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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권이 달린 물분쟁, 국내외 각지에서 발생하다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07.10 09:25
  • 호수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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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등 10개 국가가 인접해 지속적으로 물분쟁이 발생해 온 아프리카 나일강

인간에게 필수요소인 물은 곧 생존으로 직결된다. 이에 물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은 과거부터 치열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인구의 증가로 인한 물부족과 기후변화로 인한 물순환 장애는 치열한 물 분쟁을 과열시키고 있다. 그리고 남의 나라 이야기 같던 물분쟁은 이제 국내에서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물부족, 물분쟁을 과열시키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삶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다. 인간은 물을 마시지 않고는 3일 이상 살 수가 없으며, 일상생활과 농업,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꼭 필요한 필수 자원이다. 그러나 지구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한정적이다. 지구에는 약 15억㎦ 규모의 엄청난 물이 존재하지만 그중 97.5%가 염분이 포함된 해수로 바로 사용할 수 없다. 우리가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담수는 2.5%에 불과한 데 그마저도 대부분이 지하수, 빙하, 만년설 등이며, 강과 하천 등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0.4%(600만㎦)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300여 개가 넘는 강들이 두 국가 이상에 걸쳐 흐르고 있다. 문제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물 수요량은 급증했고, 많은 국가들이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일부 국가들은 더 많은 물을 차지하기 위해 댐을 건설하거나 무력분쟁까지 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물순환 장애, 수자원 불균형, 담수 유출과 물 환경 문제와 환경오염에 따른 수질오염이 발생하면서 물 부족은 더욱 심각해졌고, 이는 치열한 갈등을 더 크게 키우고 있다.

현재에도 두 국가 이상에 걸쳐 흐르는 국제하천 유역에 50여개국 세계인구의 35~40%가 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물부족과 물분쟁이 심화될 경우 30년 안에 물을 차지하기 위한 폭력적이고 정치적인 충돌이 곳곳에서 발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물을 확보하기 위한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며, 더 나아가 수자원 확보와 함께 따라오는 보이지 않는 이윤 확보를 위한 눈치싸움도 이미 시작됐다.

 

해외의 치열한 물분쟁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강인 나일강은 국가간 물분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일지도 모른다.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등 10개 국가가 인접한 나일강은 과거부터 물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특히 나일강을 독점 사용해 오던 수단과 이집트는 1920년 나일강 상류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지난 2011년부터 청나일강에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이하 르네상스 댐)’을 건설하고 2013년부터 물 이용권 재분배를 위한 협정을 진행하는 등 이집트와 날선 대립을 하고 있다. 올해로 건설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는 르네상스 댐은 6450 MW 규모로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크고, 세계에서는 7번째로 큰 수력발전 중력댐으로 740억m³의 물을 저류할 수 있어 나일강 하류에 위치한 이집트와 수단의 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담수 수요 90% 이상을 나일강에 의존하는 이집트는 에티오피아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당시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나일강물이 한 방울이라도 줄어든다면 우리는 피를 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반응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행히 두 국가 간의 분쟁은 폭력적인 충돌 없이 돌파구를 찾았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집트정부에 르네상스 섬으로 인해 이집트의 담수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이를 토대로 지난해 6월 아비 아메드 에티오피아 총리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나일강 수자원 배분을 위해 협력을 강화한다’는 기본 합의를 맺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물분쟁은 나일강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터키와 이라크 역시 티그리스강을 놓고 깊어진 갈등의 골을 드러냈다. 터키가 을르수 댐을 지난해 완공해 6월부터 댐에 저수하기 시작하면서 티그리스 강으로 내려오는 물의 수량이 줄어들어 이라크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긴 전쟁을 겪어온 이라크는 그동안 민생을 챙기지 못했고, 그 와중에 생긴 물 분쟁은 이라크의 민생을 파탄내고 있다. 또한 2017년 12월 이라크 정부는 이라크 내 IS와 전쟁이 종식됐다고 선언했으나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서부와 북부지역 그리고 평화스럽고 안정된 지역으로 보이는 곳까지도 아직 이슬람국가조직의 위험성이 남아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 터키와의 분쟁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물분쟁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도·네팔·중국·방글라데시를 거쳐 흐르는 겐지스강에서는 인도가 캘커타지역의 홍수 방지를 위해 대규모 파라카댐을 건설하면서 갈등이 발생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베트남의 5개국을 가로질러 흐르는 메콩강에서도 중국이 대규모 댐을 건설하며, 각국과 분쟁을 일으킨 바 있다.

