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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이 쓰레기산, 정부 팔 걷어야 할 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2.26 09:23
  • 호수 114

경북 의성군 단밀면 한 쓰레기처리장에 높이 10m 이상 되는 쓰레기산이 있다. 태평양 한 가운데 섬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섬과 맞먹는 충격적인 장면이다. 미관은 말할 것도 없고 주민 건강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는 고도 경제성장 이면의 후진적인 한국의 소비행태와 제도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다. 더구나 이곳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쓰레기산이 존재하며 그 양은 120만 톤에 육박한다고 한다. 작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쓰레기 문제가 최근 벌어진 필리핀 불법쓰레기 수출로 재점화되면서 그 관심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이제야 터진 것이지만 이제라도 사회이슈가 되고 정부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잘 된 일이다.

 

전국 120만 3000톤 쓰레기 쌓여 있어

의성 쓰레기문제부터 보면 해당업체는 허가량의 무려 80배나 되는 17만 3000톤의 쓰레기를 산처럼 쌓아 놨다. 사실상 방치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자주 화재가 발생해 화재진압을 위해 국고 24억 원이 긴급 투입되기도 했다. 진압과정에서 위험이 따르고 소방수로 인한 침출수와 유독가스까지 더해져 주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당 업체에게는 여러 번의 행정시정명령과 과징금이 내려졌지만 업체는 되레 행정소송으로 대응하면서 영업을 계속해왔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관련업체와 관계 공무원을 불법영업 및 직무유기로 고발하면서 문제제기가 커졌고, 그러자 관계당국에서 팔을 걷고 나섰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한 번에 없앨 수는 없다. 당국은 그 중 2만 1000톤만 올해 안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쓰레기의 종류와 재활용 쓰레기를 조사해 적정한 처리방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쓰레기 처리업체는 쓰레기를 수주 받아 처리하는 업체다. 쓰레기를 재활용하거나 적정한 방법으로 처리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이 업체는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전 단계로 만드는 중간재활용업으로 시작해, 이후에는 재활용까지 하는 종합재활용업으로 허가를 받은 업체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불법으로 방치할 수 있었던 일차적인 원인은 업체의 도덕적 해이에 있고, 그 다음은 제도적 허점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쓰레기 처리업체는 쓰레기 허용치의 1.5배까지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의성 쓰레기산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허용범위를 80배나 넘어서지만 그것은 제 때에 관리되지 않았다. 그리고 전국에 이와 같이 방치된 쓰레기가 무려 120만 3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쓰레기 처리 및 관리제도 뜯어 고쳐야

관계 공무원들에 따르면 야간시간 등을 이용해 무단으로 불법 투기하는 쓰레기를 적발하고 관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불법 투기된 쓰레기는 수거돼서 민간업체로 건네지고, 적법하든 적법하지 않든 한 곳에 쌓이게 되는 구조다.

현재 쓰레기 인허가는 한국환경공단의 올바로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 하지만 이는 향후 쓰레기가 어떤 식으로 얼마나 처리됐는지에 대해서는 통계 처리를 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쓰레기의 전단계를 관리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이를 토대로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지자체로서는 그 한계가 분명한 것이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보완하고 예방하고자 마련된 것이 이행보증제도다. 쓰레기 처리업체가 보증기관에 보증금을 납부하고,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서 사회문제가 됐을 때, 보증기관에서 처리금을 대신 집행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한도가 실제 처리 단가를 따라가지 못해 이마저도 현실성이 없고, 이로 인해 쓰레기 방치가 늘어나고 있다. 의성 쓰레기산 처리업체만 해도 보증보험회사에 가입한 이행보증금이 중간재활용업 1억 6300만 원, 종합재활용업 1억 55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최근 2년 간 소각(2016년 18만 원→2019년 26만 원 29.5% 증가), 매립(2016년 7만 원→2019년 14만 원 44.2% 증가) 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됐으나 현행 이행보증금 처리단가에는 반영돼 있지 않다.

불법 수출된 필리핀 쓰레기에 대해서는 정부가 반입해 그 처리를 대집행하고 추후 업체로부터 구상권을 행사해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도 해당업체가 처리능력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난립한 불법 쓰레기 업체들의 뒤처리를 해야하는 상황에 와 있다.

 

정부, 불법 쓰레기 관리 강화 대책 수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2월 21일, 불법폐기물 관리 강화 대책을 수립했다. 대책에는 방치·불법투기·불법수출 등 부적정 처리된 폐기물의 전수조사 결과 및 이에 대한 신속한 처리방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이 포함됐다.

