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9.11 수 16:38
FUTURE ECO
상단여백
HOME 월간퓨쳐에코 사설/컬럼/기고 사설/컬럼/기고
갯벌어장과 환경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갯벌연구센터 홍석진 해양수산연구사
  • 국립수산과학원 홍석진 해양수산연구사
  • 승인 2019.06.10 09:46
  • 호수 117
URL복사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갯벌연구센터 홍석진 해양수산연구사
갯벌조사 차량을 이용한 갯벌조사 모습

해양생물들이 바닷물을 벗어나, 새로운 살 곳을 찾아서 최초로 조간대지역으로 진입했을 때를 상상해 보면, 그 생물들은 그리 살기에 좋은 조건의 장소를 발견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원래 해양은 생물이 살아가는 데 그리 나쁜 환경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바닷물은 pH 8 부근으로 거의 변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해역은 수온이 1~30℃ 부근에서 변동한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기온이 1년을 기준으로 -20~40℃ 사이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에 비하면 수온의 변화는 매우 온건한 편이다. 그에 비해 환경변화가 심한 갯벌(tidal flat)은 조석이 드나드는 사이의 지역(조간대)을 말하는데 조석작용에 의해 공기 중으로 노출되거나 해수에 의한 침수가 반복되는 경사가 아주 완만한 해안지역이다. 갯벌은 조석 간만의 차이, 해안의 경사도와 퇴적물의 공급량에 따라 규모가 결정되는데, 대체적으로 파랑작용 즉 파도에 의한 침식작용이 있는 곳에 비해, 조석의 왕복만 있는 반 폐쇄적인 만(bay)에서 발달된다(만형갯벌). 지질학 관점에서 갯벌은 침적토, 점토, 각종 해양생물의 분해산물(detritus) 등이 쌓여 만들어진 노출된 진흙층을 말한다. 이곳에는 다양성을 떠나 많은 수의 생물개체를 부양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과 남해안에 넓은 갯벌이 잘 발달돼 있다. 한국의 갯벌은 수심이 얕고 조석의 차이가 매우 큰 서해안에 80% 이상이 몰려 있으며, 남한 국토 면적의 2.5%에 달하는 넓은 갯벌이 존재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의 갯벌에도 매우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까운 과거에만 하더라도 갯벌은 쓸모없는 땅이라고 여겨져 대규모 간척사업이 이뤄졌고, 그 결과 급격한 손실과 환경변화를 겪고 있다. 최근에 와서야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갯벌의 환경정화능력과 경제적 가치에 관해 많은 관심과 연구가 진행되며 재평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산물 서식지로 갯벌을 활용함으로써 수산업적인 이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시 말해, 갯벌은 어촌 마을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된다. 이곳은 육지에 비유하면 농민의 전답( )과 같으며, 관습적으로 마을 어장의 기능을 하고 있다. 갯벌을 전답에 비유하자면 끝이 없지만, 특히 중요한 것이 생물의 서식환경인 토질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토질이 어떠한가에 따라 수확량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떠한 환경 조건에서 어장의 수확이 가장 큰지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있다.

<그림 1> 보령의 갯벌은 지금 쏙(Upogebia major, 태안 지역에서는 ‘뻥설게’라고 불린다. 오른쪽 그림) 천지다. 보령 주교면 조간대 상부는 쏙 구멍으로 바지락 양식장이위협받고 있다. 바지락 양식장에 비해 쏙이 만연한 곳은 걷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갯벌의 흙은 젤(gel)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젤 상태란 젤리나 묵처럼 분명 고체인 것 같은데 뭔가 부들부들한 상태를 말한다.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면 입자(sol)가 사슬형 구조를 얻어 굳어지는 형상을 말하는데, 고형물 외의 부분이 물로 채워지면 하이드로 젤, 기체로 채워지면 에어로 젤 등으로 불린다. 일반적인 고체와는 달리 젤은 매우 여러 가지 특이한 물성을 가지고 있다. 갯벌의 흙을 퍼서 수분이 얼마인지를 측정하고 입자의 크기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도 서식하는 생물과 환경의 인과관계에 대한 간접적인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이런 젤 상태를 좌우하는 것이 수분의 함량이다. 퇴적물 입자의 함수율은 모래갯벌 혹은 펄 갯벌과 같이 퇴적물 해안에서 생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환경특성이다. 함수율이 20% 미만이면 모래입자들이 매우 단단하게 뭉치고 저항성이 커진다. 반면에 수분이 25% 이상일 경우 갯벌생물이 펄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행동인 ‘쇄굴’의 저항성이 작아 쉽게 쇄굴이 가능하다. 이보다 수분함량이 더 높으면 거의 물과 모래가 액체 상태로 뒤섞인 상태가 된다. 어느 정도 수분을 함유한모래를 세게 밟으면 탄력 있게 더 단단해지면서 팽창하는데, 수분이 25% 이상일 경우 축축한 모래를 발로 계속 툭툭 두드리면 물웅덩이가 형성된다. 수분함량이 더 많아질 경우에는 서있기만 해도 발이 빠지게 된다<그림 1,2>.

