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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만드는 감각공해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07.10 09:22
  • 호수 118
도시화, 산업화는 감각공해라는 새로운 갈등을 낳고 있다.

토양오염, 수질오염, 대기오염, 생태계 파괴 등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에게 곧바로 피해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무관심하거나 반응이 느리다. 그러나 자신에게 바로 나타나는 피해는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모습은 생활 영역을 침범하는 ‘감각공해’ 문제에 가장 잘 나타난다. 청각, 후각, 시각 등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생활성 공해인 감각공해는 심각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환경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음

과도한 발전과 개발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공공재인 환경을 오염시켰고, 우리를 새로운 오염에 노출시켰다. 그 오염은 바로 우리의 감각을 해롭게 하는 감각공해이다. 다른 환경오염과 달리 그 영향이 바로 우리 감각에 와닿는 체감지수가 높은 감각공해에 사람들은 더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감각공해 중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지적되는 것은 바로 소음이다. 거주지와 상업지의 경계가 무너지고,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발생한 대표적인 감각공해인 소음은 국내 환경분쟁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1991년 설립된 이후 2017년까지 27년 처리한 환경분쟁 결과에 따르면, 총 처리된 환경분쟁 3819건 중 85%에 해당하는 3241건이 소음·진동 피해로 집계됐다. 대부분 공사장이나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었다.

하지만 분쟁으로 처리되지 못한 소음과 진동을 합치면 그 수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서울의 경우 소음과 진동에 대한 민원이 2011년 2만 1745건에서 2017년 5만 5743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소음과 진동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치 않는 소리를 계속해서 들을 경우 집중력 저하, 두통, 심장 두근거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이명과 난청 등의 귀 기능 이상과 심장발작이나 가슴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환경선진국들은 소음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연방차원에서의 소음규제를 위한 연구와 활동을 효과적으로 조율하고 상품에서 발생하는 소음 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연방소음규제법’, 환경보호청(EPA)이 주정부나 지방정부가 소음을 규제하는 데 도움 및 권한을 주기 위해 제정된 ‘공동체 소음규제법’, 각 주에서 소음 규제를 위한 경찰권 등을 부여한 주법(소음규제법)을 제정해 소음을 규제하고 있다.

이외 유럽연합은 주요 도시의 소음지도를 제작해 맞춤형 저감대책을 수립했으며, 일본은 각 가정을 대상으로 가전제품의 소음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교통 및 공사장 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증가하고 층간 소음으로 인한 주민 갈등이 방화, 살인 등의 강력범죄로 이어지자 소음 공해 예방을 위해 방안을 강구 중이다.

소음·진동관리법을 통해 지자체장은 사업장 및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규제할 수 있으며, 확성기에 의한 소음, 배출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등의 생활 소음 역시 규제할 수 있다. 또한 거주지가 밀집된 지역을 지나는 도로와 철도 등에는 방음벽을 설치하고 있으며, 건물의 건축시 층간소음을 최소화하는 설계와 건축 자재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가전제품 역시 소음저감 기능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행정과 업계 간의 갈등까지 야기한 악취문제

호흡기로 바로 느낄 수 있는 악취 역시 소음만큼이나 많은 갈등을 야기하는 감각공해이다. 최근 이러한 악취에 대한 민원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환경부 환경통계포털에 따르면 2014년 1만 4816건 발생한 악취민원은 2015년 1만 5573건, 2016년 2만 474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7년에는 2만 2851건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악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축산 관련부분이다. 가축의 분뇨 등의 축산 악취는 악취 민원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2017년 전체 악취 중 27%에 해당하는 민원이 축산업에 관련된 민원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축산업은 지속적으로 많은 규제의 대상이 돼 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가축사육제한을 하고 있으며, 환경부에서도 악취감축을 위해 규제안을 마련해놓은 상태이다. 특히 환경부는 지난 1월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시행되는 ‘제2차 악취방지종합시책’을 발표하며 축사의 악취 관리를 위해 △축사 등 사전신고 대상 도입 △밀폐형 축사로의 전환 △축사 밀집 지역에 대한 자동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규 허가규모인 1000㎡ 이상의 돈사는 의무적 밀폐화하고 있다.

