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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한국 젊은 작가들이 선보이는 생태학적 상상 /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8.10 09:04
  • 호수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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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 스튜디오의 <파도식물>은 파도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모감주나무의 씨앗처럼, 모든 이들이 ‘파도와 식물’ 같은 관계를 맺기 바라는 마음으로 2015년부터 식물을 매개로 다양한분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듀오다. 이번 프로젝트는 요즘 저마다의 이유로 식물을 찾는 사람만큼 ‘사람을 찾는 식물’도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동식물의 8분의 1이 멸종에 처한 오늘날, 파도식물은 식물과 완전히 하나가 된 전시 공간을 연출해 식물을 통한 관점 바꾸기를 제안하며, 사람이난 자리에 식물이 자라는 미래를 꿈꾼다.

생태학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굵직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에 직면한 오늘날,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는 <디어 아마존 : 인류세 2019> 전시(~8.25)다.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최근 국제 예술계에서 관심이 급부상한 브라질 젊은 세대 작가들의 새로운 예술 경향을 소개하고, 한국의 동시대 미술가들을 포함해 총 19명/팀이 인간과 생태계의 공존을 둘러싼 미래 세계의 예술적 전망을 다룬다.

 

예술을 통해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음으로써 사물과 인간 사이의 정해진 이분법을 파괴하고자 하는 사이몬 페르난디스의 <Super-superficial>, 2019

인류세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대화

<디어 아마존 : 인류세 2019>는 전 지구적 과제인 ‘인류세(Anthropocene)’와 관련한 지구 생태위기를 매우 개인적이고 대화적인 톤으로 이야기한다. 인류세는 ‘인간이 지배하는 지질시대’를 가리키는 용어로, 2000년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에 의해 처음 환경문제에 대한 염려 속에서 등장했다. 크뤼천은 인류세라는 용어를 통해 인간의 모든 활동이 온실가스 배출, 산림벌채, 핵실험이라는 형태로 자연환경을 큰 폭으로 변화시켜, 지구 곳곳에 인류가 그 흔적을 남기게 된 시대를 가리키고자 했다.

2016년 사이언스지에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플라스틱, 알루미늄, 콘크리트 등 새로운 물질이 쌓인 인류세의 퇴적물 단면을 시각화한 논문들이 발표되자 대중적으로 이 개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인류세 개념은 거의 모든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의 중심이 되면서 단순히 지질 시대를 구분하고 환경 훼손에 따른 생태 위기를 다루는 개념을 넘어, 인류의 존재와 미래를 둘러싼 거대한 담론이 돼가고 있다.

알렉산드르 브란다오의 <멈춰진 정원>(2015). 자신의 작업에 있어 우연에 의한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하는데, 시멘트 바닥에 우연히 새겨진 나뭇잎 등을 주제로 가져와 자연을 합리화하고 이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시도가 실패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비사회에서 쉽게 버려지고 유통되는 물품들로 ‘미래의 유물’을 만드는 주앙 제제의 <Pedra Bruta(Unpolished Stone)>(2019).

브라질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광물산업의 전체적인 유통시스템을 국제미술품 유통에 투영했다

