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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갈등, 공유의 비극 되지 않으려면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7.10 09:21
  • 호수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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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환경문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공공재의 장기적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효과적인 관리제도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벌채로 초토화된 산림, 무분별한 남획으로 점점 줄어드는 어획량, 각종 오폐수로 오염된 호수와 지하수….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개인들의 선택이 공공의 이익을 해치고,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는 ‘공유의 비극’ 이론은 갈수록 늘어나는 오늘날의 환경갈등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 해법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사회의 단면, 공유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은 미국 UCSB 생물학과 교수인 개럿 하딘에 의해 개념화된 이론이다. 1968년 발표 이래 경제학의 기본 전제가 됐으며, 다수의 사람들이 희소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할 때 예측되는 환경의 악화를 상징하게 됐다.

공유지의 비극은 지하자원, 초원, 공기, 호수의 물고기와 같이 공동체 모두가 이용해야 할 자원을 사적 이익을 주장하는 시장의 기능에 맡겨 두면, 이를 당대에서 남용해 자원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시장실패의 요인이 되며 이러한 자원에 대해서는 국가가 관여하거나, 아니면 이해당사자가 모여 일정한 합의를 통해 이용권을 제한하는 제도를 형성해야 한다고 밝힌다.

하딘의 이론에서 중심을 이루는 예는 주인이 없는 한 목초지가 있을 경우 비용을 들이지 않기 위해 마을 사람들 모두 목초지에 소를 방목해 풀을 먹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목초지는 황폐화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유권 구분 없이 자원을 공유할 경우 나타나는 사회적 비효율의 결과는 처참하다. 마을 전체가 공유하는 갯벌의 경우도 주민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하면 다음해 어획량이 줄어드는 공유지 비극의 예다. 각국이 공해 상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가 경제 활동에 개입해 통제하거나 개인에게 소유권을 줘 개인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전통적인 해결책으로 여겨져 왔다.

 

공유지는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가?

인간을 자연상태에 놓아뒀을 때 그 끝은 비극이어야 할까? 인간의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점을 근간으로 하는 공유지의 비극은 안타깝게도 지금껏 유효했으며, 아마 앞으로도 인간사회를 설명하는 개념이자 사회운영의 근간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이 주어져 있으며, 탈출구는 요원하다.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이기심과 동시에 환경적 혜택을 조율하고 최상의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제약은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꼭 강제성을 띨 필요는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는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를 통해 공유자원은 제대로 관리될 수 없으며 완전히 사유화되거나 아니면 정부에 의해서 규제돼야 한다는 전통적인 견해에 도전했다. 오스트롬은 수많은 사례들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세계 도처의 공유자원 관리체계에서 나타나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정교한 조업 규칙을 만들어 어장을 관리하는 터키의 어촌, 방목장을 함께 쓰는 스위스의 목장지대, 농사용 관개시설을 공유하는 스페인과 필리핀의 마을 등 약 1000년의 세월 동안 공유자원을 잘 관리해 온 공동체들을 수십 년간 연구함으로써 ‘공유의 비극’ 이론의 오류를 입증했고, 시장 혹은 정부라는 이분법적인 해결책이 아닌 공동체 자치라는 제3의 대안을 제시했다. 한 예로, 1920년대 미국 메인주 연안은 남획으로 바닷가재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를 깨달은 어부들은 바닷가재 통발을 놓는 규칙과 순서 등에 대한 자치규율을 만들어 바닷가재 어획량을 조절했고, 그 결과 다른 지역에서는 남획으로 바닷가재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이곳만은 어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구 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자원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포함된 오스트롬의 연구는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의 이론은 최근 기후변화 문제에 적용돼 국제공조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공유의 비극을 넘어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공유지의 비극이자 불균등한 피해의 분배사례라면 환경파괴일 것이다. 환경파괴의 발생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하며, 그 피해와 영향 정도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물론 파괴된 환경을 원상태로 되돌리기도 어렵다.

환경의 악화는 자각 증세가 없이 눈에 보이지 않게 은밀히 진행되다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한순간에 가시화된다. 환경오염의 범위와 영향은 또한 전 지구적이기 때문에 국경이 없으며 전 세계가 환경파괴에 책임이 있다.

환경파괴로 인한 가장 큰 문제 중의 문제는 경제적 약자일수록 환경파괴로 인한 피해에 가장 먼저 노출되고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생태계의 자정능력을 위협하는 개발은 미래세대의 생존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협력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로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이기적인 사람이라도 협력을 할 수밖에 없게 되고, 공유지의 비극에서 벗어날 길이 열리게 된다.

인간은 자원을 소비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러나 지구가 지니고 있는 자원은 한계가 있고, 급작스러운 자원의 소비는 고갈과 멸종을 불러온다. 자원의 지속 불가능한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자연이 스스로 복원할 시간을 줘야 하고, 소비의 양도 억제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현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의 형평성을 추구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가치, 행동,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는 사례들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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