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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의길 개방 놓고 갈등때 묻지 않은 가치 실견할 수 있는 기회 VS. 졸속 행정에 환경훼손·안전성 우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7.10 09:16
  • 호수 118
소이산

지난해 4월,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최근 우리 정부는 접경지역인 DMZ 일부구간을 개방했다. 남북분단 이후 DMZ 개방은 처음이어서 이를 반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크다. DMZ, 이 때 묻지 않은 생태계가 주는 가치를 실견하고 싶은 마음과 아직은 때가 아니니 좀더 연구조사를 하고 생태계 회복과 훼손을 최소화하는 종합적 보전방안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DMZ의 가치와 상징성을 봤을 때 이러한 논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양구

철원, 고성에 이어 파주구간 개방 예정

‘DMZ 평화의길’로 명명된 DMZ 걷기여행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감시초소(GP) 철거, 유해 발굴 등 긴장완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3개 지역에서 시행된다.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철책을 따라 금강산전망대에 이르는 고성지역, 백마고지 전적지에서 출발해 철책 너머 비상주 GP에 이르는 철원지역이 현재 시민에 개방돼 있고, 파주지역은 임진각에서 시작해 도라산 전망대를 경유, 철거 GP까지 방문하는 구간으로 개방을 준비 중이다.

우리 정부 측은 DMZ 평화의길이 평화와안보 현주소를 생생하고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DMZ는 한민족 분단의 아픔이 깃든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의 현장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그러나 그간 가장 첨예한 대결지대이자 중무장한 지역으로 군사적 충돌 위험이 상존했던 곳이다. 정부는 DMZ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접경지역의 번영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DMZ 평화의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각 노선별로 특색 있는 자연, 역사, 문화자원을 토대로 스토리를 발굴하고 전문해설사도 투입할 예정이다.

이 DMZ 평화의길은 장기적으로 DMZ와 인근 접경지역을 따라 한반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탐방길 연결사업과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과 연계해, 세계적인 생태평화체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DMZ 평화의길 개방은 남북분단 이후 DMZ 내부를 일반에 처음으로 개방하는 것이어서 DMZ를 실견하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천 은대리판상절리

기대 반 우려 반

DMZ가 가지는 상징성과 생태적 가치는 DMZ에 대한 접근을 조심스럽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가장 큰 우려는 평화의길 조성을 시작으로 DMZ의 무분별한 개발이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DMZ, 민통선, 접경지역은 오랫동안 사람의 접근이 제한돼 생태적 건강성이 높은 지역이다. DMZ 남측지역을 포함한 민통선이북 지역은 전체면적의 77% 이상이 보전대상인 1·2 등급지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어서 이번 평화의길을 시작으로, DMZ·민통선·접경지역 일대가 난개발의 현상이 될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정부는 생태적 영향을 최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존 군사시설 활용, 인위적인 개발 행위 최소화, 민간차량 출입시 외래종의 유입·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먼지털이 시설 비치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인간의 간섭이 생태계에는 가장 큰 교란요인”이라며, “70년 동안 인간의 간섭이 없었거나 제한되던 곳에 차량을 유입시키고, 사람을 들이는 계획 자체만으로도 생태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실제 철원의 백마고지에서 화살머리고지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두루미류의 대표적 월동지다. 역곡천이나 주변 무논에서 밤을 보낸 두루미들이 낮 동안 채식활동을 하는 곳으로 5사단 구역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곳이기도 하다. 인간과 차량에 노출이 빈번한 6사단 월동지에 비해 이 지역은 두루미 월동지로서 절대적으로 지켜줘야 하는 곳인 셈이다.

