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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대화, 새롭게 해석한 전통 문인화로의 초대 / 박금희 작가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3.28 09:04
  • 호수 115
<봄의 여신>, 48.3×58.5cm, 장지에 수묵담채, 2018

20년 간 문인화 작업을 해온 박금희 작가는 몇 년 전부터 화선지나 먹이 아니라 캔버스에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회화작업을 하고 있다. 전통회화, 문인화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한국적인 정신성이 있다. 그리고 자연과의 대화…. 작가는 지금의 우리가 쉽게 잊곤 하는 것들을 영원한 화두로 여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더 간절해진 자연에 대한 감각들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재해석한 그의 작품은 지금의 우리를 새로운 전통 문인화의 세계로 이끈다. 작가의 초대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자.

 

작업의 주제, 작품을 통해 공통되게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자연과의 대화’라고 할 수 있어요. 서양의 철학이 인간 중심이라면 동양의 철학은 자연 중심이죠. 동양의 옛 그림들을 보면 사람이 아주 작게 그려진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거예요. 반면, 서양화에서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자연은 배경으로만 표현하고 있는 그림이 많아요. 저는 동양의 정신성을 좋아하거든요.

 

현대에 문인화가 가지는 매력이나 의미는?

문인화는 다른 장르의 그림과 달리 작가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데, 그 글은 어느 때엔 강한 힘을 보여주죠. 그리고 풍자가 바로 가능하죠. 또한, 문인화 하면 담박, 소쇄, 여백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데 아주 복잡하고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하는 ‘힐링아트’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업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언젠가 그림을 그리신 지 60년이 넘었다는 선생님께 작업하면서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려우시냐고 여쭤보았더니 무엇 하나 어렵지 않은 것이 없다는 답을 주셨어요. 그런데 저는 어쩌겠어요. 그래도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먼저 어떤 정신성을 담아내는가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작품에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 그런 의도를 갖게 하는 상황, 예를 들자면 계몽적인 작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환경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해야 할 상황, 어느 특정인에게 주게 될 작품을 그리게 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자신의 의도를 잘 담아내는 일인 것 같아요. 다음은 조형성(구성)이 아닐까 싶어요. 작가가 의도한 정신성을 담을 소재의 특성을 살려 조형적으로 잘 표현한다면 좋은 작품이 되겠죠. 또 선, 색이 있겠죠. 선은 부드럽게, 거칠게, 딱딱하게, 습하게 등이 잘 나타나야 하고 색은 농, 중, 담, 그리고 밝게, 어둡게, 습하게, 딱딱하게 때론 몽환적이게 등의 색감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죠. 글쓰기도 있어요. 그림을 잘 표현해 놓고 글이 엉망이어서 처음엔 창피할 때가 많았었죠. 글씨도 그림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맞는 것 같아요.

 

<바램-풍요>, 45×49cm, 화선지에 수묵채색, 2017

작품의 소재나 작업의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작업의 영감은 수시로 일어나요. 여행 가서, 작품을 관람하면서, 책을 읽다, 길을 가다 등으로요.

 

기존의 작업 흐름은 어떠했으며, 앞으로의 방향은?

저는 전통 문인화를 20여 년을 했어요. 처음에는 무조건 스승님이 해 주신 체본을 모방하기에 급급했죠. 화선지 수십 장씩을 버려가면서 그려도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런 날은 잠도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몇 년은 문화센터에서 하는 문인화 과목을 두세 군데 배우러 다녔어요.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표현하는 방법이 서로 달라서 많이 배웠죠. 전통 문인화를 했으니까 주로 사군자를 비롯해 화조도, 초충도, 어해도 등을 그렸었죠. 지금도 그런 작업은 계속하고 있고요. 한편으로는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데 지금의 시대와 공간에 어울리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 가능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어디까지나 예술이 예술가가 사는 사회의 환경으로부터 무관하지 않잖아요. 멀티미디어 소통방식이 통하는 시대에 조선 시대 선비들이 그렸던 그대로를 답습하기에는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2년 전부터 장르, 재료, 기법 등을 기존과 다르게 작업하고 있어요. 앞으로 비구상 작품을 많이 연구하고 싶어요. 그러나 동양의 자연에 대한 태도나 정신, 즉 동양의 정신성을 바탕에 두고 있지요. 또 요즘 한글전각을 하고 있는데 직접 지은 시어(詩語)들과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각(刻)해 탁본하는데 정말 매력 있어요.

 

<어수지친>, 46×38cm,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8

감상자와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제가 그림을 시작한 지 십 년쯤 됐을 때 처음, 안산 단원미술관에서 매화를 소재로 작품전을 했어요. 그중에 100호 정도의 매화 그림을 어떤 분이 사시겠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러면서 그림값은 얼마냐고 묻더라고요. 그런 일이 처음이라 얼떨결에 작품값을 너무 싸게 얘기를 한 거예요. 한 번 한 얘기를 번복할 수 없어 속 쓰려 하면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림을 사 가신 분에게 전생에 빚을 진 것 같다면서 그분이 그 그림을 보고 행복해한다면 그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위로를 받았죠.

그리고 작년 킨텍스에서 대한민국미술문화축전이 있었을 때 서양화하시는 선생님 한 분이 제 작품의 바탕 작업을 보시면서 “이 바탕 작업 특허 내셨어요?”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것을 칭찬으로 알아들었어요. 왜냐하면, 문인화 작가로서 처음 시도한 기법이었기 때문이었죠.

 

감상자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미술을 감상하는 것에 있어서 예전과 다르게 전시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미술문화에 대해 ‘즐기는 것’이라는 인식이 커진 것 같아요. 그러나 아직도 전시장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이 있고, 특히 입체로 표현한 작품들을 만져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스스로에게 예술은 무엇인지?

무엇을 하든 ‘나’를 찾아가는 삶은 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처음부터 완성돼서 세상에 나오지 않잖아요.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예술이란 나의 가능성에 대해 도전하는 거죠. 그것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 작가 박금희 프로필

- 개인전 2회, 아트페어전 및 부스전 4회, 단체전 60여회

- 경기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운영위원·심사 역임,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 역임,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 초대작가

- 한국미술협회회원, 한국미술문화총연합회회원, 한국조형예술학회 회원

- 화실 ‘연지방’ 운영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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