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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사랑을 받은 플라스틱, 어쩌다 천덕꾸러기가 됐나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08.10 09:50
  • 호수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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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플라스틱

20세기 초 발명된 플라스틱은 ‘20세기 신의 선물’이라 불렸다. 가볍고 유연한 이 소재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됐고 기술혁신을 가져왔다. 플라스틱은 석기, 청동기, 철기에 이은 제4의 문명으로 불리며 20세기를 플라스틱 시대로 만들었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은 현재 인류의 혁신을 가져왔던 플라스틱은 퇴출위기에 놓여있다.

 

혁명의 시작, 플라스틱의 발견

플라스틱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송진, 호박, 마닐라 등 식물에서 나오는 진액과 같은 유출물이 고형화됐을 때 딱딱해지는 천연수지의 원리와 같다. 원유를 가열해 석유제품인 나프타로 만든 다음 나프타를 가열해 에텔렌과 프로필렌을 만들어 고체형태로 굳히면 된다. 이를 합성수지 즉,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이 인류에게 발견된 것은 1846년 독일인인 크리스티안 쇤바인이 식물성 섬유소인 셀룰로오스에 질산을 섞은 질산섬유소(니트로셀룰로오스)를 발견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이 물질이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후 1863년 미국의 한 당구공제작사는 당시 당구공 재료로 사용되는 값비싼 코끼리 상아를 대신할 소재를 찾고자 보상금까지 내걸었는데, 한 무명의 발명가 존 하이어트(John. W. Hyatt)는 질산섬유소에 주목해 당구공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는 우연히 피부약으로 쓰이는 캠퍼팅크를 질산섬유소에 넣게 됐고, 이때 질산섬유소가 녹는 것을 발견한다. 녹은 성분에 열을 가하자 어떤 모습으로든 변형이 가능했고, 이를 굳히면 단단한 물질이 만들어졌다. 최초의 플라스틱 ‘셀룰로이드’를 개발한 것이다.

셀룰로이드로 만든 당구공은 약간의 폭발성으로 상용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이어트가 발견한 셀룰로이드는 단추 등의 일용품, 완구·학용품 등으로 널리 사용됐으며, 필름의 원소재가 돼 사진과 영화의 발전을 가져왔다.

세계2차대전에 이르기 전까지 널리 사용되던 셀룰로이드는 연소성이 높아 쉽게 타버린다는 단점을 이기지 못했고, 1907년 리오 베이클랜트가 페놀과 폼알데하이드를 원료로 사용해 개발한 ‘페놀수지(베이 클라이트)’ 등 합성수지 플라스틱들이 등장하면서 자리를 잃었다.

리오 베이클랜트가 개발한 베이 클라이트는 페놀과 폼알데하이드가 만나면 나무진 같은 것이 형성된다는 논문에 주목해 만든 천연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최초의 합성수지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처럼 단단하고 부식되지 않으며 절연성이 있는 소재였다.

베이클랜드의 페놀수지 발명 이후 1921년에 요소수지, 1939년에 멜라민 수지 등 열에 강한 열경화성 플라스틱이 뒤를 이어 발명됐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불포화에스테르수지, 에폭시수지 등이 선을 보이며 공업적 생산 체계를 갖춰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필름, CD 등을 탄생시킨 최초의 플라스틱 셀룰로오드

