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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 정책에 성공한 나라들, 어떻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1.25 09:40
  • 호수 113
거리로 나선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대

잦아드는가 싶었던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가 새해 들어 다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지방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 등 주변국가로도 확산되고 있다. 작년 10월 21일 시작된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추가인상에 반발하며 그간 누적돼온 소득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그 시발점이 됐다. 국가비상사태로까지 번지며 유례없는 사회적 대혼란을 겪게 한 탄소세 정책, 그러나 이는 이미 북유럽에서는 성공적으로 안착된 정책이다. 그들은 어떻게 사회불만을 흡수하며 정책을 실현할 수 있었을까?

 

선도적인 북유럽의 탄소세 도입

탄소세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원별 탄소함유량에 따라 별도로 과세하는 소비세다.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았던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초부터 탄소세를 도입했다. 탄소 배출량이 비교적 많지 않았던 이들이지만 선도적으로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프랑스와 같은 사태를 겪지 않은 이들의 정책 설계와 운영사례는 현재 프랑스에서의 탄소세 저항의 원인을 들여다보게 해주며, 후발 탄소세 도입국가들에는 본보기가 된다.

현재 북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에너지 수급과 세제현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탄소세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탄소세 도입 당시 세수확보의 중심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환경관련세로 이전하는 조세이동정책을 단행했고, 기존 에너지세의 세율 또한 하향 조정했다.

국가별로 탄소세율은 크게 차이가 나는데, 이는 탄소세 도입 시 국내외적으로 적용되는 실질탄소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기존의 과세구조하에서 조세부담을 크게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탄소세로 인한 조세 수입을 다른 에너지세와 같이 일반 정부재정으로 편입하기 때문에 각 에너지에 부과되는 총 에너지세의 조세 수준을 고려해 탄소세율을 조정했다.

그러한 반면 석유제품별 가격 대비 세금비중은 유사하다. 국제에너지기구 자료에 의하면, 무연휘발유의 경우 소비자 가격 대비 세금 비중은 41~45% 수준이며, 수송 경유와 경질연료유는 각각 48~53%, 51~67%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즉 국가별로 이산화탄소톤당 세율은 차이가 크지만 실제의 조세부담 수준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탄소세 도입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산업부문에 대해서는 탄소세의 면제 혹은 일부 환급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부문의 원료용에너지소비에 대해서는 탄소세가 면제되고 있으며 중화학공업 등 에너지집약 산업의 경우 상당 부분을 경감 혹은 면제시켜주고 있다.

산업부문에 대한 탄소세의 감세 방법으로는 노르웨이의 경우 업종 및 용도에 따른 일률적인 할인이나 면세의 방법이 적용되기도 하며,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는 상한선을 설정해 에너지·탄소세 부담액이 총매출·총부가가치 대비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보편화돼 있다.

특히 덴마크는 산업부문에 있어 상한제도 운영과 함께 용도별, 업종별, 정부와의 감축협약체결 여부 등을 고려해 다양하게 차등화 된 세금부과구조를 운영 중이다.

 

세계 탄소세 도입 고심 중

탄소세 정책은 북유럽 국가들뿐 아니라 현재 영국,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국가도 탄소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여러 나라들이 탄소세 도입 또는 확대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2010년 탄소세를 도입한 아일랜드는 고형연료에 톤당 20유로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2017년 취임한 아일랜드 수상은 탄소세율인상 계획을 밝혔다. 아일랜드는 유명 국제기후단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에 의해 재생에너지 및 기후목표 관련 EU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나쁜 평가를 받으면서 개선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9년부터 주요 온실가스 다배출산업인 발전 및 정유사 등에 톤당 10~20싱가포르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재무부 장관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한 방안으로 다배출업체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탄소세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탄소세 도입으로 정유사는 배럴당 3.5~7달러의 추가적 생산비용을 부담하게 됐고, 전력요금은 2~4%가량 상승할 것은 전망된다. 이를 통한 세입은 청정에너지 부문 일자리 창출, 저탄소산업 육성 등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모든 나라가 탄소세 도입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워싱턴주는 이산화탄소톤당 15달러의 세율을 부과해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지원강화재원으로 활용하는 법안을 주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56.3% 주민이 반대표를 던졌는 데, 이는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노력 부재와 소비자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보는 환경론자들은 워싱턴주 등 일부 지역에서의 패배를 아쉬워하면서도 석유 및 가스의 연안채굴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플로리다주 등 많은 주정부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철폐를 공약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위기의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세금, 환경 등을 주제로 지난 1월 15일부터 사회적 대토론을 직접 제안하며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 달간 전국에서 이뤄질 사회적 대토론의 결론을 도출해 정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란조끼를 입은 시위대는 입장을 허가하지 않고 부유세 부활 등은 논외로 두고 있어 소득격차로 인한 불만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기후문제의 해법으로 들여온 탄소세가 서민들에 고충을 전가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분노 또한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프랑스의 탄소세가 소득불균형이라는 사회문제와 엮이며 전 세계탄소세 도입 국가들의 반면교사가 되고 있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탄소감축성과 없는 한국, 탄소세 제기되지만 연구단계

우리나라는 탄소감축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워 저탄소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별다른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온실가스 감축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과 과세대상과의 연계성이 높으며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세제인 탄소세를 도입하고자 하는 제안이 있기도 했다. 2013년 7월에 발의된 탄소세법안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그와 같은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내재화 할 수 있는 최적의 세율을 찾아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탄소세의 목적은 세수증대가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데 있으므로 산업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세가 배출권거래제 등의 다른 온실가스 저감제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적정한 정책조합 모색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탄소세 후발주자로서 선도적인 다른 나라의 사례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스웨덴의 경우 조세부담액이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초과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상한선을 도입했고, 제조업과 농업·임업 등의 세율을 타 부문의 21% 수준으로 대폭 감면했다. 영국은 탄소세 등과 유사한 성격의 기후변화 부담금을 도입하면서 그 수입의 일부를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사용했다. 또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또는 에너지 효율성 개선목표를 이행하는 기업은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

추가적인 소비세 부과를 통해 에너지 가격이 인상되면 경제적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탄소세의 역진성을 보완할 필요도 있다. 지금의 프랑스가 겪고있는 혼란을 야기한 이 문제를 피하려면 반드시 정책 설계에 이 부분이 세밀하게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난방 취사 조명 등 에너지구입에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은 약 178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소득수준이 낮은 가구일수록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난방 연료비의 비율이 높다. 때문에 세수를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 등에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세수를 에너지 바우처, 저소득층에 대한 면세, 에너지 공급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기후변화부담금을 도입한 후 관련 수입을 노동부문의 세부담 비중을 축소하는 데 사용했으며, 독일은 탄소세 세수로 고용주와 종업원의 사회보장 기여금을 감면하는 데 이용했다.

탄소세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외부효과를 배출원에 대한 경제적 비용으로 전가시킴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고자 하는 시장원리다. 하지만 탄소세는 화석연료에만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로서 그 도입은 기존의 조세체계와 에너지수급 상황에 따라 사회적 불평등과 에너지소비구조의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탄소세 도입은 국가 조세체계와 에너지 소비구조 등의 환경에 따라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 도입돼야 한다. 우선적으로 탄소세 운영의 역사가 깊은 국가들의 사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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