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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림이 되다 / 조선의 실경산수화 특별전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9.10 09:10
  • 호수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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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에 담고 싶고 마음에 새기고 싶어진다. 요즘 같이 첨단기기가 발달된 때에는 일단 셔터를 누르고 감동은 살짝 뒤로 미루기도 한다. 더 많은 것을 담아야 비용도 시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명의 혜택인지 문명의 부작용인지를 모르는 시대 살았던 옛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조선의 화가들은 빼어난 경치를 보고 즉각적인 반응을 화폭에 담았다. 그리고 현장에서 떠오른 감정을 화면에 써 놓기도 했다. 보고 느낀 것을 오롯이 종이에 담아내는 것이 선인들이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태도였던 것이다. 이는 현대의 우리에게 미처 알지 못하는 색다른 감동과 멋을 전해준다. 그리고 여기 한국화의 처음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실경산수화의 매력에 빠져볼 기회가 있다.

 

<단발령망금강산도斷髮嶺望金剛山>, 정선, 조선, 1711년,

비단에 색금강산을 처음 여행하고 제작한 화첩의 한 장면으로 단발령에서저 멀리 금강산을 바라보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석파정도石坡亭圖 병풍> 이한철, 조선, 1860년, 면에 색

한양 석파정을 중심으로 그 일대 지역을 8폭 병풍에 파노라마식으로 펼친 작품

실경산수화가 눈앞에 펼쳐지다

계절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에는 고려 말부터 조선말기까지 국내외에 소장된 실경산수화 36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화가가 경험한 실제 경치가 어떻게 그림으로 옮겨졌는지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뒀고, 화가의 창작과정을 따라가며 화가의 시선과 해석을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붓과 종이를 챙겨 길을 떠난 화가는 남다른 시선으로 산수를 바라보고 이를 새롭게 해석해 화폭에 담는다. 화가가 직접 보고 경험한 실경이 어떻게 그림으로 옮겨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그림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며, 그림 속 화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조선의 화가들이 표현한 우리 땅 곳곳의 아름다움은 무엇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그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영감과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해동명산도첩海東名山圖帖》 중 <만물초萬物草>, 김홍도, 조선, 1788년경, 종이에 먹

정조의 명으로 금강산과 영동지역을 유람하고 그린 초본. 능숙한 필법으로 그린 각 장소에서 현장감이 느껴진다

조선의 화가들과 함께 산수를 누비다

우리 실경산수화의 전통은 고려시대로 올라가지만, 그 제작이 활발했던 것은 조선시대였다. 선비들의 유람문화는 실경산수화의 발달의 원동력이었다. 유람에서 만난 빼어난 경치를 노래한 문학작품을 통해서 특정 장소가 명승지로 알려지고, 화가들은 그런 명승을 찾아 현장에서 받은 인상을 우리식으로 표현했다. 이로써 조선 산천에 걸맞은 실경산수화가 무르익어 갔다.

여행에서 돌아온 화가는 초본과 기억을 바탕으로 실경산수화를 그려나갔다. 화가는 거대한 산수를 2차원 평면에 옮기기 위해 구도를 고민하고, 경관을 바라보는 시점을 선택하고, 부채나 두루마리, 병풍과 같은 화면 형식에 알맞도록 경치를 마름질했다. 금강산은 가장 인기 있는 명승지이자 실경산수화의 소재였다. 화가들은 산과 계곡, 바다가 어우러진 실경을 제각기 재단해 여러 장면으로 담아냈다.

전시장 한 편에 “어느 진경을 그렸는지 알 수 없기에, 같은지 다른지는 말할 것이 못 된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같은 장소라도 화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다양하다. 산과 물의 풍경은 같은 것이지만 화가의 시선에 포착된 단면은 화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었고, 그 순간 화가의 붓 끝을 통해 현재의 우리와 조우한다.

《송도기행첩》 중 <영통동구靈通洞口> 강세황, 조선, 1757년, 종이에 색

송도(개성)를 기행하고 제작한 화첩. 채색과 투시법 등 서양화법을 적용한 실험적인 그림이 포함됐다

영남기행첩》 중 <극락암極樂菴>, 김윤겸, 조선, 18세기 후반, 종이에 엷은 색

영남지역을 기행하고 사생을 바탕으로 그린 화첩. 다양한 시점을 통한 경물배치와 수채화와 같은 채색이 뛰어나다

실경을 뛰어넘다

실경산수화라고 해서 화가가 포착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가는 실경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생각과 개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실경을 변형하거나 붓 대신 손가락으로 그려 감흥을 표출했고, 서양의 투시도법을 시도하기도 했다. 유람을 추억하며 그린 산수화는 실경과 닮지 않았더라도 화가의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그림 속 우리 강산이 그토록 경이로운 것은 자연을 바라보고 사유하며 끊임없이 실험했던 화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가들의 치열한 구상과 예술적 실험 끝에 완성된 실경산수화는 우리 땅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진경산수화로 잘 알려진 정선이나 김홍도뿐 아니라 고려시대의 노영, 한시각, 김윤겸, 김하종, 윤제홍 등은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강산을 바라보고 각자의 방식으로 실경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오다연 학예연구사는 “옛 화가들이 그렸던 우리 강산 그림은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큰 감동을 준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화가가 여행길에 느꼈던 설렘, 대자연 앞에서 느꼈던 감동, 그리고 창작 과정에서의 고뇌와 재미, 완성작에 대한 환희에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우리 산수의 아름다움을 안내하는 실경산수화의 매력과 변화하는 계절의 정취를 함께 누려보기를 권한다.

 

《해악전도첩海嶽全圖》 중 <백운대> 김응환, 조선, 1788~9년, 비단에 색

정조의 명으로 김홍도와 금강산을 유람하고 그린 화첩. 화원 김응환만의 거침없는 필치와 감각적인 채색이 돋보인다

《해산도첩海山圖帖》 중 <해금강> 김하종, 조선, 1816년, 비단에 색

내외금강산 및 관동지역을 유람하고 그린 화첩. 다양한 구도와 선원근법이 구사된 세련된 화풍

 

■◾ 특별전 전시 개요
o 기 간 : 2019년 9월 22일(일)까지
o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
o 전시품 : 정선, 김홍도 등의 실경산수화 360여 점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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