인간의 사랑을 받은 소재

플라스틱의 등장은 인류를 혁신적으로 바꿔놓았다. 플라스틱은 어떠한 모양으로도 제작이 가능했고 유연성을 갖췄으며, 가볍고 튼튼했다. 이러한 이유로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범위는 점점 커져갔다. 플라스틱은 석기, 청동기, 철기를 잇는 제4의 도구이자 19세기를 주도한 새로운 문명이라 할 정도로 인간에게 미친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1930~1940년 석유화학자들이 플라스틱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합성플라스틱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플라스틱이 폴리에텔린이다. 에틸렌 가스가 중합해서 생긴 플라스틱인 폴리에텔린은 방습성과 절연성이 좋아 비닐과 전선 등에 사용됐다. 천사의 실이라 불리는 플라스틱 섬유 나일론과 유리보다 몇 배는 강한 아크릴도 섬유와 유리를 대체하며 각종 산업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한 이에 발맞춰 발발한 세계2차대전은 가볍고 튼튼한 플라스틱의 수요를 촉진시켰고, 그 전쟁은 플라스틱 산업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이후 플라스틱은 필름, 비닐레코드, 카세트테이프, CD 등으로 활용되며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영화, 음악 저장 등 새로운 문화를 선도했고,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에 화합물을 첨가해 더 유연하고 탄력있는 플라스틱을 만들어 유리병이나 고무 등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플라스틱은 쉽게 깨지거나 살균이 어려운 병원의 혈액병과 고무튜브를 대체해 더 위생적이고 편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세계2차대전 이후 플라스틱 제조기술의 발달로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플라스틱은 인간의 일상으로 발을 넓히기 시작했다. 저렴한 플라스틱은 도자기, 목재, 유리금속류 등으로 만들어졌던 각종 제품들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일회용품, 비닐팩 등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제품들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과도한 사용, 결국 문제로 대두되다

앞서 살펴봤듯이 한때 신이 주신 선물이라 불리던 플라스틱은 현재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너무 과도한 사용 때문이다. 인간들은 저렴하고 편리한 플라스틱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버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은 지구를 잠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과 조지아대학 공동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세계에서 대량 생산된 플라스틱양을 추산해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지구에서 플라스틱이 처음으로 대량 생산된 1950년에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만t에 불과했으나 2017년까지의 누적 생산량은 그 4000배인 83억t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땅에 매립되거나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기준 더는 쓰지 않아 쓰레기가 된 플라스틱은 총 70억t에 이르며 그중 79%는 땅 속에 매립되거나 바다에 버려지고, 12%는 소각됐다. 단 9%만이 재활용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수치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량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2050년에는 플라스틱 누적 생산량이 340억t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한해 평균 3억 4800만t(2017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문제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가볍고 튼튼한 것이 장점이던 플라스틱은 그 장점으로 인해 가장 골치 아픈 환경오염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심각한 폐기물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분해되지 않은 플라스틱은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으며 풍화돼 잘게 쪼개진 채 잔류한다. 또한 소각되더라도 내분비계 장애물질인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자연에서 사라지지 않고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이 된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타고 우리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고 있다.

올해 세계자연기금(WWF)과 호주의 뉴캐슬 대학과 함께 실시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약 2000개로 약 5g 정도의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신용카드 한 장의 무게로 현재 인간은 매주 카드 한 장을 섭취하고 있는 수준인 것이다.

 

소독하기 힘든 병이나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힘들었던 소재를 대체해 더 위생적인 병원을 만들어준 플라스틱

플라스틱 문제, 과연 플라스틱만의 죄인가

이처럼 인간에게 새로운 문명과 문화를 선물하고 더 위생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던 플라스틱의 축복은 끝났다. 이제는 많은 국가들이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플라스틱의 문제가 아니다. 플라스틱의 잘못이 있다면 자연에서 사라지지 않는 죄 밖에 없다. 현 사태가 지금까지 온 이유를 냉정히 살펴봤을 때 플라스틱보다 플라스틱을 너무나도 쉽게 소비해온 인간들의 잘못이 더 크다. 현재 많은 국가와 환경단체들이 펼치고 있는 일회용품 줄이기와 플라스틱 퇴출운동 등은 이에 대한 반성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플라스틱은 유용한 발견이었다. 플라스틱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유용하게 사용돼 왔다. 아직도 우리의 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각종 산업의 필수 소재나 병원, 수술 등에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대체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불가피하게 플라스틱이 필요한 부분이 존재한다.

다만 불필요한 플라스틱은 반드시 줄여야 한다. 일회용품, 빨대, 비닐 등 없어도 무방한 플라스틱은 과감하게 줄여나가야 하며, 새롭게 생산하는 것을 줄이고 재활용하는 것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지금의 플라스틱 대란에 대한 책임을 플라스틱에게만 돌릴 수 없다. 우리가 함께 책임의식을 가지고 플라스틱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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