이처럼 계속되는 규제에 축산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는 축산업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농가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양돈업계는 환경부의 제2차 악취방지종합시책을 탁상행정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며, 갈등의 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홍성군, 김해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축산 농가들의 악취문제를 저감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 연구하고 있으며, 전북대 등의 학계에서도 축산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악취 저감 미생물 및 악취저감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축산 악취 외에도 정화조, 음식물 쓰레기, 공장 등에서도 악취문제는 발생하고 있으며, 갈등과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수준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악취는 법적 기준이 있지만 개인의 예민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악취 문제가 거론되면 발생원을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악취를 발생시키는 시설이 악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악취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상업지와 주거지 경계가 옅어지면서 발생하고 있는 소음, 진동, 악취, 빛 등의 감각공해

늘어나는 빛공해, 타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해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빛 역시 최근 주민 갈등을 유발하는 감각공해로 꼽힌다. 상업지와 거주지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빛공해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의 국제공동 연구팀의 전 세계 빛공해 실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빛공해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 2위로 분석됐다. 전 국토에서 빛공해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실제 환경통계에 따르면 빛공해 관련 민원 건수는 2010년 1030건에서 2017년 6969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낮과 밤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인간의 삶에 빛공해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현란한 인공조명은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특히 야간조명은 수면장애를 유발하며, 결국 생활리듬을 깨트려 비만, 당뇨, 우울증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또한 강한 조명은 결막 충혈, 안구 건조 등을 일으키는데, LED 조명은 망막 내 집광면적이 다른 조명방식보다 작아 부분적으로 빛이 집중될 경우 망막 시세포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LARC)는 2007년 빛공해를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국내외 빛공해 연구를 통해 과도한 빛에 노출될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제시되고 있다.

2017년 이은일 고려대 교수는 ‘밤에 각종 조명으로 빛 공해에 시달린 여성들의 유방암 발생률이 24.4% 높으며, 남성의 경우 전립선 암에 걸릴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미국 인공위성 사진을 이용해 우리나라 지역별 빛공해 정도를 5단계로 구분한 뒤 건강보험공단(2010년 기준)에 등록된 유방암 환자 10만 2459명의 거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이다.

제이미 제이저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 역시 “과도한 야간조명은 암 발생률을 높이고, 당뇨병·비만과 같은 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수면 방해 등으로 정상적인 신체 리듬이 깨지면 면역력이 약화되고, 이는 결국 건강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늘어나고 있는 빛공해가 주민 갈등을 넘어 생활리듬을 깨트리고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 ‘제2차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을 수립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은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시행하는 국가기본계획으로 이번 2차 계획에서는 인공조명으로부터 발생하는 과도한 빛방사 등 빛공해를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맞춤형 빛공해 관리대책을 추진해 빛공해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도한 빛을 발생하는 광고조명이나 미디어 파사드 등 새로운 조명기술에 대한 빛공해 관리 지침서 등을 마련한다.

조명기구에 대한 시민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생활실험 기반의 빛공해 실증단지를 구축하는 등 업계의 기술개발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에서는 2011년 7월부터 운영 중인 옥외조명 사전심사 제도 운영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다른 지자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빛공해영향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통합해 법 적용유예기간을 단축하는 등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빛공해 관리제도의 집행역량을 강화해 지자체의 빛공해 방지정책 이행 동력을 확보할 대책도 세워졌다. 또한 과학적인 빛공해 관리기반을 구축해 빛공해 방지정책의 신뢰도를 확보할 계획이다. 빛공해가 발생하는 원인별 단위를 설정하고 빛공해가 인체, 동·식물 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빛공해에 대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며, ‘좋은 빛(빛공해가 없는)’문화를 조성하고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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