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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은 대기오염분쟁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3.28 09:45
  • 호수 115

다른 나라보다 정치·경제·문화의 발달이 앞선 나라를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부른다. 주로 유럽과 북미 나라들을 일컫는 선진국은 다른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일찍 산업이 발달한 탓에 아시아 대륙이 현재 겪고 있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먼저 겪어내며 환경선진국이라고도 불린다. 물리적으로는 결코 막아낼 수 없는 대기오염이라는 난제는 역사적 골이 깊은 한중일에 커다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선진국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구축한 협력방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호흡공동체로서 머리를 맞대야 할 한중일

국경을 따라 대기를 공유하고 있는 한중일이 미세먼지 대응에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오염물질이 어디서 얼마나 나오는지 면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데 3국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3개국 환경장관회의에서도 미세먼지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대기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북아시아의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동북아환경협력 고위급회의, 3개국 환경장관회의 등 정부 차원의 협력이 이뤄지면서 미세먼지 자료 공유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고, 서울과 베이징 등 도시 간 협력도 추진 중이다. 더불어 동북아 대기오염물질 문제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가 부족한 북한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국내에서 항시적인 오염국으로 인식되는 중국과 피해국인 한국은 서로 과학적 연구결과에 대한 상호 인정이 우선 필요한 상황이다. 사상 처음으로 5일 연속 초미세먼지 경보에 따른 비상조치에 들어갔던 3월, 중국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고, 언론에서도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한국 언론보도에 되레 불만을 표시하면서 중국 책임을 사실상 부정했으며,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찍소리도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속출했다.

환경부 측은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은 2월 26일 한중 환경장관회담에서 도시 간 지역 간 대기오염은 영향을 주는 것이 확실하며, 한국의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의 영향이 없다고 부정한 사실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정도나 범위 면에서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를 분석할 때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전언이다. 중국 측은 외교적으로 한국 국민과 언론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을 만한 말을 한 것이다. 공기가 지역을 넘나들며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다만 중국의 오염원이 한국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정도나 범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미세먼지의 책임소재는 국가 간 이해가 걸린 문제이며,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이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매우 더딘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각국의 산업계와도 연관돼 양국 모두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고, 과학적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협력을 회피할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대기오염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양국의 실효성 있는 공동대처에 대한 해결책은 모호하다. 바람의 방향은 바꿀 수 없다면 시베리아-오호츠크해의 바람이 더 세게 불어 빠르게 일본 쪽으로 날아갔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현재로서는 양국이 합의를 모으고 있듯, 외부로부터 받는 영향과 외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여도를 수치로 정하고 공식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해당사국 간의 시스템과 자료의 표준화에 대한 합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선진국들은 어땠을까?