다행히 최근 발생하고 있는 물분쟁은 대부분 대화와 협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됐으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니 만큼 언제든지 과격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도 있는 사항이다. 이에 1972년 스웨덴에서 개최된 UN 인간환경회의, 1977년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UN 마르텔플라타 물 회의, 1992년 리우환경개발회의, 2002년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지구정상회의, 2006년 멕시코에서 개최된 제4차 세계물포럼 각료회의 등 물과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와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간 해묵은 물분쟁과 4대강 사업 등 물분쟁 해결이 시급한 우리나라(사진은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칠곡보)

오랜시간 지속되고 있는 국내 지자체 간 물분쟁

이처럼 집중 조명되고 있는 물분쟁은 대부분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물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오랜시간 물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시와 경상남도, 대구시와 구미시, 울산시와 대구시·경상북도 등 지자체 간 물분쟁이다. 지자체 간의 물분쟁은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20년이 넘게 진행돼 온 곳도 있다.

부산과 경상남도에서 발생한 물분쟁은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폐놀 오염으로 발생한 갈등이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부산시는 오염으로부터 안전한 물을 얻기 위해 낙동강 대신에 진주 남강댐의 물을 요구했다. 그러나 남강댐이 위치한 경상남도 주민들은 물 부족 우려와 지역 정서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25년째 지속돼 오던 두 지역 간의 갈등은 지난 6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남강댐 물은 경남도와 지역 주민이 동의하지 않는 한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종지부를 찍었다.

10여 년째 진행되고 있는 대구시와 구미시가 겪고 있는 물분쟁은 취수원 싸움이다. 2009년 구미산업단지에서 다이옥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대구시는 취수원을 구미산업단지 보다 상류에 취수원을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구미시는 “대구시의 취수원이 이전될 시 구미 취수원의 물을 함께 쓰게 되므로 물부족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구미시에 공급하기 위해 물 40만톤을 퍼내던 곳에서 대구시가 사용할 물 55만톤까지 퍼 올리면 수질이 나빠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울산시와 대구시·경상북도의 경우는 앞서 살펴본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사연댐과 대곡댐에서 물을 공급받아온 울산은 수질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반구대 암각화가 국보로 지정되고 대곡천 암각화군을 보존하기 위해 두 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식수공급에 비상이 걸렸고, 울산시는 대구경북에 위치한 운문댐과 대암댐에서 물을 취수하는 방안을 지자체에 제안한 것이다.

이번 사항에 대해서도 울산의 제안을 받은 대구를 비롯한 경북 지자체는 자신들의 물부족을 우려해 자신들의 식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울산에 물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외에도 4대강 사업 백지화 및 보철거 문제로 인한 행정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주민 간 갈등도 국내 물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늦겨울부터 장마철까지 이어지는 가뭄을 비롯해 강우량 감소, 장마의 변화로 물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뭄기간 동안 농업·산업 부분에서 용수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이러한 지자체 간 물 분쟁이 쉽사리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해묵은 지역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는 지난해 1월 물관리위원회가 주민의 건강과 생활환경에 직접 영향을 끼치거나 사회적 갈등이 심해 시급하게 조정이 필요한 물 분쟁 발생시 직권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물관리기본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지난 6월 13일부터 시행된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유역별 물 분쟁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지역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해묵은 지자체 간 물분쟁과 주민과 지자체, 정치권까지 갈등을 빚고 있는 4대강 사업이 물관리위원회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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