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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 지역균형발전, 경제성 무시하겠다는 예타 면제4대강보다 많은 24조 1000억 대규모 국책사업에 절차를 없앤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2.26 09:27
  • 호수 114

지난 1월 말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조 1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추진하겠다는 정부방침을 밝혔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는 이유다. 애초에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대형 국책사업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경제성, 정책성,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모든 측면을 고려해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결과와 상관없이 일단 사업을 벌이겠다는 것과 같다. 예산 규모도 4대강 사업(20조 원)보다 많은 24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엄청난 규모의 토건사업을 통한 반짝 경기부흥 뒤에 야기될 수많은 사회적 갈등과 환경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토목건설사업 비판한 지난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고, 지역과 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이번 예타 면제를 제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을 살리고 죽은 경제를 활성화시킬 대안이 결국은 대규모 건설사업이라는 결론에 미친 것이다.

정부가 밝히는 사업의 전체 규모는 총 23개 사업, 24조 1000억 원으로 지역의 산업경쟁력 제고와 지역주민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 약 13조 원이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물류·국가기간망 사업이 약 11조 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번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은 과거의 토건사업과는 다르다며, 그 대상사업이 SOC 외에도 R&D 투자 등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사업을 포함시켰고, 환경·의료·생활·교통시설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번 예타 면제를 받은 23개 사업 중 20조원 이상이 도로·철도·공항 등 전통적인 SOC 사업에 투입돼, 대형 건설사들의 배만 불리는 특혜성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업 검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경제성 부족이 뻔한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예타 면제 대상사업을 절차대로 검증했을 때 사업추진의 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을 정부의 특권으로 시행토록 해준다는 것과 같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사업추진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의 이러한 발표가 있자,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현재의 4대강 사업 재자연화라는 정부 방침과 정면으로 대치된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경제성 분석을 통해 보해체를 처리하고 있다. 이미 진행된 사업에 대해서도 경제성 분석을 통해 원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정부다.

대형 국책사업은 그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 때문에 한 번 시행하면 되돌리기가 무척 어렵다. 설사 중간에 잘못된 정책이라는 점을 알게 되더라도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이러한 오류를 늦게나마 바로 잡겠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해 다시 잣대를 대고 있는 것이 현 정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 1999년 제정한 것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다. 그 전에는 정권의 방향에 따라 마구잡이식 개발사업이 추진됐고, 그로 인한 정책실패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아왔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추진한 사업도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대규모 간척사업과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텅 빈 공항과 국도가 이를 말해준다.

 

혈세 낭비와 환경파괴 불가피할 것

지역균형발전은 어디까지나 면밀한 검토 위에 그 사업성이 담보될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도리어 지역민들에게 애물단지만 될 뿐이다. 사업의 부지 확보를 위해 토지를 강제수용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갈등이 촉발되는 것은 물론 더러는 지역을 떠나야 한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에 대해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그에 따라 사업자에게 요금 인상 등 특혜도 주게 될 것이다. 그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난개발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국토면적 대비 고속도로와 일반국도 면적이 OECD국 중 최상위에 속한다. 이미 개발할 만한 데는 개발이 됐다는 얘기다. 개발 과정에서 소음과 미세먼지 등 지역환경과 거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고, 그에 대한 불만도 커질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이러한 환경파괴와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검증장치인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구상할 수 있는 사업이 꼭 이러한 건설사업밖에 없을까?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창의적인 사업을 고민할 수는 없었을까?

이번 예타 면제의 기저에는 내년도 총선을 겨냥한 지역 퍼주기식 사업이라는 비난의 말이 많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엄청난 규모의 사업을 국가 주도로, 그것도 절차 없이 진행할 명분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사업의 성패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을 미리 예측하고 검토하는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진행되는 사업은 이미 오류를 가지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스르고 생태계를 파괴한 사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부는 해당 사업을 최대한 2029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국비기준 1조 9000억 원이 소요돼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이라고 한다. 문제는 사업의 내용이고 그것의 타당성을 검증할 최소한이 무시된다는 것이다. 일사천리로 내어준 사업에 환경영향평가 역시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빼어든 경제 살리기, 지역균형발전의 무기가 국민 세금을, 국토의 생태계를 휘두르는 데 쓰이질 않길 바란다. 그리고 그에 대한 공과에 대해서는 회피하지 않고 분명히 직시하길 바란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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