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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관광지, 여행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7.10 09:17
  • 호수 118

한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문구가 유행하며 여행은 젊은 세대들의 삶의 목표이자 일의 동력이 됐다. 여행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며,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경제적 여유, 부러움을 유발하는 도구가 돼 있기도 하다. 꼭 자랑거리로 삼지 않더라도 여행은 세대를 막론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며, 인생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수단이자, 삶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제는 그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세계 관광인구 13억 시대, 폭발적으로 증가한 관광인구는 숱한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지역 환경뿐 아니라 주민들의 거주권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몰지각한 관광이 팽배해 있다. 관광의 질적 변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대표적 관광휴양지이자 오버투어리즘의 대명사, 보라카이

오버투어리즘, 과잉관광의 시대

오버투어리즘이 처음 나온 것은 스페인 또는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의 대표적 관광지에서다. 급증한 관광객들로 인해 교통, 환경공해는 물론 지역민들의 차도 못 들어오는 등 거주민들의 생활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지역의 관광수용력을 넘어서면서 불거지는 각종 문제들로 인한 과잉관광을 뜻한다. 문제의 핵심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가 과제인데, 현재까지는 관광지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관광객 수에 맞춰서 당장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수요를 조절하는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유명 관광지 보라카이의 여행선을 제한한다는 필리핀 정부의 선언이 있었다. 필리핀 정부는 일전에도 환경문제로 보라카이 섬을 폐쇄했다가 지난해 10월 재개장했는데, 다시 부정기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보라카이를 재개장할 당시 여행객 수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 섬이 수용할 수 있는 최다인원은 5만 5000명 미만으로 섬 주민 3만 5000여명을 감안해, 체류 관광객 수를 1만 9000명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필요한 지역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의 관광전망에 의하면, 2015~2016년까지 세계 관광객이 9.8%가 증가했으며, 2017년 세계관광산업은 7% 증가했다. 2018년에는 4~5% 증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인구로 따지면 2017년 세계관광인구는 13억 명을 넘어 1950년의 40배가 넘는다. 늘어나는 관광객으로부터 지역을 지키기 위해서 그때마다 필리핀과 같이 출입을 통제해야 할까?

 

과잉관광,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과잉관광이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됐다. 주민들이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수용의 단계를 넘어서며 피해를 입고 있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서울 도심과 제주도다.

국내 관광객의 80%가 서울에 밀집되고 그 중 강북에 모여 있다. 25~30%가 단체 관광객이어서 적지 않은 단체 관광객들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울 도심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지역은 전통문화의 전승지이자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는 서울 종로구다. 종로구는 근래 들어 관광객이 갑작스럽게 증가한 곳으로, 관광객을 미처 수용하지 못한 문제, 엄청난 관광버스, 그로 인한 공기질 저하, 지역민들의 거주공간 침해가 심각하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최근 도심관광정책 개선을 모색하는 토론회에서 종로구는 주말이면 2000대의 관광버스가 운행하고 평일에도 1700대의 단체버스가 온다고 밝혔는데, 그 때문에 더 나빠진 공기질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피해뿐 아니라, 성곽길과 같은 문화재도 미세먼지가 쌓여 훼손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돼서 거주민들이 외곽으로 떠나는 공동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관광객을 더 유치할 계획을 밝혀, 종로구청장은 지금도 문제가 되는데 괜찮을지 걱정이라며 고충을 드러냈다. 구청장은 이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 여행패턴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빠른 관광은 매출에도 도움이 안 되며, 빨리 먹고 떠나면서 쓰레기만 쌓이는 관광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국내 관광패턴은 단시간이어서 주차장을 확충해놔도 주차공간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국내 대표 휴양지 제주도 역시 갑자기 늘어난 관광객의 유치를 위해 계획된 제2공항 건설 논쟁이 한창이다. 새로운 여행 트렌드와 제주 이주 열풍, 여기에 더해 저가항공의 도입과 맞물려 제주지역의 관광객이 폭증했다. 지나친 관광객 유입에 따른 주민들의 삶의 질, 제주라는 섬과 공동체의 환경·사회적 수용력과 지속가능성 문제가 대두되는 배경이다. 일례로 현재 제주도 내에 운영 중인 골프장만 41곳으로 제주도 면적은 남한의 1.8%인데 골프장 면적은 전국 골프장의 10%가 넘는다. 여기에 더해 유원지 개발 사업장은 17곳 약 456만평에 이르며, 유원지 외 관광개발 사업장은 20곳 약 567만 평에 이른다. 현재 제주도는 지난 30년 간의 관광개발 중심의 개발주의의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멈추고 재생의 시간을 가질 것인가 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

