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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공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8.10 09:52
  • 호수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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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현대사회의 모순이자 영장류인 인류의 허상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격은 플라스틱이 아닐까. 인간의 똑똑한 머리로 만들어낸 최대의 발명품인 그것은 편리성을 가져다줬지만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사회에서 부작용이 돼 돌아오고 있다. 플라스틱의 역습인 셈이다. 그 피해는 한 가지 방향으로만 오지 않는다. 플라스틱이 야기하는 공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재앙과도 같은 플라스틱 공해

플라스틱 문제는 버려지는 쓰레기로 인해 야기하는 흔한 환경문제가 아니다. 플라스틱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 일테면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프탈레이트- 내분비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 그것이고, 물리적인 처리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 쉽게 분해되지 않고 육상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음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잠식은 재앙과도 같은 크기의 폐해를 낳고 있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미 미쳤다. 어류, 바닷새, 물개 등 해양 포유동물과 바다거북을 포함해 적어도 약 700종의 생물이 목숨을 잃거나 고통 받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비닐봉투를 먹이로 잘못 알고 먹거나 어망 등에 얽히는 경우다. 이들의 플라스틱 쓰레기 섭취율은 바다거북이 52%, 조류가 90%로 추정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피해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한 번 세상 밖으로 나온 플라스틱은 쉽게 분해되지 않고 수백년 이상이 지속된다. 파도나 자외선 등으로 잘게 쪼개져 세계의 바다를 돌고 돌 뿐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생성된 크고 작은 플라스틱 조각은 전 세계 바다에 5조개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대부분이 육지에서 기인한다. 주요 오염원은 달리는 차에서 마모되는 타이어 분말, 합성섬유 세탁 중에 유출되는 미세섬유,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세정용품 등이다.

그렇다고 플라스틱을 육지에서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83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됐고 그 중 약 63억 톤이 쓰레기로 폐기,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했다.

플라스틱 소각은 지금 시점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소각은 해법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플라스틱은 연소되면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퓨란, 내분비계 교란물질이자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증발성이 높은 수은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 성분에다 염화수소, 이산화황, 질소화합물들이 포함된다. 매립은 땅에 쓰레기를 묻지만, 소각은 하늘에 묻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유해물질을 방출한다.

 

생활 깊숙이 파고든 환경호르몬

플라스틱 사용에 있어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생식독성을 갖는 환경호르몬이다. 최근 들어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많이 부각되며 플라스틱 자체가 갖는 화학적 문제는 다소 묻히는 경향이 있었다. 플라스틱은 안정한 물질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함유하고 있는 가소제 프탈레이트는 환경호르몬의 대명사로서 허용돼서는 안 되는 독성물질이다. 프탈레이트가 체내에 유입되면 여성 불임, 정자 수 감소, 비뇨생식기 기형, 성 발달 저해 등을 유발하고 간과 신장, 심장, 허파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 몸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물질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논리로 인해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플라스틱 사용시 그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다.

유럽과 미국은 프탈레이트를 이미 생식독성물질, 발암물질, 유해화학물질 등으로 분류해 일반적인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어린이용품, 화장품, 의료용품 등의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관리감독을 달리하고 있고 사용제한도 개별법에 따라 달리 적용하고 있어 프탈레이트 제한에 사각지대가 많다. 프탈레이트는 아이들이 쓰는 장난감과 각종 학용품을 비롯해 하루 종일 생활하는 공간인 집안의 바닥재와 벽지, 인조가죽, 그리고 자동차 내 시트 등에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의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 향수, 세제 등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다행히 어린이용품에 대해서는 규제를 통해 정비해가고 있지만 성인제품들은 제한을 두지 않아 2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고, 실제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어린이제품만 규제한다고 해서 어린이 노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어린이제품만이 아니라 어린이가 입으로 가져갈 수 있는 모든 생활제품에 대해 규제해야 하고, 대체물질에 대한 안전성 확보 등 여러 가지 이슈들이 있다. 각기 흩어진 관계부처와 기관들을 조율하면서 규제를 체계적으로 마련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플라스틱 인체유해성 입증되지 않았다고 괜찮을까

다행히 아직까지 우리생활에서 프탈레이트류의 사용 수준이 인체유해를 유발한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플라스틱 제품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우리의 소비패턴과 생식발달독성 외에 미량 수준에서 발현될 수 있는 행동발달독성 가능성, 비만 및 대사질환 유발가능성을 보면, 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상희 호서대 임상병리학 교수는 프탈레이트 안전성 관련 토론회에서 “프탈레이트는 그 자체로서는 허용하거나 사용하면 안 되는 물질이지만 아직까지는 우리의 노출량에 따르면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면서도 “모든 프탈레이트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먼저 노출량이 많고 독성이 강한 프탈레이트에 대한 규제를 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며 “특히 식품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고 사용량 제한을 위한 방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따라서 프탈레이트류의 건강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좀더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하고 생활용품에서 프탈레이트 등 가소제류의 사용 여부와 함유량 표시제도의 효용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제조업자들은 프탈레이트 용출 최소화공법을 도입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개개인의 생활에 있어서도 일회용품 사용의 최소화,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봉지 사용 자제, 이들의 분리 배출 시스템 강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하겠다.

미세플라스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세플라스틱 자체로 수생생물에 대한 광범위한 물리적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보고되고 있고, 플라스틱 내 첨가제로 인해 독성 영향이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된다. 그러나 인체 영향에 대한 연구와 과학적 근거는 아직 초기 단계로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수산물의 섭취 등을 통해 사람도 미세플라스틱에 불가피하게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 유해성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환경부 조은희 화학물질정책과장은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있어서 제한적인 동물시험자료를 토대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연계성·개연성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며, 입증되지 않은 것에 대한 규제에 있어 기업들의 이의 제기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데이터를 최대한 가져야 하고 어느 시점에서 어느 정도로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법에서는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이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 관리의 첫 단계로 작용하고 있다. 프탈레이트도 국내 23종이 보고되고 있다. 그 중 10종 정도가 기본적인 유해성 정도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 그 때문에 관리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 규제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와 국내 재활용 폐기물 업체의 수거거부사태 등이 겹치면서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사회적·경제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유해물질의 사용과 관리에 대해서만은 경제적 논리가 아닌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는 플라스틱 규제를 확대하고 있고, 또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도 개발돼 그 사용량을 확대하고 있다. 플라스틱 자체의 위해성은 이미 확인됐으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재의 상황은 조속히 개선돼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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