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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전통으로 이어져온 돌고래의 학살
  • 조중혁 기자
  • 승인 2019.02.26 09:04
  • 호수 114

사람들은 먹기 위해 무엇인가를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 희생이 필요없는 살상에 그친다면, 그것은 더이상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과 언제나 친할 것 같은 돌고래도 하나의 유희거리를 위해 희생당하고 있다.

 

사람들의 잔혹성이 여실히 드러난 돌고래 잡이의 세계

지난 2009년 세계는 한편의 영화와 함께 현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살상극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돌고래의 학살을 다룬 영화 ‘더 코브’ 때문이다. 한 때, 미국 제일의 돌고래 조련사로 활동했던 릭 오배리는 어느날 자신의 품에서 스스로 숨을 멈추고 죽어간 돌고래를 보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전 세계적인 돌고래 보호 운동가로 변모한다. 그리고 일본 타이지에서 세계 최대의 돌고래 잡이가 공공연하게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타이지에 잠입 취재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를 통해 보는 학살의 광경은 충격적이다. 바다는 그야말로 피바다가 되어 속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일본 정부는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을 행정상의 이유를 들어 입국을 거부하기도 했고, 자국의 돌고래 잡이에 대해 ‘돌고래는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수자원을 좀먹는 해로운 존재이며 돌고래 도축에 대해 최대한 고통없이 도축하는 신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촬영팀이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나룻배를 타고 창으로 대충 찔러서 한방에 죽으면 그나마 고통이 덜하고 어설프게 찔린 경우는 과다출혈로 숨이 끊어질 때까지 내버려둬서 죽이는 방법이라는 것이 밝혀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는 잔인한 살육·포획을 이유로 2014년 5월 타이지에서 포획한 돌고래를 구매할 경우 회원자격을 박탈할 것을 선언했고,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도 이를 받아들여, 영화가 가진 파괴력을 잘 보여줬다.

 

돌고래의 무분별 사냥, 사람도 잡는다

이 영화에는 오염을 통한 먹이 축적을 통해 중금속에 오염된 돌고래들에 대해서도 그 실태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생물농축은 해양 생태계에서 상위종이라고 할 수 있는 고래, 돌고래 종류에 대해서도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고래의 중금속 농도가 높다는 것이 문제다. 영화에 나오는 전문가는 돌고래가 겉으로 보기에는 귀엽지만, 사실은 헤엄치는 중금속 덩어리나 다름없다고 전한다. 수은과 카드뮴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가득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홋카이도 의료 대학의 엔도 테츠야 박사를 비롯한 일본과 미국의 대학 교수들이 와카야마 타이지에서 팔리는 고래고기들을 직접 사들여 분석한 결과, 일본의 인체 수은 허용치(0.4ppm)의 5000배나 되는 2000ppm의 수은이 검출되며,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더했다. 영화에서 인터뷰하는 제작진들을 상대로 “고래고기는 인체에 무해하다”라고 변명하던 일본 수산청 직원 모로누키 히데키는 그 자신이 고래고기를 먹어오다가 그의 머리카락 샘플로 테스트한 결과 수은 중독에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에게 돌고래고기를 고래고기라고 속여 파는 상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DNA 감식 전문가인 스콧 베이커 박사는 타이지에서 파는 비싼 고래 고기라고 표시된 많은 제품들이 사실은 돌고래 고기라는 걸 밝혀냈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남반구에서 잡은 건강에 좋은 고래 고기를 산다고 생각하겠지만, 타이지 해변에서 잡았을지도 모르는 돌고래를 먹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것이 과연 무슨 고기인지에 대해 의심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불분명한 전통과 상업이 합쳐져 생긴 돌고래의 학살에 대해 영화는 잔혹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에 불을 붙이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중혁 기자  megnumfi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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