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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연 유산, 호주 대보초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5.06 09:35
  • 호수 116

 

세계자연유산인 호주 대보초가 백화현상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 주 인근 바다의 대보초는 수천 개의 산호초와 작은 섬들의 집합으로, 살아 있는 생물들이 쌓아올린 구조물로는 세계최대다. 최근에는 관광지로서 각광받으면서 대보초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훼손과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상승의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아름다움 완전히 잃을 수도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백화현상으로 전 세계 산호초의 70% 이상이 손상됐고 지금의 수온상승 속도면 2050년에는 산호초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 가운데 호주 북동쪽에 위치한 대보초 구역은 세계에서 가장 긴 산호생태계(길이 약 2300㎞, 면적 약 34만 4400㎢)로 해양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지역이다. 특히 산호는 전 세계 산호의 10%를 차지할 만큼 넓게 분포하며, 산호 안에는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대보초 구역은 풍부한 해양생물다양성뿐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경관, 지형적 우수성, 중요한 생태학적 과정 등이 높이 평가돼 1981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대보초가 본격적인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2014년이다. 2개의 대형 사이클론이 연이어 호주 동북부를 강타했고 미처 회복될 시간도 없이 2016년부터는 전 세계적인 해수 수온 상승으로 인해 대규모 백화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보초의 남쪽 3분의 1가량은 여전히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나머지 3분의 2는 대규모 백화현상으로 인해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퀸즐랜드 지역의 대규모 홍수로 인해 더러운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대보초 지대를 위협하고 있다. 홍수로 범람한 강 하구로부터 밀려들어온 막대한 양의 흙탕물이 대보초에까지 내려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대보초 가장자리 해역이 그 영향권에 들어 우려되고 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백화현상 때문에 이미 황폐할 대로 황폐해진 대보초에 홍수로 인해 더러운 물까지 유입되면 산호초의 회복과 생존이 크게 위협받게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물에 섞인 퇴적물이 태양광을 차단해 식물 플랑크톤과 조류의 광합성을 저해하게 됨에 따라 산호와 산호초에 서식하는 많은 동물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게 되며, 나쁜 환경으로 인해 산호가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다. 더러운 물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영양염으로 인해 일부 해역에서는 조류가 급격히 번식해 문제가 되며, 유입된 연안 퇴적물에 각종 유해물질까지 포함돼 있어 산호와 산호초 생태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세계 유산 호주 대보초가 시사하는 것
자연적·인위적 위협이 지속되는 해양생태계 회복을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보초 구역 훼손은 세계유산을 관리하는 세계유산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하면 호주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보초 구역 개발에 대한 문제 제기, 세계유산위원회의 조사 및 권고, 호주 정부의 권고사항 이행으로 이어지며, 이행 결과에 대한 평가는 세계유산협약운용지침, 호주 국내 법률과 제도에 따라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개발과 보전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나 갈등 당사자가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갈등을 해결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래서 세계유산 위원회와 호주정부가 보여주는 갈등해결 방법과 절차는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고사례가 된다.
우리나라 역시 열대성 산호가 확산되고 있고 기존 산호의 서식처가 북상하고 있다. 한편에선 우리나라에도 산호초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있으나 산호가 환경변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수온 상승이 더 가속화되고 있어 기대에만 머물 수 없는 상황이다.
수온 상승은 장기적이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인 반면 연안지역에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비교적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오염된 더러운 물이 산호초 회복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깨끗한 환경은 산호의 번식과 성장을 도와 백화현상으로 손상된 산호초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러나 최근 대보초 해역에 준설토 투기가 허용돼 산호초 회복에 또 다른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기원 부연구위원은 “대규모 백화현상으로 인해 대보초 생태계는 과거에 비해 건강성이 크게 훼손돼 부정적인 외부 영향에 매우 취약하므로, 준설토 투기 승인은 재고돼야 하며 법적 조치를 통해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상의 물이 결국은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산호초 주변의 해수 수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안 지역의 육상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대보초 보호의 중요한 방법이 된다는 것이 해양학자들의 지적이다.
연안지역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매우 활발하면서 생태적으로 민감해 어느 지역보다 개발과 보전 간 균형이 필요한 지역이다. 이러한 점에서 호주 대보초의 사례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손상된 해양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산호는 지구에서 가장 생산적이며 경제적으로 가치가 큰 생태계를 만든다. 해양생물의 4분의 1이 산호초에 서식하고, 5억 명 이상의 인구가 산호초에 기대어 생계수단을 이어가며, 산호초의 직간접적인 혜택을 누린다. 그야말로 자연이 남겨준 유산이다. 산호가 가져다주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는 원래부터 우리의 것이 아니었듯 우리 세대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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