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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수도 시장의 민간위탁, 미래를 위한 선택
  • 조중혁 기자
  • 승인 2019.02.26 09:36
  • 호수 114

공공성이라는 영역이 확고하게 사람들에게 인식돼온 산업영역을 꼽자면 상하수도 관리 및 운용사업을 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생활을 함에 있어 아무 걱정없이 써온 물을 나라에서 책임지는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하수도 시장의 발전을 위해 민간기업의 활약이 앞으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면서, 이런 관념도 변화가 오고 있다.

 

물강국 달성을 위한 진정한 선택

상하수도사업의 민간기업의 진출은 해외에서 일찍이 진행됐다. 유럽과 남미의 주요 국가들은 1970년대 이후 공공부문에서 담당해 온 상하수도 사업에 민간참여를 허용해 왔으며, 이는 물산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물시장은 미래의 황금산업으로 비유되고 있으며, 전 세계 시장규모는 2004년 886조 원에서 2015년 1600조 원까지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물 강국 달성을 목표로 민간기업에 수도사업을 허용하고, 핵심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연관사업 지원 등을 포함하는 물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제도적인 지원이 불충분한 실정이다. 우라나라에서 민간부문의 물산업 참여는 생수시장과 하·폐수 처리에 제한돼 있다. 시장규모가 가장 큰 상수도사업의 경우에는 164개의 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물산업은 상하수도, 폐수처리 및 재할용, 수처리 엔지니어링, 화학분야 등 관련 분야 파급효과가 상당하고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산업으로, 최근에는 급속한 기술혁신으로 인해 새로운 부가가치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낸 ‘물산업 운영·관리 분야의 민간산업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161개 지방상수도사업자(지자체)와 1개 광역상수도사업자가 국내 총인구의 96.5%인 5080만 4000명에게 먹는 물을 공급하고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상수도 161개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나 한국환경공단에 위탁하는 24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직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안전·안보의 문제로 민간 위탁은 전무한 실정이다. 경제 효율성 확보를 위한 인구 5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 상수도가 139개(86%)였고 5만 명도 되지 않는 상수도가 60개(37%)였다. 지방 하수도의 처리인구는 4892만5000명, 하수도보급률은 92.9%다. 공공하수처리시설(3904곳, 하루 2만 5399㎥ 처리용량)의 경우 시설 수를 기준으로 민간위탁이 2727곳(70%)에 달했고 하루 처리용량으로는 민간위탁이 1만 749㎥(42%)를 차지했다. 민간위탁 시설의 처리단가는 138.8원/㎥로 직영(239.4원/㎥)보다 훨씬 경제적이지만 민간위탁 시설의 86%가 하루 처리용량 500㎥ 미만의 소규모였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활용되는 상하수도시설의 민간투자사업의 방식은 크게 BTL, BTO, BOO, BOT 등 4가지로 구분된다.

이중 BTL(Build-Transfer-Lease)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적시된 민간투자사업 방식의 하나이다. 사회기반시설의 준공(Build)과 동시에 당해 시설의 소유권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Transfer)된다. 사업시행자에게 일정기간의 시설 관리운영권(사용권)을 인정하되, 그 시설 관리운영권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약에서 정한 기간 동안 임차(Lease)해 사용·수익하는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다.

BTL과 같은 법에 따라 운영되는 BTO(Build-Transfer-Operate)는 민간이 건설하고 소유권은 정부나 지자체로 양도한 채 일정기간 동안 민간이 직접 운영해 사용자 이용료로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투자사업 방식이다. 이 방식은 준공 후 약정된 시설관리 운영기간 동안 시설사용자로부터 직접 이용료를 징수해 수익을 올리고 투자금을 회수하게 되므로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이라고도 한다.

BOO([Build-Own-Operate) 방식은 사실상 민영화라고 불릴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민간자본으로 민간이 건설(Build)한 후 소유권(Own)을 가지며 직접 운용(Operate)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의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운영되는 BOO는 재원부족 문제 해결 등의 이점이 있지만, 높은 위험에 따른 금리 수수료 발생 등의 단점도 수반한다. 마지막으로 BOT(Build-Own·Operate-Transfer)는 민간 기업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 사회 기반시설을 준공한 후 일정 기간 관리·운영한 뒤 정부에게 그 소유권을 이양(Transfer)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프랑스의 다국적기업인 베올리아와 수에즈는 현재 90개국에 진출해 각각 1억 2000만 명에게 급수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들 다국적기업은 새로운 물수요가 발생하는 개발도상국가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상수도를 직접 운영하는 국가에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수도시장의 미개방으로 이들 다국적기업이 하수도시장과 민간부문의 수처리 시장에 우선 진출해 있다. 앞으로 FTA, WTO 등 국제간 협약을 통해 상수도시장의 개방압력이 증대될 예정인 만큼 우리나라도 범정부적 지원을 통해 물 관련 사업을 미래전략 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단위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관리권역을 유역 단위로 대형화함으로써 경제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대형 물 전문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상수도의 경우 민간기업과 공기업 간 협력이 가능한 제3섹터 방식 적용을 검토하고, 하수도는 민간기업과 공기업 간 공개경쟁 체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육성책에는 핵심기업 육성, 민간기업 허용방안, 핵심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 연관산업 지원 등 구체적인 계획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상수도사업의 광역화를 통해 현재 164개로 나뉘어 있는 자치단체의 상수도사업을 30개로 광역화하고, 수도권의 경우 한강수계의 상수도사업을 통합해 급수인구 2000만 명의 물기업이 출현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의 잇따른 민간위탁 증가, 하지만 여론 반발도 커

현재 지자체들은 이런 상하수도 시장의 미래에 대비해 저마다의 대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제주특별자치도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부터 펌프장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민간 전문업체에 관리를 위탁하는 등 상하수도 업무 체계를 혁신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도는 공공하수처리장 등 고도의 전문적 관리가 필요한 시설은 민간 전문업체에 관리 위탁하고, 모든 시설 공사와 사후 관리는 점검→확인→평가의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특히 앞으로 민간전문업체에 위탁해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고, 내년에는 하수처리장 1개소, 중계펌프장 1개 지역을 시범 위탁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8개 하수처리장을 위탁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지방환경공단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조직도도 재편한다. 상수도 분야는 깨끗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수질관리과’를 신설하며, 하수도 분야는 관리 범위가 광범위한 제주와 서귀포 하수운영과의 조직 확대를 추진 중이다.

다만 이 같은 민간위탁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이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 2016년 대전시의 상수도 민영화 방침에 대해 여론의 반발이 심해 결국 철회를 하기도 했다. 당시 권선택 시장은 철회방침을 밝히며, 이 사업은 결코 ‘민영화’가 아니다, 민간투자법에 따른 민간위탁사업이라며 민영화에 대한 이러한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됐다. 법상 이 사업의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서 설득과 홍보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말해 국민 인식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일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세계는 앞으로도 이런 상하수도 시장의 민간기업들의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일방적인 공공화 유지로 오히려 상하수도의 질을 낮추지 않도록 심도 있는 논의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조중혁 기자  megnumfi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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