 

관광객 제한 의무화하고 있는 해외

해외에서는 관광객의 관광지로의 진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오버투어리즘을 관리하고 있다. 도심관광정책 토론회에서 발제한 한국교통연구원 박경아 연구위원에 의하면, 이탈리아 로마는 진입허가권제도를 운영하는데, 특정지역을 지정해 일일 특정 수요를 제한하고 주차시간도 제한해 주차장 운영방식에 적용, 요금 수준도 낮지 않게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도 로마와 유사하게 주차허가권을 운영하며 일정 규모 이상으로 허가권을 배포하지 않고 있다. 미국 뉴욕은 이에 더해 상세 이동경로의 사전계획을 문서로 받아 경로까지 제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주민들의 주거 생활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정도에까지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런던 역시 시내 관광버스의 주차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승하차도 지정해서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승하차시 요금을 부여한다.

박경아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도심의 관광은 총량적으로 제한하는 데까지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 관광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광객의 시간적, 공간적, 수단적 분산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광버스 대상으로 주정차관리체계를 마련, 승하차시 촘촘한 구간 지점 제한이 필요하며, 버스전용 차로를 이용해 빠르게 접근하고 좀더 외곽으로 빼낼 수 있는 인센티브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황배 남서울대학교 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주요 관광지역에 관광셔틀버스를 만드는 것, 대형 관광버스만이 아니라 전기·수소차로 만든 중형셔틀버스를 이용해 도심의 주요 관광루트를 운행하는 것이 주차 과다 점령, 환경개선 등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또 외국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소그룹으로 관광할 수 있도록 안내책자, 앱을 배포·홍보한다면 단체 관광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당장은 수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실화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간 갈등의 해결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광객도 편하고 상인들과 여행업계의 수요도 보장할 수 있는 선에서 이뤄져야 해, 이들 간 갈등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여행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오버투어리즘으로 대두된 여행의 부작용을 직면하며, 우리는 타인과 지역의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여행의 민낯을 성찰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휴식을 위한 자의뿐 아니라 여행사, 여행의 패턴, 도심의 수용력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연관돼 나타나고 그 해결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 상호협력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제시되는 윤리적 여행, 생태여행도 충분한 대안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행자들의 그에 대한 수용이 변화를 가져올 단계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윤리적 여행은 여행이라는 전체적인 틀 안에 스며있다기보다 많은 테마여행의 하나로서 여겨지며, 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할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여행의 형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인 오버투어리즘의 대안이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여행에 대한 다소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 실행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우리가 될 수 있는 우리 이웃의 삶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당장 우리도 호흡권을 침해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수용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주민 중심의 관광, 질적 관광으로의 관광패러다임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것을 위한 합의, 정책적 대응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오버투어리즘은 관광이 잘 되는 지역에서의 문제인 점도 유념해야 한다. 국내의 많은 외곽지역은 아직은 관광수요가 필요해 상호 대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앞으로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찾아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의 과잉관광으로 인한 문제들은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지만 향후 도시 전체, 국가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관광지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관광지가 본래의 모습으로 보존되도록 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양적 수요가 관광지의 수용력을 보장할 수 있는 질적 수요를 함께 가져올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의 관심은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하지 않게 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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