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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없는 삶, 가능할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8.10 09:44
  • 호수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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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이 사회의 큰 이슈가 되면서 플라스틱 문제를 다루는 영화, 책, 캠페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플라스틱을 끊어내는 것이 힘들다는 방증이다. 현대사회에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것은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다. 플라스틱을 제외하고 소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이니 개인의 선택을 구속할 수도 없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플라스틱 소비문화를 바꿔야 한다. 왜? 어떻게?

 

플라스틱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

‘바닷새 중 90퍼센트 소화기관에 플라스틱 존재, 1분마다 쓰레기차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 해양 유입,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450년, 남태평양의 무인도 헨더슨 섬에 380억 개의 플라스틱 조각 발견’. 이는 플라스틱 공해의 단면이자 플라스틱을 당장 포기해야 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수치들이다.

바다와 육지를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문제는 최근 일어난 환경문제 중 가장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된 사회적 이슈다. 특히 동물학자이자 영화감독인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 ll>에서 어미 앨버트로스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새끼에게 먹이는 장면은 전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했다. 거북이의 코에서 빨대를 꺼내는 장면이 담긴 영상은 또 어떤가. 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빨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어디 이뿐이랴. 지금 당장 거리로 나가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도 플라스틱 문제를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 소비보다도 생산을 멈춰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제품이 없다면 사용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플라스틱이 발명된 것이 111년 전이니 한 세기 정도 플라스틱을 사용해온 삶의 방식을 그 이전으로 회복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만도 아닐 것이다. 문제는 많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일회용 제품 외에는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며, 사용한 제품을 처리할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도 소홀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료하다. 엄청난 플라스틱 생산을 중단하고, 이에 대한 메시지를 기업에 줄 수 있도록 소비문화를 바꾸는 노력을 함께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플라스틱 이슈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소비문화를 바꾸고자 희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다행히 플라스틱 없는 삶을 위해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체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플라스틱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실천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도전과 기회를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동참하고, 회의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곳들이 늘고 있으며, 150여 개 국가에서 200만 명도 넘는 사람이 ‘플라스틱 없는 7월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실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지 않은 제품을 고를 여유가 없거나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써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어려운 도전에 뛰어들고, 자신의 체험을 온라인에 올리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플라스틱 없는 삶>의 저자 윌 맥컬럼은 플라스틱 없는 삶을 사는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거절하라. 줄여라. 재사용하라. 재활용하라. 그리고 목소리를 내라.’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거절할 수 있다면 반드시 거절하고, 집과 일터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것, 플라스틱보다 더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으로 바꾸고,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는 상점이나 음식점을 이용하고, 에코백·텀블러 같이 여러 번 사용 가능한 친환경 제품을 항상 챙기고, 집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올바른 방법으로 폐기하고,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은 분리 배출할 것, 그리고 이러한 실천방안들을 친구에게 알리고, 단골 가게에 알리고, 직장 동료에게 알리고, 지역신문에 알릴 것을 특별히 강조한다. 플라스틱을 포기하는 노력은 수백만이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플라스틱 공해는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므로 각 개인의 책임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는 개인적 차원에서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플라스틱 사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함께 행동한다면 훨씬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친구나 동료와 이야기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면 혼자 할 때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윌 맥컬럼은 다른 사람들과 뜻을 모아 힘 있는 정치인과 기업인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플라스틱 공해 없는 세상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알면서도 잘 모르는 플라스틱 사용

실천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적어도 몰라서 소모해버리는 플라스틱은 없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의류다. 의류가 해양 플라스틱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옷을 세탁할 때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 실이 빠져나온다. 유행이 빨라지면서 저렴하고 다루기 쉬운 폴리에스테르가 전체 옷감 중 60퍼센트에 이르게 됐는데, UN은 2016년 제조된 합성섬유는 6100만톤에 이른다고 전한다.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옷을 세탁하면서 나온 것이니, 옷을 구매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예로 종이컵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라스틱만 문제이지 종이컵은 쉽게 재활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일회용 컵은 바깥 부분은 종이지만 안에는 얇은 비닐 막이 붙어 있어 대부분 재활용하지 못한다. 영국에서는 1년 동안 25억 개의 종이컵을 사용하지만 이중 0.25퍼센트만이 재활용된다. 우리나라 역시 사정은 별반 차이가 없다. 2015년 기준 일회용 종이컵은 약 230억 개가 사용됐으나 재활용된 것은 3억 2000만 개에 수준이었다. 전체의 1.5% 수준으로, 백 개의 종이컵을 사용하면 두 개 정도만 재활용 되는 셈이다. 매년 40억 개가 넘는 종이컵을 사용하는 스타벅스는 몇몇 국가에서 일회용품 줄이기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 테이크아웃 음료를 마실 때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것이다. 또한 개인 식기구를 들고 다니며, 음식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구를 받지 않는 것도 플라스틱 발자국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식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국제공인 재활용 표시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재활용 표시가 없는 포장은 피해야 한다.

 

플라스틱을 다시 보다

플라스틱은 지구에서 가장 외진 곳까지 침범했고 인간과 한 번도 접촉한 적 없는 해양생물의 배 속에서도 발견된다. 그런데도 플라스틱 생산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다국적 기업 중 어떤 곳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현실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는 여건을 핑계 삼아 대안을 찾기 위한 행동과 혁신을 미뤄서는 안 된다. 오늘날 플라스틱은 어디에서나 넘쳐난다. 이 절망적인 현실에서 우리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성공하려면 플라스틱을 포기하는 일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포기하는 길은 한 가지만이 아니다. 지역과 국가마다 다양한 길이 있다. 또한 플라스틱 사용이 모두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저렴하고 다루기 쉬우며 의료 목적으로 쓰일 경우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과 개인의 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플라스틱 사용을 무조건 비난해서도 안 될 일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와 바다를 괴롭히는 버리는 문화에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최근 지질학자들이 암반에서 플라스틱 층을 발견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인류의 환경파괴가 자연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는데 그 증거가 나온 것이다. 이로 인해 플라스틱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플라스틱 안 쓰기 모임이 인터넷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어떤 일에 도전할 때 우리보다 먼저 도전한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그리고 플라스틱이 지질의 한 시대를 분류해버린 오늘날,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다시 돼야 할 것 같다.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면서까지) 플라스틱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질인가’ 하는 것으로 말이다.

참고도서 <플라스틱 없는 삶>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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