유럽과 동북아는 역사적 배경과 지리적, 사회적인 여건에 차이가 있어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이동 문제에서 유럽의 사례를 동북아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해당사국 간에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에 대한 검토와 합의된 자료와 기법에 대해서는 살펴 배울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는 1960년대부터 중앙유럽에서의 이산화황, 스칸디나비아 반도 호수에서의 산성화 현상이 국경을 넘나드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확인되면서, 유럽 내 국가들 간의 협력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리고 1979년 UN 경제위원회에서 유럽 국가들, 미국, 캐나다 등 51개 당사국들은 UN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ion, CLRTAP)을 채택해 1983년부터 발효했다. CLRTAP 협약은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최초의 법적 구속력 있는 다자협약으로서 재원 마련, 개별물질 감축, 모니터링을 위한 프로토콜을 지속적으로 제정 또는 개정하면서 과학적 연구 성과와 정책수립과 이해를 통합했다. 가장 최근의 협약 내용은 1999년 스웨덴 예테보리 의정서이며 산성화와 부영양화 방지 및 오존과 VOCs 등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으로 협의했다. 2012년 의정서의 내용에 미세먼지 배출 감소도 추가로 넣었다. 수정안은 국제 사회가 블랙카본을 비롯한 미세먼지 배출을 규제하는 첫 법안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과적으로 CLRTAP에 따른 저감 대책은 큰 성공을 거뒀다. 배출량의 감소, 특히 황 물질에 대한 감소가 있었고, 경제성장과 대기오염 경향은 점차적으로 분리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성과로 인해 CLRTAP은 대기오염에 있어 국제 사회에 존재하는 동의안 중 가장 중요한 협약으로 이야기된다. 기후변화, 생물종다양성, 그리고 해양행정은 국제사회가 이미 협의를 통해 기준을 만들었지만 공기의 질 분야에서는 그만큼 활발하지 못했다. 실상 같은 오염물질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너무 많은 해석과 방법들이 존재함에 따라 대기오염 관련 분야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법안들은 통일성을 갖지 못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염물질을 다루는 수많은 방법은 어느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 예를 들면 지리적 요인이나 방법이 적용될 물질 선정 혹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조직들과 그들의 법적인 효력 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CLRTAP의 내용은 대기오염 감소를 위한 책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어떠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제 사회가 협력의 틀을 마련할 것인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협약 회원국들은 한 국가가 외부로부터 받는 영향과 외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여도를 수치로 공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유럽을 토대로 협력체제가 잘 구축돼 있어 정기적으로 국가별 자료를 공유하고 점검하며, 합의하에 생태계와 인체 영향, 외부 기여도 등에 대한 공식적인 결과를 산정해오고 있다. 이처럼 유럽은 연합 차원에서 규제 대상이 되고 있으며, 현재도 매년 대기오염물질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감축방법과 비용 분담을 논의하고 있다.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진국이라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다.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협약의 그간 추진 성과와 향후 관리 방향에 대한 보고서 ‘깨끗한 대기질을 향하여’(UN 유럽경제위원회, 2016)에 의하면,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토양 산성화가 멈췄고, 더불어 호수의 산성화가 감소해 사라진 어류가 나타나는 등 성공했지만 여전히 유럽의 평균 기대 수명이 1년 더 단축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의 도시 인구의 상당 부분은 WHO 가이드라인 수준에 근접하거나 그 이상인 미세먼지와 오존 농도에 노출돼 있으며,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토양과 호수의 산성화로부터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질소 침착과 관련해서는 유해영향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국가 간 오염원은 종종 도시오염의 주원인이 되기 때문에 많은 유럽 도시들은 지역 활동만으로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WHO 가이드라인 수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 최근 유럽에서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먼지가 유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에 대해서도 그 동향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는 훨씬 더 복합적 국내외 원인이 작용해 규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과학적 원인 규명 없이는 효율적인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초 자료의 신뢰를 높여,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공동 연구와 협력뿐 아니라 공동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감축 협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유럽의 경우도 책임을 따지기보다 함께 공동의 대기질 개선을 위한 목표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대기질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서는 국제적 정책협력이 필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추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접 국가들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오염 문제 해결은 어느 한 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교통, 산업, 건축, 도시설계 등 여러 부문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세계 개별도시들에서 이행하는 실제 정책사례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보공유를 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보다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기오염 방지 비용은 건강과 환경에 대한 피해복구 비용보다 현저히 낮으며, 많은 국가에서 필요한 기술 생산과 더불어 새로운 고용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어 대기오염 저감조치가 경제에 미치는 순영향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와의 연계도 중요시된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에 대한 통합적 접근은 공동 이익을 가져올 뿐 아니라 대기질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결과를 보일 수 있는 기후변화대책 적용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한중일은 오랜 반목의 역사를 가지면서도 오늘날 빚어진 새로운 과제에 대해 협력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국의 생존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되레 한중일이 가까운 이웃으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동북아 국가 간 대기오염의 상호영향에 대한 협력이 활발해져 한중일이 동북아의 협력모델이자, 환경선진국으로서 발돋움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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