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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를 위한 청소년들의 파업, 세대 간 갈등이어야만 할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7.10 09:24
  • 호수 118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라는 팻말과 함께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

Global Climate Strike, 16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며 어른들의 기후행동을 촉구해온 일인시위가 전 세계 청소년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그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기후문제는 현재 진행중인 사안인 동시에 현재의 대응이 미래에 긴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청소년들은 그들이 가해하지 않은 기후문제로 인해 입게 될 피해와 책임을 회피한 기성세대로부터의 박탈감에 분노한다. 환경문제가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세계 청소년들, 거리로 나서다

흔히 청소년들, 좀더 범위를 넓게 잡으면 청년들까지를 미래세대라고 한다. 그들은 다가올 미래 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사회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때 ‘아프니까 청년이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말은 미래 세대들에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것을 은연중에 종용하는 것이라는 각성이 일며,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 같은 경제적인 문제보다도 더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그들의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기후변화다. 이제 그들은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거리로 나서고 있고, 적극적으로 등교거부를 선언하며 정부와 국회, 그리고 어른들에게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그 선두에 선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르며 국제사회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 돌풍과도 같은 세계적인 흐름에 모두가 지지를 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금은 행동보다는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워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자가 될 것을 조언하기도 한다. 그리고 기성세대들을 비판하고자 한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에 하길 바란다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의 동참을 이끌어낸 그레타 툰베리는 이러한 어른들의 충고에 기후문제를 해결할 방법들은 이미 다 나와 있다며 행동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맞선다. 지난해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는 “불이 났다고 외치지만 말고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래가 없는데,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반복되는 그레타 툰베리의 일인시위는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며 세계 청소년을 결집시키고 있다. 청소년들의 완강한 기세는 자칫 전 세계의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질 태세다.

 

확산되고 있는 청소년파업, 조짐은 예견돼 있었다

청소년들의 기후파업은 그레타 툰베리가 처음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어린 환경운동가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고, 몇 해 전부터는 적극적으로 정부나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2015년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청소년 21명이 미국 연방정부와 화석연료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그들은 이번 세기까지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을 세워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소송은 콜로라도, 매사추세츠, 펜실베이니아 등의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적극적인 기후정책을 외면하는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상대로 한 기후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아마존의 숲을 지키려는 아이들이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이겨냈고, 뉴질랜드에서도 로스쿨 학생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한 기후소송에서 이기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3월 15일에는 한국을 포함한 캐나다, 호주, 독일, 스페인 등 약 134개국 2376개 도시에서 약 188만 8544명의 청소년이 등교를 거부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어진 5월 24일에도 110여개국 1351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진행했는데, 한국에서도 서울, 부천, 인천, 대전, 당진 등 5개 지역에서 약 500여명의 청소년이 거리로 뛰쳐나와 기후행동 시위를 진행했다.

이 청소년기후소송단은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안일한 모습을 비판하고 기후변화, 환경교육의 부재와 이러한 현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현장에 참가한 오연재 청소년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의 결과는 아직도 과도한 성장사회를 위한 결과라서 교과서 한 꼭지로 마주한 기후변화를 통해 본질적인 해결방안과 효과가 있는 행동들은 배우지 못했다”라며 교육청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본격적인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갈등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다

학교에 있어야 할 청소년들이 왜 거리로 나와야만 했을까. 그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이 살아가야 할 삶이 위협받고 있고, 지금보다 더 악화된 상황에 직면할 것이 확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폭염과 숨을 조여 오는 미세먼지, 해수면 상승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이상기후들. 상황이 이러함에도 실질적인 대책은 실현되지 않고 있고, 더구나 학교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가르치지도 않는다. 청소년들이 먼저 개인의 목적과 사회의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을 받고 싶다고 외친다. 그들의 삶에 가장 치명적인 현실문제가 될 기후변화에 학교도 사회도 둔감해 있는 통에 당사자인 그들이 직접 권리 찾기에 나서게 된 셈이다. 거리로 내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앞선 세대들에 의해 누적된 기후문제에 대해 현 기성세대와 청소년이 꼭 대척점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 기후문제를 알리고 지금의 청소년들이 기후책임에 미미한 피해자인 것은 맞지만, 기성세대에 해결을 촉구하는 것 자체로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물론 그 자체로 의미 있으며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청소년들이 요구하는 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문제를 풀어내는 실제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실제적인 논의와 대책의 현실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정부나 정치인, 과학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청소년을 비롯한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기후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장거리 여행을 자제하는 것, 일회용품 사용을 거부하는 것,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 등 실제적인 실천으로 구체화돼야 기후파업이 지나가는 해프닝이 아닌 변화의 기폭제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실천은 이미 다 나와 있다. 물론 저탄소 사회로의 빠른 전환을 위한 정책적 결단은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할 사항이다.

최근 러시아의 한 도심에 비쩍 마른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도로변을 횡단하는 황당한 모습이 포착됐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북극곰 떼도 카메라에 담겨 충격을 줬다. 일부 급진적인 기후전문가들은 이번 세기 안에 모든 빙하가 녹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서식처를 잃고 위험한 거리로 내 몰린 북극곰의 모습은 근래의 청소년 파업과 함께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청소년들의 작지만 큰 움직임이 기후 전환의 동력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이슈로 지나갈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렸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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