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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국내 물산업, 탈출구는 없나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02.26 09:37
  • 호수 114

우리 삶의 필수요소인 물이 기후변화, 물부족, 수질 오염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물산업은 그 노력을 증명하듯 지속 성장 중이다. 그러나 국내 물산업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듯 침체 속에 빠져 있다. 침체에 빠진 국내 물산업의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없을까?

 

물산업의 고공행진은 계속된다

물이 귀한대접을 받는 시대가 열렸다. 기후변화, 수질오염 등으로 물부족으로 인해 위협받는 국가들이 늘어났고, 도시화와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물의 수요는 늘어나고만 있다. 물은 석유만큼이나 필수적이고 귀한 자원으로 거듭났다. 이에 물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수자원 개발·관리부터 취수, 정수, 하수처리 등의 물순환 부문뿐만 아니라 생수, 정수기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물을 활용한 산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세계적인 물 전문 리서치 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는 세계 물산업시장이 연평균 약 3.0%씩 지속 성장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실제 GWI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500조 원 규모이던 물산업 시장은 2016년 800조 원을 돌파했으며, 2020년 940조 원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OECD 역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향후 20년간 18조 달러가 넘는 자원이 물 산업에 투자될 것’이라며 ‘2025년 1000조 규모의 세계 최대 투자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과 전망을 증명하듯 물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산업의 대표 사업으로 볼 수 있는 상하수도 부문은 상수도 부문 4.6%, 하수도 부문 4.8%의 꾸준한 연간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물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술로 꼽히는 해수담수화, 재이용수 부문은 각각 7.5%, 18.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물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 역시 심화되고 있다. 특히 공공사업으로 인식됐던 물산업이 민간사업으로 확장되면서 ‘수에즈’, ‘베올리아’ 등의 혁신적인 기술과 마케팅 전략을 세운 거대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물산업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은 물론 싱가포르, 그리스 등 세계 각국이 물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기술투자와 정책을 이어가면서 경쟁이 글로벌화 돼가고 있다.

 

매년 3월 개최되는 워터코리아는 국내 침체된 물산업의 현실을 반영하는 듯이 방문객과 입주기업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사진 2018 워터코리아)

침체에 빠진 국내물산업, 원인은?

물산업의 가파른 성장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물산업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현재 국내 물산업은 가파른 물산업 성장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침체에 빠져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국내 물산업은 공공재적 성격을 띄고 국가주도로 이뤄져 왔다. 이에 따라 수자원 관리를 비롯해 상하수도, 정수 부문의 산업은 빠르게 이뤄졌다. 국내 물산업의 84%를 상하수도가 차지하고 있으며, 댐 건설 등의 건설부문이 그 뒤를 잇는다.

문제는 상하수도의 경우 행정구역 단위별로 164개 사업자로 나눠져 있어 지역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시설 중복투자 등 연계와 운영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공공재적 성격으로 값싼 요금으로 인해 만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건설과 시공의 경우는 대기업 위주로 이뤄져 영세 기업들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국내 물산업은 기술경쟁이 아닌 가격경쟁 위주의 저수익 구조가 고착돼 물기업의 대부분이 해외보다는 내수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띄고 있다. 특히 국내 물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하수도 부문의 경우 상하수도를 관리하는 지자체가 한정적인 예산 때문에 혁신적인 기술과 장비보다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가격의 기술과 장비를 우선했고, 기업은 이러한 기조에 맞춰 기술혁신보다는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물산업의 침체를 가져왔다.

또한 건설과 제조 분야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도 있다고 하지만 대형 건설사와 일부 제조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물기업들의 경우 사업기획, 금융, 리스크관리 등 기획 및 지원 분야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2016년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스마트 물산업 육성전략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물산업 시장규모는 125억 달러로 세계 12위 수준에 해당한다. 순위만 따졌을 때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물기업 수는 1만 1035개, 업체 종사자 수는 12만 9153명으로 업체당 종사자 수가 11.7명 정도로 계산된다. 이는 매우 영세한 실정이다.

 

국내 물산업 진흥의 교두보가 될 물산업클러스터 조감도

반전을 위한 노력

현재 국내 물산업은 말 그대로 위기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갈수록 심화되는 국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실제 세계 최고 물산업 국가로 꼽히는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국가들의 경우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자신들의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민·관·산 및 NGO까지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외진출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 등의 기존 환경강국이 아니던 나라들 역시 물 부족 과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물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와 기업이 나서고 있기 때문에 반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010년 11월 녹색성장위원회 주관으로 ‘물산업 육성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으며, 2015년 4월 ‘제7차 세계물포럼’ 개최하면서 물산업 선도국가로의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2016년 정부는 대구광역시에 물산업의 육성과 해외진출을 도울 수 있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착공했으며, 같은해 1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스마트 물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면서 기후변화대비, 지속가능한 물 공급 이용체계를 구축해 물 복지를 증진하고, 물기업 매출액(2015년 31.4조원 → 2030년 50조원), 수출액(2015년 4.1% → 20%) 등 물산업 육성의 세부적인 목표를 지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는 천천히 반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로 이원화 돼 있던 물 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됐으며, 그동안 숙원이었던 물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물산업을 지탱할 만한 법제가 마련됐다. 이와 함께 2018년 완공예정이었던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현재 90% 이상 완공돼 입주기업들의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50여개의 유망 물기업을 유치해 2020년까지 6700억 원을 투자, 신규 일자리 3500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의 침체된 물산업을 부흥시킬 법제와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영세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물산업 기업들을 위해 중소기업 판로 개척 상담회 등을 통해 우수 중소기업의 기술을 해외로 진출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물산업 새싹 기업 육성 과정을 통해 신기술, 기술혁신, 창업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정부는 연간 4.7% 성장세를 토대로 한 국내 물산업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35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하수도가 14조 6459억원으로 가장 커지고, 이어 상수도(8조 9226억 원), 정수기(3조 8406억 원), 수자원(3조 4602억 원), 먹는 샘물(2조 7099억 원) 등의 순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물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와 법, 인프라가 구성됐고, 물산업을 위한 다양한 국가주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는 많이 남아있다. 내수시장 고착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부족, 전문인력 부족 등 물산업 진흥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산재돼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주도의 물산업에서 민간주도의 물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해외 시장처럼 국내 물산업 기업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특히 민관의 협력을 통한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 내 물산업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연관 산업을 발굴해 차별화를 도모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강점을 살려, 의료산업, 에너지, 자동차산업 등 연관 산업을 발굴하고 시너지를 창출해 각 산업의 동반성장을 도모한다면 물산업의 새로운 기술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강소기업과 전문인력의 육성을 위해서는 기업과 기업간의 경쟁이 아닌 협력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인력을 양성한다면 포화상태인 내수시장보다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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