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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활강경기장, 생태복원 모범사례 될 수 있을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1.25 09:31
  • 호수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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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대상지인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산400번지 일원

많은 나라에서 엄청난 건설비와 홍보비를 감당하면서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림픽을 통해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킴으로써 국가위상은 물론 지역의 관광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올림픽은 화려한 무대의 막을 내린 다음부터가 그 진가를 발휘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은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은 이해관계가 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강원도에서 당초 폐막 후 원래대로 산지를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가치냐 경제가치냐’ 라는 가치정향이 대립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만 봐도 우리 사회가 어떠한 사회적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수 있다.

 

가리왕산 복원을 위해 현장점검 중인 모습

협상 대상 아니다 vs 그러면 남는 게 없다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의 활강경기장은 2012년 대상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이라는 점, 국내 100대 명산 중 한 곳이라는 점, 그럼에도 올림픽 활강경기를 위한 국제규격에 적합한 유일한 대상지라는 점 때문이었다. 당시 학계, 스키관계자,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올림픽 이후 전면복원을 전제로 가리왕산의 선정 및 경기장 건설이 허가됐다. 특별법인 ‘평창올림픽법’에 의거해 예외적으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해제하고, 국유림 사용허가 등 일련의 행정절차를 일사천리로 풀어줬다. 이 활강경기장 건설을 위해 훼손된 면적은 종합운동장 100여개 넓이에 해당하는 산림 100여ha이며, 이중 생태복원면적은 약 81ha에 달한다. 당시 강원도에서도 올림픽 이후에는 이곳의 산림을 원상태로 복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약속된 사용허가기간이 지난해까지로 만료됐다. 그런데 강원도가 전면 복원 약속을 뒤엎어 곤돌라와 운영도로시설을 존치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남북한 동계아시안게임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그 사유로 들었다.

이에 산림청은 강원도의 지속적인 애원에도 누차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의 전면 복원 입장에 변함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전면복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닌 법적 의무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시설을 존치할 경우 생태복원 자체가 어려우며, 강원도는 경제적 타당성 등 시설존치와 관련된 근거제시도 없고, 활용할 경우 전제조건이었던 올림픽지원위원회의 결정 등 사전절차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절차상 미비점도 지적했다.

강원도는 가리왕산 활강스키장 복원계획서를 1월 31일까지 국유림 사용허가 기관인 정선군유림관리소에 제출해야하며, 산림청은 그 이후에도 강원도가 전면복원 이행의사가 없을 경우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대집행 예고 등 산림청 주도 전면복원을 위한 행정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복원에 소요되는 예산은 향후 강원도를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아울러 산림청은 최근 가리왕산 복원과 관련해 언론에 제기된 복원비용 4000억원은 사실과 다르며, 복원 전 긴급재해예방사업(32억원), 인공구조물 철거(76억원) 등을 포함해 공식적인 복원 소요예산은 약 800억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말 가치 있는 것 무엇일지 식별할 수 있어야

산림청과 강원도는 법적의무의 이행이냐 위반이냐, 생태가치냐 경제가치냐를 두고 서로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갈등은 법적의무의 문제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활강경기장의 전면복원이 법적 구속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 갈등은 산림청이 아무리 해당지역이 보호구역이었고 스키장 건설이 안 되는 지역이었음을 강조해도 대립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번 사안을 두고 정확히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대체 무엇이 지역민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것인가 하고. 그리고 그 혜택은 한 세대에 국한돼서도 안 된다. 산림과 경제 모두 제한된 시기동안만 효과를 내고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올림픽은 올림픽 기간만이 아니라 종료 이후의 과정에서도 세계인의 관심을 받으며 역사에 기록된다. 때문에 이 문제는 지역을 넘어 세대를 넘어 국가 전체, 미래세대 전체에 끼칠 영향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산림청과 강원도, 두 측의 대립이 깊어지자 최근 국무조정실과 산림청에서 정선지역 상생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또 지역의 산림자원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숱한 논의를 통해 올림픽 종료 후 복원을 약속한 강원도가 선회한 입장을 관철시키기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 산림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겠다는 산림청의 단호한 입장을 바꿀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올림픽을 위해 건설한 활강경기장에 지역의 경제를 걸어야 하는 것은 그 경제구조의 취약함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담보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상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도 불분명하며, 그것은 또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가진 가치를 너무 무시하는 것이다. 보호해야 할 산림자원을 개발해 경제효과를 노리는 것은 너무 낡은 발상이다. 국내 100대 명산 중 하나를 벌채함으로 인해 사라질 후생효과는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 지역 경제를 살릴 방안은 장기적으로 지역경제를 이끌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산림자원 낭비로 인한 반짝 효과 뒤에 더 큰 재앙이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곤돌라에 목매지 말고 다른 건설적이고 지속적인 재생이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의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는, 그것을 지켜가고자 하는 마음이 그 중심에 있길 바란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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