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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 킬러 일본, 국제 비난에도 상업포경 재개하겠다고 선언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1.25 09:34
  • 호수 113

드넓은 바다, 망망대해의 어느 햇살 좋은 날 검푸른 바다가 적색물감을 풀어놓은 듯 시뻘겋게 변해 있다. 족히 길이 8.5m는 되는 거대한 선박과 수많은 보트들이 붉은 바다를 둘러싸고 있고, 그 위에는 작살들이 쉴 새 없이 내리 꽂힌다. 좁혀오는 어망과 차마 작살을 피하지 못한 고래들의 숨은 가빠질 대로 가빠졌다.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기 위해 수면 위로 하나둘 몸을 드러내는 고래들, 이때 더 크고 강한 작살이 그들을 겨냥한다. 그래도 숨이 끊어지지 않은 고래에게는 소총이 발사되고 그들은 그제야 최후를 맞는다. 고래사냥의 잔혹함은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후 수많은 종들을 무참하게 대량학살하는 고래사냥에 대한 규제가 시작됐는데, 최근 일본은 상업판매를 위해 고래사냥을 재개하겠다고 나서 국제사회의 비난의 중심에 섰다.

 

협약 탈퇴하면서까지 금지된 상업포경 재개키로

본래 고래의 상업사냥은 19세기 기름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시초다. 그러다 석유가 개발되면서 그 용도를 잃었는데, 20세기 들어 고래고기를 먹기 위한 목적으로 용도가 바뀌며 다시 활기를 찾았다.

고래를 잡는 기술은 더욱 발전해 수중음파탐지기, 고성능 작살포, 헬리콥터 등이 동원됐고, 현대의 고래사냥은 더많은 고래를 쉽게 잡을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포경산업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졌고, 고래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설립된 국제포경위원회(IWC)에 의해서 1986년 상업포획이 잠정 금지됐다.

이 규제로 인해서 20세기 290만 마리에 달하는 고래포획이 1990년대에는 7170마리로 급감하는 효과를 냈다. 일본 역시 이때를 기점으로 상업판매를 위한 고래사냥을 중단했다. 고래고기 킬러였던 일본의 고래포획도 1960년대에는 연간 23만톤 이상이었던 것이 상업포경이 일시정지된 1980년대 전반 4만톤 수준으로 급감하기 시작했고, 재작년엔 약 3000톤 정도만 소비됐다.

일본이 포경위원회의 규정을 곧이곧대로 지킨 것은 아니었다. 포경위원회는 상업포경은 금지하되, 과학연구를 위한 포획은 허용했다. 이러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일본은 한 해 1000마리에 가까운 밍크고래를 남극해와 자국 연안 태평양에서 잡아 그 부산물인 고기를 시장에 유통시켰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러한 방법에 의한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포경위원회에 상업포경을 허용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부결됐다. 그러자 일본은 포경위원회에 고래의 개체수가 충분히 회복됐음에도 사냥을 제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항의하며, 협약 탈퇴를 선언, 오는 7월부터 일본 근해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상업포경을 재개할 계획이다.

 

상업포경을 해도 괜찮을 만큼 고래 개체수는 회복됐을까?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번식률이 낮고 수명이 긴 고래류의 경우 한 번 멸종위기에 놓이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업포경시절 무분별한 포획으로 많은 고래의 개체수가 급감했고, 그 중 많은 개체군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상업포경이 금지된 지 32년이 지난 지금, 개체수를 회복한 종도 있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하다.

남극의 흰긴수염고래는 40년 동안의 완벽한 보호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시 출현량의 1% 미만만이 남았다. 오직 동태평양귀신고래 단 한 종만이 원시 출현량 정도로 회복됐다고 보는데 가장 유사한 종인 서태평양귀신고래는 과도한 포획으로 인해 이제 개체수가 160여 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남아있는 서태평양귀신고래는 한국 연안을 회유하는 개체군으로 한국계 귀신고래라고도 알려져 있지만, 정작 한국 바다에서는 1977년 울산 앞바다에서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가 상업적 포경을 금지시키려고 했을 때, 일본은 공식적으로 그에 반대했지만, 그 다음해 입장을 철회했다. 이유는 미국의 수입 쿼터 축소 압력 때문이었다. 이제 일본은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의 개체수 보호을 위해 상업 포경을 중단하기로 한 국제협약을 탈퇴했고, 국제사회는 이에 일제히 비난을 쏟아내고 있어 일본의 외교적 신뢰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일본에 상업포경 입장을 철회하도록 국제적 압박이 가해질지 모른다. 이례적으로 국제협약을 탈퇴하면서까지 고래고기를 먹겠다는 일본에 국제사회는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할지를 고민 중이다. 국제사회는 외교적 압박의 수위를 어느 선에서 취해야 할지 본의 아니게 시험을 받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일본은 또 이에 어떤 입장을 보이게 될까. 

 

불법 혼획 버젓한 한국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 하는 물음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도 상업포경은 아니지만 과학포경을 하겠다고 정부에서 발표한 바 있는데, 환경단체들의 지속적인 비난에 철회했다.

현재 한국수역에는 약 35종의 고래가 서식하고 있으며, 그 개체수는 9만에서 10만 마리로 추산된다. 국제포경위원회의 회원국인 한국은 1986년 포경 금지에 따라 지금까지 상업포경은 금하고 있다.

다만 우연히 어구에 걸려 죽은 고래의 경우 국내 시장에 판매가 가능한데, 그 수는 연간 약 80마리에서 100마리 정도로 보고된다. 이 같은 혼획수는 국제포경위원회 회원국 중 일본과 더불어 최다 건수로 보고되고 있으며, 호주,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국가의 10배에 달하는 양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고래고기 소비량은 400마리에서 500마리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불법포경업자들이 포획한 고래가 적발되는 경우는 한 해 10마리에서 20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혼획으로 인해 판매되는 개체의 대부분은 사실 혼획이 아닌 불법 포획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정이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래고기는 지역의 명물로 상징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이 만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역시 예부터 지속돼 온 고래고기 사랑과 지역상품화 또는 관광특화가 이번 상업포경 재개의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취하지 못할 생물은 없다. 하지만 그 씨를 말릴 정도의 무절제한 사냥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대형고래를 사냥하는 포경업에 의해 포획되는 고래는 일본의 말대로 많은 개체수를 가진 종도 있고, 그렇지 못한 종도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포획해도 충분한 종을 가려서 포획할 것인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벗어난 일본의 영해에서 이뤄지는 포획을 감시할 수 있을까? 국제사회로부터 쏟아질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고래고기를 먹기 위한 일본의 고래사냥은 과연 정도를 지킬 수 있을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일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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