<그림 2> 2019년 5월, 전라북도 고창군 심원면 하전리 갯벌. 바지락 어장이 많아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바지락 생산지 중 하나인 이곳의 갯벌은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면 발목까지 쉽게 묻힐 정도로 부드러운 편이다.

이런 특성을 요변성(thixotropy)이라고 한다. 갯벌에서 구멍을 파고 먹이를 먹고 사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퇴적물의 요변성적인 특성을 이용해 느리지만 조금씩 반복해서 갯벌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그 만큼의 퇴적물을 밀어낸다. 먹이가 되는 식물플랑크톤의 양이 얼마인지, 퇴적물 내의 유기물함량이 얼마인지는 다음 단계의 문제다. 먹이를 구하는 것만큼 이렇게 서식지로서의 장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해안의 일부 갯벌어장을 예를 들어 보면, 줄포(전라북도 고창군 곰소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정점에서 함수율이 25% 이상의 값을 나타냈고, 특히 보령갯벌의 조간대 하부와 태안 파도리~법산리 구간의 갯벌은 함수율이 50%에 가까워 수분이 높다. 이러한 곳은 인간의 보행이 힘든 갯벌이지만 빈 자락이 없이 바지락 어장으로 들어차서 4~5월에는 물때가 되면, 어장으로 향하는 어민들로 장관을 이룬다<그림 3>.

<그림 3> 2019년 5월의 보령갯벌 바지락 어장. 조석은 12시간 25분 간격으로 들고남을 반복하는데, 어민들의 시간은 조석이 결정한다. 갯벌에서는 물이 빠진 시간에만 작업이 가능하며, 어두운 밤에는 안전을 위해서 작업을 금하기 때문에, 실제 어민들이 갯벌에 나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중에서 간조 때 물이 차오르기 전 3~4시간 정도뿐이다

바지락과 같은 조개류들은 파고들기 쉬워서 좋아하는 듯하다. 태안의 경우 파도리와 법산리 연안 남쪽 조하대 쪽은 입자가 비교적 곱고 작은 반면, 북쪽은 입자가 비교적 큰 분포를 보여서, 태안의 조간대 하부에는 바지락 어장이 집중돼 있는데, 이런 곳은 함수율이 높고 입자가 고운 갯벌로 돼 있다. 보령은 동북 해안선과 멀어질수록, 남쪽 대천천하구로 향할수록 입자가 곱고 가늘다. 이와는 반대로 고창의 경우 줄포(만 안쪽)에서 만돌(만 바깥쪽)로 갈수록 입자가 커지는 특성을 보인다<그림 4>. 특히 고창의 곰소갯벌은 전형적인 만형 갯벌임에도 불구하고 조류보다는 파랑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데,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곰소만 개벌에서는 점차 점토가 사라지고 실트와 모래가 증가하는 등 퇴적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수평적인 분포 그림을 보면 관찰된 값들이 조간대 상부(육지 쪽)와 조간대 하부(바다 쪽)에서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환경 요소들이 차이가 나는 것을 환경 스트레스의 기울기라고 한다.

<그림 4>. 서해안 갯벌어장 3군데 퇴적물의 함수율(왼쪽, %, 이 값이 클수록 수분이 많다.)와 평균입도(오른쪽, phi, 이 값이 클수록 입자가 작고 부드럽다), ‘갯벌어장환경 정보 제3호’(2019.05) 내용 참고.

갯벌이 조석에 의해 하루 중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파랑은 얼마나 작용하는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여러 가지 환경요인들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의 기울기가 갯벌의 특성과 그 갯벌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삶을 좌우한다. 이 기울기에 따라 갯벌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종류와 양이 결정되는데, 아쉽게도 아직 우리는 위에서 말한 관찰 내용들을 합리적으로 조합해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갯벌어장 내 생물의 양적인 변화, 생물군집의 천이와 같은 중요한 변동을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정보들이 들려주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인다면, 갯벌어장에서의 풍요로운 수확과 환경의 보전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홍석진 해양수산연구사  eco@ecofuture.co.kr

국립수산과학원 홍석진 해양수산연구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환경행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QR 코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