개방되는 DMZ 구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DMZ는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으로서 지금도 비가 오면 매몰돼 있는 포탄에 의해 녹물이 흐른다. 지뢰 사고로부터도 백퍼센트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연구조사를 토대로 DMZ 일원의 종합적인 보전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하는 것과 함께, 관광객들의 안전, 그리고 생태회복을 먼저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화천수달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DMZ의 생태적 건강성

DMZ 일원의 생태평화적 가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내에서만이 아니다. 국제사회는 일찍이 DMZ를 생태계 보고라고 명명했고 DMZ 일원 보전에 큰 관심을 보였다. 1965년 한국자연보존협회가 민통선지역에 대한 생태계예비조사를 실시하자 이듬해 바로 미국 스미소니언연구소는 한국자연보존협회와 공동으로 강원 북부지역의 생태계조사를 실시하고, DMZ 일대의 장기조사를 계획했다. 그리고 국제개발기구(UNDP)는 경기북부지역의 DMZ 일원을 비롯해 전체 DMZ 일원의 생태계조사에 직접적인 지원과 협력을 한 바 있다. 생태계조사 이외에 각종 국제기구는 이 지역의 생태계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과 유엔환경계획(UNEP)은 남북한 양측에 DMZ 국제환경공원안을 제의했다. 그리고 CITES(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의 야생동식물 보전 압력은 DMZ 일원의 생태계 보전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DMZ에 인접한 강원도 접경 지역(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과 경기도 연천군 전역 등 강원‧ 연천 일대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각종 개발·이용사업을 직접 규제하는 행위제한을 수반하지는 않지만, 국제기구가 인증하는 보호지역에 등재됨으로써 보전지역과 이용지역을 합리적으로 구분해 토지와 자연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무분별한 개발 억제를 도모한다. 정부는 향후 남북관계 발전에 따라 북한과 함께 DMZ 지역 자체를 접경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 DMZ와 관련한 노력이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 그동안 DMZ 일원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연구의 내용이 단편적이었거나 구체적이지 못해 연구의 내용을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으로 활용하기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DMZ는 전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군사 냉전의 유적과 기억이 존재하는 곳이나, 분단이후 이곳의 역사문화자료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조사된 바가 없다.

용늪

DMZ 세계유산 등재와 세계평화공원 추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과 함께 DMZ 일원의 환경보전을 위한 또 하나의 국제적인 노력은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DMZ 일원을 평화지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금세기 들어 이데올로기 갈등이 충돌한 가장 치열했던 전쟁의 상징인 DMZ는 역설적으로 가장 평화로운 지역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971년 군사정전위 제315차 본회의에서 로저스 유엔군수석대표가 “세계에서 가장 요새화된 비무장지대를 비무장지대화하자”라는 평화지대 제안을 한 이후 DMZ 일원의 평화지대 지역으로 만들자는 제안은 한국 정부를 비롯해 많은 국내외 단체와 학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시하면서 DMZ일대를 포함하는 접경지역 평화벨트 조성을 주요사업으로 꼽은 바 있다. 여기에 DMZ일대의 생태관광, 녹화사업과 남북의 수자원 공동관리협력 등이 추진되며 DMZ를 평화적으로 사용하자는 안이 포함됐다. 이후 대체로 평화공원의 조성안으로 의견은 모아지고 있으며,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논의는 기존의 평화공원이라는 개념에 생태를 더욱 강조한 환경적 측면에서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 사업을 주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DMZ의 세계유산 등재와 평화적 이용의 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정책에 반영돼야하는 것인데, DMZ 인근 주민들은 재산권에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지역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정책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DMZ에 대한 구체적인 북측과의 합의와 설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생태평화공원 구상 추진은 또 다른 난개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루미

정의와 평화는 인간뿐 아니라 생태계에도 성취돼야 한다

DMZ 개방을 둘러싼 논쟁은 한반도에서 그간 인간들이 자연에 행한 행태를 어떻게 회복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 기본에는 정의와 평화가 인간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걸쳐 성취돼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인간은 DMZ의 생태계를 무너뜨렸지만 전쟁이 멈춘 후 70여년의 세월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건강한 자연성이 회복돼 있다. 그러므로 DMZ 일원은 한반도의 자연생태계 보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곳이다. DMZ 자연생태축을 구축하고 보전한다는 것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끊어진 남북한의 자연생태축이 연결된다는 것이며, 한반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이 지역이 남북 환경공동체 형성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풍부한 자연은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유익한 자원임에 틀림없다.

후손에게 물려줄 매우 귀중한 자산이자 마지막 보루,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며, 평화생태지역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유일한 지역, DMZ에 대한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때다. 건강한 국토를 누리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몫이며, 이번 DMZ 개방 논쟁은 그 시작인 셈이다. 

 

*사진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원 연천군 일대 (출처:환경부)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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