환경부의 전수조사 결과로 총 120만 3000톤의 불법폐기물이 확인됐다. 종류별로는 각각 방치폐기물 83만 9000톤, 불법투기 폐기물 33만 톤, 불법수출 폐기물 3만 4000톤이 적체돼 있는 것으로 나왔다. 방치폐기물은 조업중단·허가취소 등으로 폐기물처리업체 내에 적체된 폐기물이며, 불법투기폐기물은 폐기물 처리업체가 아닌 임야, 임대부지 등에 무단 투기된 폐기물을 말한다. 지역별로는 14개 시도, 총 235곳에서 불법폐기물이 발생했으며, 경기도가 69만 톤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경북, 전북, 전남 순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 폐기물의 유입이 원인이며, 경북·전북·전남 등은 인적이 드문 임야 등에 불법폐기물이 집중 발생한 데 따른 것이었다.

환경부는 불법폐기물의 40%를 연내 처리하고 2022년까지 모든 불법폐기물 처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방치폐기물은 발생 원인자, 토지소유자 등 책임자가 49만 6000톤(약 60%)을 처리하고, 그 외 34만 3000톤(약 40%)은 대집행을 통해 2022년까지 전량 처리하며, 불법투기 폐기물은 원인자 규명 등 집중수사를 거쳐 책임자가 처리토록 조치, 불법수출 폐기물은 책임자 처리 및 대집행으로 연내 전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불법폐기물 발생 예방을 위해서는 재활용 수요, 소각용량 등을 확대해 폐기물을 원활하게 처리되도록 하고, 폐기물 전 과정 관리시스템 구축, 지자체 공공관리강화 등으로 불법행위를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심각한 쓰레기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시점에 마련되는 것이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지금 부터가 더 중요하다. 그 세부 내용들을 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제가 남았다. 쓰레기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한층 커져 있는 이때,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전국이 쓰레기산, 불법·방치폐기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난 2월 8일 신보라 의원실 주최·한국환경공단 주관으로, 전국 쓰레기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들여다보고,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논의들이 오갔는지 주요 내용들을 살펴봤다

 

예전과 달라진 소비형태가 단번에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관리다. 쓰레기 문제를 개인과 민간업체의 양심에 맡겼다가는 온 국토가 쓰레기 집하장이 될 판이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불법·방치폐기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국제적 비난을 받은 폐기물 불법수출 등의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 좌장은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맡았고, 환경부 권병철 폐자원관리과장과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이 ‘불법폐기물 투기·방치 근절대책’에 대해 정부와 민간 전문가의 입장을 각각 발표했다.

환경부 권병철 폐자원관리과장은 조직 폭력배, 무허가업체, 운반업자 등이 결탁해 소각·매립비용보다 싸게 수주 받아 임대부지 등에 투기하는 신종 불법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쓰레기 인수인계시스템(Allbaro) 상에서 인허가정보, 재활용 용량, 처리실적 등이 연계되지 않아 부적정 처리되는 경우는 확인이 불가하다는 점, 또한 폐기물 불법처리에 대한 처벌기준 완화, 집행 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불법행위의 근본적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한국은 폐기물처리의 기초체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폐기물처리 인프라를 리모델링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언급한 뒤, 의성 쓰레기산과 관련해 정상적인 운영업체는 이런 행위를 하지 않으며, 운영을 접으려고 할 때 마지막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쓰레기 투기를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업체의 편법대응에 대해 강한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전했으며, 불법 수출된 필리핀 쓰레기에 대해서도 재활용 목적인지 처리목적인지 알 수 있는 판단기준이 현재 제도에는 없다며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토론에는 김건 경기도 환경국장을 비롯해 김은숙 한국환경공단 폐기물관리처장, 정혁진 법무법인 정진 대표변호사, 안승호 한국건설자원공제조합 전무이사, 진원기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부이사장, 오재만 한국폐기물재활용공제조합 이사장, 이윤구 동양경제정보연구소 이사, 박일두 SGI서울보증마케팅·상품본부장이 참여했다.

김건 경기도 환경국장은 “근본적으로 사업장폐기물을 민간이 처리하는 시스템이 아니고 공공이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며, “모든 책임은 폐기물을 배출하는 사람에게 묻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진원기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부이사장은 “소각·매립도 자원순환에 있어서 하나의 커다란 축인데,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도 재활용 대상이 되면서 불법수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하며, “규제를 풀어 폐기물 소각·매립시설을 확충해서 처리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이윤구 동양경제정보연구소 이사는 “확인된 물량에 대해 추가보증에 대한 과정이 강제돼야 한다. 보증의 보험기준을 현재대로 하면 업체가 1.5배만 비용부담을 하고 계속 방치하게 된다”면서 “잔여 물량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보증사에서 보증의 한도를 증액해나가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신보라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근절대책의 추진상황을 살피고 다양한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추진계획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보다 구체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대책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되고, 나아가 전향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으려면 이와 같은 토론의 장을 통해 원인 분석과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자리가 계속해서 마련돼야 할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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