비서구권에서 바라보는 생태환경에 대한 통합적 내러티브

인류세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지구의 생태계와 인간의 조물행위를 초월하는 개념으로, 기존의 역사를 검토해 아예 새로운 길을 내는 작업이다. 그러나 유럽 중심, 백인 중심으로 전개된 이 담론이 전 지구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지역 속에 생성된 비서구권의 수많은 내러티브를 한꺼번에 휩쓸어 통합시켜 버리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사례도 공공연하다. 인류세에서 기인하는 차별은 미술계도 널리 퍼져 있다. 서구 동시대 예술계는 라틴계의 문화나 예술적 모델을 요구하지만, 그 지역의 문화를 경험하고 자란 라틴계인들의 내면에 내재된 문화, 정치적인 사상을 이해하거나 경험하고, 소통하려 하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은 아시아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전시는 브라질의 지역적, 문화적, 사회적 특이성을 중심으로 오늘날 한국과 브라질의 가장 시급한 사회적 이슈이면서 동시에 전 지구적 과제인 인류세와 관련한 지구 생태위기를 다양한 동시대 예술 실천들과 인문학의 통합적 관점에서 다룬다. 전시는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된 이후, 2020년 상파울루에서 한국작가들의 참여로 이어지게 되는데, 비서구권 예술계와 자생적으로 협력해 상호간의 관계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공간을 창출하며 예술가들이 펼치는 ‘생태학적 상상’을 통해 인류세의 또 다른 해석의 출현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신시아 마르셀은 평범한 요소들의 뒤틀림에 주목해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습적인 관념에 도전하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인간에 의해 기능이 부여된 사물의 반복되는 움직임을 영상으로 담아내 자연과 도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시도한다. 작품은 <폰테 193>(2007), <475 볼버>(2009), <교차>(2010) 3부작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는 브라질 아마존의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은 후에 특별히 진행하는 의식에 주목한다. 물고기를 가슴팍에 안고 한참을 쓰다듬는 의식을 통해 현 시대의 폭력적인 사람들에게 다른 종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권유한다. <The Fish> 2016, 23’, 16mm (2K), Sound 5.1

국제 예술계에서 주목받는 브라질 동시대 작가들과의 콜라보

브라질은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해 축구를 향한 열정, 카니발, 삼바 문화 등으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리듬과 예술 창작이 거리의 즉흥적 삶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나라다. 또한 열대 야생의 활력과 근대적 도시문화, 이민자들의 다중성이 혼합돼, 독특한 문화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더불어 전 세계 산소의 20%를 만들어내는 지구 산소탱크 아마존을 보유하고 바이오 연료 개발의 선두주자로서 에너지, 생태,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형적 특수성을 갖는다. 그러나 오늘날 아마존은 자본과 개발의 논리에 사로잡힌 인류의 인간성 회복을 시험하는 가장 치열한 현장이다.

브라질 작가들과 한국 관객들 사이의 친밀한 대화를 유도하는 이번 전시는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에 직면한 오늘날, 문화텍스트가 할 수 있는 가장 실천적인 정치적, 철학적, 생태적 사고실험을 전개한다. 더불어 각자 다른 역사와 경험이 서로 관계된 곳에 우리가 어떤 식으로 위치할 것인지 깊이 사고하고 이해하는 시도를 통해 인류세의 담화를 조금 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적 구조를 제공한다.

일상적인 물건들이 거리에 계속 던져지면서 하나의 시위현상을 표현한 티아고 마타 마샤두의 작품. 누가 물건을 던지고 왜 시위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며 일상에서 질서가 깨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The Century> 2011, video, 9m37s in loop

전시는 브라질의 젊은 예술가 11명의 작업을 선보이는 <Dear Amazon>을 중심으로, 8팀의 한국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문학인, 애니메이션 감독, 환경운동가, 가드닝 스튜디오 등이 일민미술관 3층 프로젝트룸에서 진행하는 <라운지 프로젝트>, 인류세를 주제로 한 브라질 비디오 작품 9편을 선보이는 스크리닝 프로그램 <비데오브라질 히스토리 컬렉션> 등 3파트로 구성됐다. 특히 한국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라운지 프로젝트는 포스터, 팟캐스트 사운드, 요가, 발효주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날씨와 환경변화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며 브라질 작가들과 한국 관객들 사이의 대화를 유도한다. 그 밖에도 이 전시의 부대 행사로 비데오브라질의 디렉터 솔란지 파르카스가 기획한 비디오 프로그램을 일민미술관 5층 신문박물관 영상실에서 상영한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다.

인간 이외에도 의식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를 문어로 제시해서 문어의 몸짓을 요가로 표현했다.

조은지, <문어의 노래(Instructional Video)>, 2019

발효워크숍에 쓰이는 과일들이다. 여러 물질이 만나서 새로운 물질로 발효되는 과정자체를 각기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새로운 무언가를 교류하는 사회적 상황에 투영했다. 손혜민, <집단 발효Collective Ferment>, 2019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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