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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잠시 머물기 위해 빌려 쓰는 것일 뿐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8.12.27 11:50
  • 호수 112

생태 위기의 극복을 외치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오늘날, 국제사회의 정책적 노력과 시민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 그리고 그것들을 통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전 인류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연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라는 시대적 요청이 절실하다.

 

자연에 대한 학대는 곧 인간 문명의 빈곤

우리는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번번이 자연의 소중함을 잊는다. 그것은 자연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에 너무 가까이 있고 자연에서 벗어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자연 안에 있으며 자연과 떨어져서는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이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바치지만 우리는 그들을 이용하는 데만 급급했다. 우리가 필요한 것 이상으로 자연자원을 취하고 사용하면서, 자연의 씨를 마르게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은 우리 삶의 빈곤이다. 먹을 생물자원이 줄어들고 공기를 맑게 하고 자연재해로부터 위험을 완충할 숲과 생물들이 줬던 혜택들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자연을 학대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생활방식에서 절제를 중요한 가치로 여겨야 하며 절제할 줄 아는 법을 익히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연을 절제하며 이용하는 것은 우리를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자연의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 또한 자연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생태계의 존속 가능성을 위협하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생태계 전체의 존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970년에서 2014년 사이 척추생물 개체수의 60%가 감소했다. 44년간 생물종 절반이 사라진 것이다. 자연자원에 대한 인류의 수요를 측정하는 생태발자국은 지난 50년간 190%나 증가했다. 현재의 속도로 지속된다면 종국에는 인간도 그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태평양의 섬나라들은 거주지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당장 살아갈 곳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매일이 생존의 위협과 같은 것이다. 학자들이 오늘날을 ‘인류세’ 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로 명명할 만큼 인간이 지구에 가하는 압박은 커지고 있다.

산업발전이 자연에 끼치는 악영향은 특히 극심하다. 과학기술은 자연을 이용해 인간을 가난으로부터 구제했고 질병에 맞설 수 있게 했지만 그것을 통해 결과적으로 공해,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기상이변과 자연재해 등을 자초했다. 그러나 과학은 인간 삶의 토대인 자연이 황폐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해결책을 쉽사리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 덕에 인간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오직 자연이며, 오염된 지구를 회복시켜 줄 유일한 치료제 또한 자연밖에 없음을 우리는 깨닫고 있다.

자연은 결코 정복의 대상이 아니며 자연이 가르쳐주고 있는 균형의 중요성을 우리는 새삼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훼손된 자연의 부재는 우리에게 자연에 대한 감각을 무뎌지게 하고 있다. 인간이 생태계의 존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신호는 무수히 많지만, 그것을 부정하고 지금껏 인류 가 성장해왔듯, 합리적이고 뛰어난 인간의 이성은 이와 같은 상황을 역이용해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늘어나는 생태부채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생태부채뿐이다. 그리고 자연환경의 파괴로 인한 결과는 균등하지 않다. 환경 문제는 개별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전 지구적으로 확대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등의 이상기온 현상, 환경오염, 열대림 파괴 등 다양한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위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문명이 시작된 이래, 각 세대는 다음 세대에 자신이 물려받은 것과 비슷한 지구를 물려줘 왔다. 우리 세대는 그 전통을 버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자연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자연에게 인간은 잠시 거쳐 가는 존재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세대들의 몫까지 자연을 훔쳐 쓰고 있으며, 그 대가는 심상치 않다.

우리는 여전히 자연의 생존시계와 정치적 결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자연이 망가지고 있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매우 느리게 자연의 변화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 우리 모두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해수면 상승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신속하게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생태계를 위협하는 어리석은 전통들을 없애야 하며, 당장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자행되는 잘못된 생활습관들을 빠르게 바꿔야 한다. 원시의 자연과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자연을 위한 새로운 도전

현 세대는 인류사상 처음으로 미래세대에게 생태부채를 지고 있는 세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엄청난 폐허나 사막과 오염을 남겨 줄 수 있다. 많은 수치들이 이러한 지구의 한계를 보여준다.

당장 세계 인구가 한국인처럼 소비한다면 지구 3.5개가 필요하다는 추산이다. 또 한국에서 지금의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8.5개의 한국이 필요하다. 그만큼 자연자원에 대한 과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과용에서 오는 영향을 줄이는 것은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하는 행동에 달려 있다. 특히 최악의 결과를 감수하게 될 미래세대들이 우리에게 제기하는 책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미 세계 각지의 어린 청소년들이 어른들에게 심각해진 환경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지금껏 우리 사회가 운영돼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생활방식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쉽고 빠른 금전적 이익만을 얻으려고 할 때 그 누구도 생태계 보존을 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생태계 보호를 위해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미래세대가 살 만한 지구를 물려주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다음세대들의 미래를 보호하는 것이기에 우리 자신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연은 잠시 머물기 위해서 빌려 쓰는 것일 뿐 그것을 차지하고 함부로 다룰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는 자연의 위기를 미래세대에 떠넘긴다면 우리는 역사상 가장 심각한 재앙을 외면한 무책임한 세대로 남을지 모른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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