나 그 산업화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양립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실체 없는 허상이라는 비판

4차 산업기술이 기후변화에 대항할 적수가 될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잘 알려져 있듯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의 주제어로 선택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세계경제포럼의 회장 클라우스 슈밥은 140여 개 나라 2500여 명의 인사가 모인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을 포럼의 화두로 내걸었다. 그에 따르면 1차 산업혁명은 기계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변되는 혁명이었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대량생산 체제의 수립으로 나타난 산업혁명이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이 정보처리능력과 연결망을 급속하게 증가시킨 혁명이었으며,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에 의해서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변화를 가리킨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련의 1,2,3,4차 산업혁명의 구분에 의문을 품는 시선이 많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던 시기에서 그 수의 거의 90%에 가깝게 산업인력으로 전환되는 1차 산업혁명을 제외하면 혁명이라고 할 만한 시기는 없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유독 한국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일례로 제러미 리프킨은 2016년 다보스 포럼 직후 4차 산업혁명은 자신이 2011년 출판한『제3차 산업혁명』에서 포착한 디지털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거대한 변화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3차 산업혁명기 때와 지금의 기술 수준이 과연 혁명이라고 부를 수준으로 급격히 성장했으며 또한 그것이 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왔는가에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또 다른 비판적 시각은 그 주창자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지칭하는 거대한 변화가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드론,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자율주행자동차, 블록체인 등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4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그러한 기술들은 이미 확정된 것들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미래를 이미 실현하고 있다는 기술결정주의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4차 산업혁명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이 전개되는 과정에 대해 학자들은 독일의 4차 산업혁명이 디지털 전환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인더스트리 4.0의 기반인 스마트 팩토리(생산 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를 적용하는 지능형 공장)의 혁신성은 수많은 기업과 고객이 각각의 필요에 따라 공동 생산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유연한 생산방식을 공유하는 데 있으며, 여기에는 시스템 구축과 정책의 유연성이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한다. 즉 4차 산업혁명을 결정짓는다고 보고 있는 기술들은 아직 가능성 단계에 있으며, 또한 그것이 혁명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미국 정보기술 연구자문회사인 가트너(Gartner)는 매년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하이프 사이클은 신기술의 성장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앞으로 5~10년간 시장 변화를 주도할 기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4차 산업기술 산업화 가능성, 검증 통해 구조 조정될 전망

그렇다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일어나는 기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또 이런 변화를 주도해서 이끌어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실상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분야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들 유망기술을 설명하는 설명회 및 상담회, 기술금융제도 활용 방안에 대한 정부기관의 설명도 줄을 잇고 있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법적 제약, 상용화 이후 발생할 각종 보험·책임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형 로펌에서는 TF팀을 꾸리며 시장변화에 대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4차 산업기술들에 대해 그 산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려는 시도들이 확산되면서 관련 부문들 간에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바이오테크놀로지·자율주행차·양자컴퓨터는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면서 산업화가 진행되겠지만 드론·수소차·블록체인 등은 시장 및 기술여건이 아직 미성숙해 산업화 가능성을 둘러싼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고령화와 의료비 지출 추세를 볼 때 향후 바이오기술에 대한 산업화가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자율주행차의 경우에도 효율적 교통시스템의 수요 확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등으로 상업적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정보량이 급증하는 추세에 따라 기존 컴퓨터의 능력을 넘어서는 연산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의료, 우주항공,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자컴퓨터가 사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상당수 연구자들에 따르면 딥러닝, 블록체인, 증강현실, 드론, 수소차 등의 산업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 전망이 확산 중이다.

딥러닝의 경우 여전히 대중화 단계로 발전되지 못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또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핵심 기술의 부족과 운영시스템의 미성숙 등으로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증강현실은 콘텐츠의 다양성 부족으로 상용화 확산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드론의 경우 산업화 초기 단계의 시장은 형성돼 있으나 추가적 수요 확장을 끌어낼 만한 유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수소차의 경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의 미래 자동차에 대한 지향점이 전기차에 있고, 스테이션망 구축에 대한 부담 주체의 문제 등으로 본격적인 산업화의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단기간 내 산업화가 가능한 분야로의 민간 및 공공의 자금과 지원이 집중되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들 내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환경 관련 R&D, 기초 내실 다지는 것이 필수

그동안 한국에서 수행된 기후환경 관련 연구과제 중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연구들이 상용화됐으며, 이것이 과연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는지를 냉정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대개 국내 원천기술에 대한 지적소유권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미래유망기술에 대한 투자는 국외에서 유래된 기술의 모방연구 내지는 추격연구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렇게 투자한 미래유망기술이 오래지 않아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로 성장한다면 모르겠지만, 그에 실패한다면, 결국 경제적으로 가치가 없는 분야에 대한 추격연구를 국가 예산을 들여서 한 셈이 된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이라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행에 일희일비하며 시간과 재원을 낭비하지 말고, 기초 환경연구의 내실을 다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분야는 급격히 성장을 해도 선진국을 따라잡아 선두에 서는 것은 사실 요원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지름길은 이미 선두가 오랜 시간 개척해온 길이며, 기초연구를 등한시하고는 따라갈 수 없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띄운 세계경제포럼의 분석을 보면, 우리가 국제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른 더 심각한 문제들이 많이 산재해 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국제 경쟁력 보고서 2016~2017>을 보면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은 26위로 나온다. 이 26위보다 훨씬 떨어지는 지표가 정부규제, 정부정책의 투명성 등이었다.

환경분야 연구개발(2014~2017)에 대한 환경부 조사에서는 수행한 대학 연구소, 환경기업 등 46곳이 인건비 및 기자재구입 허위 기재 등의 수법으로 국고지원금 약 81억 원을 부당하게 편취한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연구기자재 구입비를 부풀리거나 있지도 않은 인력을 동원해 인건비를 편취한 사례들이다. 눈 먼 예산을 통해 쏟아부은 기술연구에 의해 얼마나 혁신적인 환경산업기술들이 도출됐는지도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름뿐인 기술은 기술이 아니며, 또한 기술이 모든 환경문제를 해결해줄 수도 없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환경기술의 발전이 우리 사회의 후진적 요소들을 극복하고, 사회를 더 투명하게 만들고, 그것을 지구촌 최대의 과제인 기후변화를 막을 사회정치적 결정과 어떻게 연결시키느냐 하는 문제다. 환경기술의 발전은 사회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진행된다. 다시 말하지만 환경기술을 발전시키면 산업이 고도화되고 기후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기관이 더 합리적이고 신뢰가 가는 정책과 연구로드맵을 진행하면서 4차 환경산업기술의 역할을 설정하고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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