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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응의 블루오션, 바다가 해결사로 나서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6.10 09:50
  • 호수 117

바다는 기후변화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그로 인한 취약성을 드러내면서도,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바다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뜨거워진 바다가 가져오는 악순환

많은 과학자들이 해양 온난화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새로운 온도 관측치 종합자료에 따르면, 바다는 과거 기후 보고서들이 제시했던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 UN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UN IPCC의 최근 보고서는 해양 온도 상승이 과소평가됐다고 밝히고, 향후 예상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의 저자이자 국립대기과학연구소 소속 기후과학자는 이번 수치가 지난 IPCC 보고서보다 40~50% 높다고 이야기하면서 만일 현대사회가 온실가스를 지금의 속도만큼 계속 배출한다면, 그린란드와 남극의 얼음이 녹아 이번 세기 말까지 바다는 대략 30센티미터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는 해양열파의 발생빈도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기후변화저널에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해양열파 발생빈도가 54%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열파란 일부 해역에서 평균 수온이 급격히 상승해 5일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뜻하며, 이와 같은 현상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으로 추측된다.

해양에의 의존도가 높은 소도서국 외에도 호주나 뉴질랜드,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해양열파에 따른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미 미국은 2005년 해양열파 발생으로 인해 미국 카리브 산호의 절반 상당이 유실됐으며, 현재 호주대보초 해역의 산호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이와 같은 생태계 파괴 현상은 식량안보 문제로 확대될 수 있으며, 나아가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에 지대한 역할을 해온 해양식물이 대규모로 훼손될 경우, 해양열파가 지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해상무역 또한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특히 폭풍, 폭염, 가뭄, 폭우 등으로 인해 해상교통 인프라에 잠재적 위험이 있는 개발도상국가에서 물자의 60%가 수출입되고 있어 연결된 공급망에 지연 및 혼란 발생 가능성이 높게 예상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뜨거워진 바다는 육상의 기후변화를 몰고 온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기상이변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밝혀내기 시작했다. 허리케인 하베이(Harvey) 이후, 연구자들은 더욱 치명적이며 큰 희생을 야기하는 폭풍들이 이전보다 더 따듯해진 바다에 의해 생성됐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해자

해양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면서 직접적인 가해자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어선의 어업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존 연구에서 조사된 것보다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의 공동 연구기관인 ‘씨 어라운드 어스’에 따르면, 어선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이전에 보고된 배출량보다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어선 어업 중 연료소모로 인해 연간 1억 12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제시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의 연구 결과, 2016년 어선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약 2억 700만 톤이며, 이는 동일년도 51개의 석탄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어선어업은 화석연료의 사용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지구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정책이나 관리 관점에서 제외돼 있는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동향 보고서는 기업형 어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어업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1980년대에 이산화탄소 배출 강도가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그중 소규모 어업에서의 배출량도 기업형 어업에서처럼 증가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소규모 어업에 종사하는 어업인들이 어선에 가솔린 엔진을 설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며, 소규모 어업에서 소형 디젤 엔진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전략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연구진은 기업형 어업도 기존의 과도한 어획 노력량을 줄여야 하며,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와 감소된 어업 자원의 회복을 촉진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우성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연근해 어선 어업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나, 추후 지속적이고 친환경적인 수산업 발전을 위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다의 기후회복력 극대화 방안 모색이 필요

해양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해결사이기도 하다. 바다는 그 자체로 기후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게다가 온실가스 감축규제를 선제적·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바로 ‘해양CCS’를 통해서다.

CCS(Carbon Capture & Storage)는 발전소, 제철소 등에서 발생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이를 해저 또는 육상의 깊은 땅속에 저장하는 온실가스 감축기술이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S가 2050년 온실가스 감축량의 약 17%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약 3조 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국가 CCS 종합추진계획’을 수립하고 해수부를 비롯한 미래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 참여 하에 기술개발과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CCS를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특수한 조건을 가진 지하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조건인데, 넓은 영토를 가진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육상 저장 공간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해양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해야 해서 해양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포항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2년 장기면에서 시작한 육상 CCS 실증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가 2013년 시작한 영일만 해상의 CCS 실증사업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17년 11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자극으로 촉발됐다는 정부 조사단의 발표 이후, 국내 지열발전 연구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포항 장기면과 영일만 일대에서 진행되던 CCS 실증연구도 함께 중단됐다. 육상저장사업은 이산화탄소 주입을 앞둔 시점에서 멈췄고, 해상저장사업은 2017년 3월 10톤을 주입한 뒤 수송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단됐다.

CCS 연구과 포항지진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맡은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는 경북 포항 영일만 CCS 사업에 따른 이산화탄소 주입 행위는 지진과 관련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CCS 사업과 포항지진 사이에 관련성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으며, 국내외 자문을 활용한 분석에서도 CCS 사업의 포항지진 야기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는 분석이다.

학회 측은 아울러 포항 CCS 실증 대상 지층이 연간 2만t의 이산화탄소 주입 실증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공공수용성과 재해 발생 시 법적 보상 등 근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상업적 규모로 CCS 프로젝트를 하려면 지진활동도 조사와 해저면 지진 감지기를 포함한 추가 모니터링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포항시에서 지열발전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등 불안을 야기하는 시설의 폐기와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각국이 대응원천기술 개발에 나서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CCS 사업을 중단하면 국내 연구가 늦춰질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여론 반감이 커 정부는 포항시설을 철수하고 영해(해안선 최대 12해리) 밖이나 해외로 나가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해양의 기후대응의 강력한 희망이었던 CCS 프로젝트는 국내의 특수한 상황에 막혀 중단됐고, 그 재개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해양에 거는 기후대응능력에 대한 기대만큼은 축소돼서는 안 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라고 했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그 회복력이 잠재돼 있는 해양의 활용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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