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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물질의득과 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09.10 10:00
  • 호수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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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요소로 도구의 사용을 드는데,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기술이 될 것이다. 인간의 영리함이 만들어낸 기술은 인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기술을 바라보는 시선은 항상 양면이 존재한다. 인간번영의 초석으로서 그것을 만들고 사용해야 함은 인류의 숙명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건강과 환경파괴의 원인으로서 엄격한 통제를 요구하는 측이 있다. 그 한가운데 있는 나노 물질은 기술이 인간에게 유용할지 해가 될지에 대한 우리의 현명한 사용과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원자 단위의 정밀한 조작이 가능한 시대

인간의 기술은 보다 정확하고 정밀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 단위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 대략 원자 3~4개 크기로까지 작아졌다. 원자나 분자 정도의 작은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제어하거나 그 성질을 측정해 규명하는 것이 나노기술이다. 나노(nano)는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했고, 1나노미터(nm)는 10억 분의 1m에 해당한다.

현재의 나노기술은 원자 혹은 분자를 적절히 결합시켜 새로운 미세구조를 만들어 기존 물질을 변형하거나 개조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는 큰 덩어리를 잘게 잘라내는 방식으로 깎아내 나노 크기로 만든다. 그런데 물질의 크기를 계속 작게 깎아나가다 보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구리와 같이 불투명한 물질은 투명하게 변하고, 알루미늄과 같이 안정된 물질은 불꽃으로 타버리는 식이다. 라텍스 같이 평상시에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물질이 독성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건강과 환경에 이익과 위험 모두를 가져다준다. 이익의 측면에서 보면, 나노기술을 통해 우리는 몸의 특정기관을 타깃으로 하거나 몸 전체에 분산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약을 만들 수 있다. 또 물질의 크기를 아주 작게 하면 표면적이 커지면서 화학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이용하는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다. 살균력이 뛰어난 은나노 세탁기, 주름살을 없애준다는 나노화장품, 나노분말을 이용해 흡수속도를 높여 약효를 증강하려는 시도도 모두 그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나노물질은 세포막을 쉽게 통과해 생체 내로 유입될 수 있고, 물리화학적 특성 등이 기존 물질과 달라 유해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등 잠재적 독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나노물질은 혈액을 통해 다양한 조직에 침투 축적돼 심혈관계 질환 및 기관, 조직, 뇌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미 나노기술의 제품 적용이 본격화되고 시중에 다양한 제품이 유통되면서 이러한 나노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피부와 직접 접촉하는 화장품 등에 포함된 나노물질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노출될 수 있고, 영유아는 상대적으로 위해도가 높아 나노제품의 안전성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나노물질에 대한 제도 미비

현재까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나노물질에 대해 특정하게 제정된 법률은 없어, 결과적으로 그 위험은 충분히 설명되거나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또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적절한 측량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외로 환경을 고려한 나노물질 분야의 화학적 안정을 규제하는 법 제정 필요성이 제시된다.

현재 유럽연합은 나노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나노기술 적용 제품이나 원재료로 사용된 나노물질들을 목록화하고 주기적으로 갱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수 유통되고 있는 나노제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나노물질 함유제품이나 나노기술 적용 제품에 대한 목록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의 2017년 12월 발표에 의하면, 국내 3대 오픈마켓(11번가, 옥션, G마켓)의 나노제품 유통실태를 조사한 결과, 약 4만~6만여 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고, 특히 인체와 직접 접촉하는 식품, 화장품은 각각 20여개, 100여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나노 식품(5개), 나노 화장품(10개)를 대상으로 안전성 평가자료 구비 여부를 확인한 결과, 식품 5개 중 4개, 화장품 10개 중 7개 업체는 안전성 관련 자료를 구비하지 않고 있었던 것을 확인됐다.

이처럼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관리하고 있는 국내와는 달리 유럽연합은 살생물제, 식품, 화장품 출시 전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제품의 원료성분명 뒤에 ‘나노(nano)’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연합과 국내에서 판매 중인 동일 화장품임에도 유럽연합 판매제품은 원료성분명 뒤에 ‘(nano)’가 표시돼 있으나, 국내 판매제품은 표시되지 않는 등 국내 소비자는 알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관련 제도가 미흡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나노식품과 화장품이 유통될 수 있고, 나노물질이 포함된 제품도 업체가 자발적으로 표시 광고하지 않으면 실증조차 쉽지 않다.

 

환경영향 연구 필요성 제기

위험의 평가를 위해서는 나노재료의 위험 가능성에 대해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그들의 환경에서의 확산과 거동을 파악하고 이것의 결과를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나노물질이 함유된 합성세제, 세정제, 코팅제 등 생활화학제품의 사용과정에서 환경 중으로 노출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그것을 흡수한 땅속 식물을 사람과 동물이 섭취한다면 생태계 자체에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

독일연방환경청에서 낸 환경에서의 나노물질에 대한 보고서에 의하면, 시장에서 대부분의 나노물질은 무기물로 생물학적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존속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나노물질과 환경에서 그들의 복잡한 거동을 고려하기 위해선, 단기간 노출 후 독성을 평가하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다양한 무척추동물로의 장기적 영향은 제한된 나노물질에 대해서만 연구돼 왔고, 토양 및 침전물에 서식하는 유기체에 대한 나노물질의 독성영향은 그 방법론적 어려움 때문에 알려진 바가 적다. 보고서는 나노물질의 환경적 노출을 평가하기 위해선, 다양한 형태의 제품과 응용에 대해 고려하고, 생산, 사용, 운반, 재활용, 그리고 폐기에 이르는 주기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나노물질에 대한 법률은 이들의 거동과 영향에 대해 고려해야 하고, 그 노출과 응용분야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적절한 평가를 보장하고, 나노기술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뢰를 유지시키며, 법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방조치 마련돼야 대중화될 것

여러 우려에도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나노기술을 미래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속적으로 나노기술 연구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나노산업 또한 크게 성장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나노안전성 연구에 의하면 2015년 나노물질 유통량조사에서 국내 나노물질 유통량은 2011년 32만 2000톤에서 2014년 587만 8000톤으로 나노물질 및 함유제품의 유통량이 약 18배 증가했다. 때문에 나노물질이나 나노기술 적용 제품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법률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국내는 나노물질 안전관리를 위해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범부처 협의를 통해 제1차 및 제2차 나노안전관리 종합계획을 수립 및 이행하고 있으며, 환경부에서는 나노물질과 나노물질 함유제품 관리를 위한 관련 법령이 마련돼 있으나, 관리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추가적인 제도화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노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를 열고 있다. 우리가 나노기술을 도구로써 제어하려면 기술의 개발과 대중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기술이 낳을 수도 있는 결과에 대한 예방 방침이 없는 경우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직은 직접 피해를 끼친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끊임없이 기술에 대한 예방방침을 취하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노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조치가 마련됐을 때에야 대중들은 나노기술을 받아들일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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