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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누구나 누려야 할 인권이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1.25 09:55
  • 호수 113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온 나라 온 국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숨 쉬는 공기가 우리 국민들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 전, 환경문제 중의 문제는 단연 물이었다. 현재도 아프리카나 남미 등 상하수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는 먹는 물문제로 죽고 사는 이들이 숱하다. 대기가 정책적 의지에 달린 문제라면, 물 문제는 매우 고질적이며 기후변화로 그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고, 기술적인 문제를 비롯한 수많은 장벽들로 인해 해결이 매우 더딘 분야다. 더욱이 수자원은 지역적으로 불균등하게 분포된 탓에 항상 갈등의 씨앗을 안고 있기도 하다. 물은 누구나 동등하게 누려야 할 인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당면한 우리의 현실뿐 아니라 제3세계의 사람들이 처한 현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조금만 시선을 넓히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그들의 삶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삶, 모두를 위한 물

올해 세계 물의 날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삶, 모두를 위한 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나왔다. 누구든, 어디에 있든, 물은 모두에게 주어져야 할 인권이라는 것이다.

물 기술은 고도로 발달돼 원시적인 수처리에서 지금의 물맛까지 잡아내는 고도처리기술까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고갈돼가는 수자원에 바닷물을 먹는 물로 만들거나 이미 사용한 물을 음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낭비하지 않고 관리하느냐의 문제이지, 깨끗한 수자원에 대한 접근 혹은 생산 자체가 어렵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에 먹을 물이 없어 더러운 물인지 알면서도 마셔야 하고, 그마저도 수십 킬로미터의 길을 걸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물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이며 안전하지 못한 물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들에게 물은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비싼 재화에 속한다.

현재, 세계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약 10억 명이 식수로 적합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수인성 질병, 유아사망 등의 보건 문제는 심각하다. 유엔아동기금 자료에 의하면 위생시설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오염된 물로 설사병에 걸리며 이로 인해 하루 평균 5000명이 사망하고 있다. 수많은 질병 중 설사병은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르게 퍼져나가는 질병이며, 이로 인한 사망자수가 폐렴이나 말라리아, 홍역 등 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을 초래하는 다른 질병에 의한 사망자보다 더 높다.

또한 전 세계 25억명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위생시설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지역이 식수와 위생시설로의 접근성이 가장 낮고, 사하라이남 아프리카는 식수와 위생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각각 64%, 30%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노상배변과 관련해서는 인도를 중심으로 약 65% 이상이 남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이 같이 상하수도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는 가뭄과 홍수로 인해 더 큰 인명피해를 겪을 뿐 아니라 재난발생 후에도 오랫동안 복구하지 못하는 등 빈곤 감소의 기회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자원 격차 더욱 심화될 것

인간이 사용가능한 지구의 물 공급량에 비해 인간이 실제 쓰는 양은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절대량만으로 보면 아직 물은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증가에 따른 물 사용량의 급증과 수자원의 지역적 편재가 문제가 된다. 지역에 따라 쓰고도 넘칠 정도의 풍부한 물이 있는가 하면, 식수를 구하기 위해 먼 길을 이동해야 하는 곳이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는 세계인구의 60%가 살고 있지만 담수자원의 비율은 36%에 불과하며, 담수자원의 유효성을 위협하는 과다한 비료와 농약의 유출, 산업폐수, 분뇨 등으로 인한 오염 또한 심각하다. 빠른 산업화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농업 생산으로 지난 50년간 물의 수요는 300% 늘어났으나 공급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 지역의 대부분은 물 수요가 강과 대수층에서 공급되는 양을 초과하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줄어들고 있는 히말라야의 빙하는 미래의 담수 양을 위협한다. 결과적으로 이 지역의 대부분이 2025년에 물 부족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 문제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아직 수많은 장애요인들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시장과 기술이 수자원 부족으로 인한 위협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재도 기술은 심화되고 있는 물 문제에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물관리시스템은 잘 사는 나라에서나 실현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우리는 시장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물이 빈곤국이나 개도국으로 제공되는 접근법을 개발하고 제공해야 한다.

 

물에 대한 평등한 권리

2010년 유엔은 결의안을 통해 모든 사람의 물에 대한 평등한 접근성을 인권으로 인정했다. 물에 대한 평등한 권리는 SDGs 수립 과정에서 유엔 고위급 패널을 비롯한 민간, 시민사회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통해 최우선적 목표로 강조됐다. 유엔총회에 제출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물 분야에서는 식수와 위생의 보편적인 접근성 제공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이는 SDGs 체제에서 물분야 ODA 지원 시 평등한 접근성을 근거로 하는 물인권적 접근이 요구됨을 시사하며, 이에 따라 물인권 ODA 지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인권에 입각한 세계의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선진국인 미국, 호주, 일본은 개도국에 대한 ODA 지원이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구축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역량강화로 발전했다. 우물을 파거나 학교를 짓는 등 단순 하드웨어 수준의 기술보급에서 벗어나 손 씻기 운동, HIV예방과 같은 문화, 제도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의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또한 패권 장악을 위한 기술원조 목적에서 벗어나 세계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복지향상을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업그레이드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공적개발원조와의 관련성보다는 각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점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민참여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수원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현지사정과 지역 주민의 역량에 맞는 기능을 활용하고, 자국의 국제적인 NGO가 현지 NGO와 연대하는 방식 또는 사업수행의 주체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기관간의 유동적인 제도 운영 또한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인프라 구축의 비중이 높은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물 분야 ODA 사업은 정책 및 제도에 대한 컨설팅이나 교육 훈련 등 소프트웨어 기반의 원조 개발 협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물리적 인프라 위주의 지원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통합적 관점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회성 프로젝트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 특정지역에서 위생시설이나 수처리기술 등 공급 개선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괄적인 삶의 질이나 빈곤개선에는 다소 취약한 단점이 있다.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 여성, 빈곤퇴치 등이 통합적으로 실행되는 통합교육프로그램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안전한 물은 공중위생과 함께 공중 보건과 같은 기본적인 인권을 뒷받침하는 것이므로 지속가능한 개발과 안정되고 번영하는 세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전한 물 없는 생활을 하면서 인간의 삶과 사회는 나아갈 수 없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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