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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일본정부 해양방류 검토에 ‘경악’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2.26 09:22
  • 호수 114
후쿠시마 제1원전. 사진 왼쪽에 후쿠시마 원자로 1~4호기가 있고, 오른쪽에 5~6호기가 있다.사진 뒤쪽으로 방사능 오염수를 담은 푸른색 저장탱크 944개가 1호기의 서쪽으로 보인다.(사진=그린피스 제공)

태평양과 유라시아대륙을 잇는 반도국가로서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이점 때문에 외세에 휘둘린 역사가 깊다. 오늘날 그것은 과거의 일이 됐지만, 인접한 국가들로 인해 참아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 좌중우일,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중국의 미세먼지와 일본의 핵폭탄과도 같은 방사능 위협. 그곳 정부의 대책에 기댈 수도 우리정부의 대응을 마냥 믿고 있을 수도 없다.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 111만 톤의 태평양 해양 방류를 검토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이 나라의 안타까운 처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검토 중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8년. 전 세계의 토픽을 장식하며 그 위험성을 알렸고, 에너지정책의 전면 수정을 이끌어 낸 역사적 재앙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원전 사고 최고위험단계인 7등급의 위력은 일본국토와 태평양 수천 평방킬로미터의 지역을 오염시켰으며, 16만 5000명의 피난민을 낳았고, 당시 멜트다운(핵연료의 용융) 된 제1원전의 용융핵 연료 추출계획은 이미 현실성을 잃었다. 지금도 온도가 치솟고 있는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매일 엄청난 양의 물을 원자로로 쏟아 부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와 자연적으로 흘러드는 지하수가 합쳐져 형성되는 고준위 오염수의 처리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또한 오염수의 다핵종 제거 설비인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활용해 방사성 준위를 낮춰 오염정도를 규제치 아래로 떨어뜨려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장담한 일본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그러한 기술력도 없음을 인정했다.

이런 와중에도 인근 지하수가 원전 내부로 흘러들어가면서 방사능 오염수는 날마다 최대 150톤씩 늘어나고 있다. 도쿄 전력은 지하수를 뽑아낼 우물을 설치함으로써 원자로 건물로 흘러드는 지하수의 양을 줄이려 했지만, 늘어나는 오염수를 막지 못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원자로 둘레 약 1.5km에 빙벽을 설치, 그것을 6년간 운영하면서 “건물 내 오염 지하수를 정화 처리하고, 건물 방수작업을 끝내 2020년에는 제1원전 부지 내의 건물들에 물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계획했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주장은 전제부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급기야 방사능 오염수를 담아놓은 저장탱크에서 오염수 300톤이 새나온 것이 최근 확인됐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2018년 12월 13일 기준 제1원전(1-4호기)에 보관된 오염수 양은 111만 톤. 이중 98만 8000톤이 재처리돼 철제 탱크에 저장됐으나, 처리해야 하는 양은 매주 2000~4000톤씩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111만 톤을 적정한 정화처리 없이 해양에 방류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가장 저렴한 방식 채택, 원전사고의 과오 답습하는 꼴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할 경우 일본 국내는 물론 인접국인 우리나라와 태평양 연안국의 해양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 정부는 왜 이런 무모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역시 돈이다. 정화처리기술의 개발과 처리해야 할 방사능 오염수 관리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바다에 버리는 것이 제일 싸다는 판단이다.

도쿄전력의 평가에 따르면, 처리수 6만 5000톤에 포함된 스트론튬 90은 규제치의 100배에 달했다. 일부 탱크에서는 규제치의 2만 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동안 도쿄전력은 ALPS가 오염수의 방사성을 배출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실제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것이 태평양에 방류됐을 때 일어날 일들을 우리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원폭 피해의 결과를 잘 알고 있는 일본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해양 방류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따름이다.

일본이 상상을 초월하는 원전사고를 겪은 것은 도쿄전력이 비용 절감을 위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를 애초 해발 35m보다 무려 25m 낮은, 해발 10m에 건설한 것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일본 동북지역 해안에서 진도 8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20%이며, 최대 15.7m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강타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같은 경고를 무시했으며, 이에 대해서는 일본 규제당국도 알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킨 원전사고의 원인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이러한 과거의 잘못을 현재도 답습하려 하고 있다.

 

일본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처리기술을 개발하는 것뿐이다

그린피스 독일사무소가 지난 1월 펴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위기> 보고서에서 숀 버니 수석원전전문가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모든 오염수를 재정화하는 데 5~6년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염수의 양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유일한 해법은 오염수를 철제 탱크에 중장기적으로 저장해 그 사이에 처리기술의 발전을 꾀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사실상 한 가지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야 일본도 살고 주변국도 안전하게 갈 수 있다. 이는 방사성 물질로부터 모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이기도 하다. 이마저도 관리나 기술적 미흡함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 또 사고로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하나하나가 시한폭탄과도 같다.

최근 일본정부는 핵연료 찌꺼기를 로봇을 이용해 들어 올리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무려 8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 후속조치라는 것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력자체를 키우는 일을 병행하면서 이뤄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지난 잘못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더 큰 화를, 더 큰 비용을 불러오지 않으려면, 지금 내리는 결단에 매우 신중해야 함을 알아야 한다. 해양에 방류된 방사능 오염수로 인해 미래에 재투입해야 할 비용이 얼마가 될지 추정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한 번 흩어진 오염수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염수 위기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미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도쿄전력의 대책은 더욱 큰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우리 해양과 국민들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위험한 결정을 막아내야 하며,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

한 가지 더하면, 불안한 국민들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정부의 대응상황을 열린 자세로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의 환경과 국가의 안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사후 처리에 관심이 필요한 때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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