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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결과를 낳는 화학사고, 예방만이 답이다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09.10 10:04
  • 호수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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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물질을 취급하는 공정에서 관리 소홀 및 설비 결함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화학사고라고 한다. 화학물질에 의해 화재, 폭발, 누출 등의 위험이 있는 화학사고는 발생했다 하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곤 했다. 환경재앙이라 불리는 화학사고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과 제조업체는 예방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 보팔 참사 추모비

인간이 만든 환경 재앙, 화학사고

농약, 화학비료, 염료, 합성 수지 등 화학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화학제품은 각종 산업의 부흥에 이바지했지만 반대로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 환경오염과 함께 화학사고라는 커다란 위험을 가져오기도 했다.

특히 1984년 12월 2일 인도 중부 마디야 프라데시 주 보팔시에서 일어난 ‘보팔 참사’는 이러한 화학사고의 위험성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이다. 보팔 참사는 미국의 농약 제조회사인 유니언카바이드 인도지사(UCIL)에서 유해 화학물질인 메틸 아이소사이안산(methyl isocyanate, MIC) 가스가 누출되면서 발생했다.

사고 당일 밤 메틸 아이소사이안산 가스 42톤이 유출됐고, 유해가스는 바람을 타고 잠들어있던 주민들을 덮쳤다. 주민 60여만 명 농약의 원료에 노출됐고, 곧바로 3878명이 가스를 흡입하고 숨졌다. 이후 화학물질에 노출된 후유증을 앓다가 사망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약 1만 50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끔찍한 참사였다.

뿐만 아니라 보팔 참사의 화학물질은 토양과 지하수도 오염시켜 33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공장 주변은 폐허로 남아있으며, 생존자도 정신적 피해와 기형아 출산 등의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대형 참사를 일으킨 유니언카바이드는 다우케미컬에 인수됐고, 사고 발생 후 5년이 지나서야 인도 정부에 4억 7000만 달러를 배상액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돌아간 배상금은 1인당 550달러에 불과했다.

화학사고의 최악의 사례인 보팔 참사가 누출에 의한 사고라면, 2015년 텐진항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폭발에 따른 화학사고이다. 2015년 8월 12일 오후 11시 36분 경 중국 톈진 빈하이 신구의 톈진항 컨테이너 산적소에서는 30초 간격으로 두 차례의 커다란 폭발이 발생했고, 수차례의 작은 폭발이 이어졌다. 중국 언론과 외신에서는 첫 폭발은 TNT 3t급 규모이며 두 번째 폭발은 21t 규모라고 전했다. 이 폭발사고로 총 173명이 사망했으며, 797명 부상(58명 중상자 포함), 8명이 실종됐다.

사고 발생 초기에 중국 정부는 ‘폭발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산업사고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국영방송사는 초기 폭발 사고는 위험 물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물류회사인 ‘루이하이 물류회사’가 소유한 공장 창고에 저장된 알 수 없는 유해물질이 담긴 컨테이너가 폭발해 일어난 것이라고 인정했다. 텐진항 폭발 사고가 화학 사고로 밝혀지면서 폭발이 발생한 창고에 저장돼 있던 유해물질의 양과 종류를 모르는 관계로 소방 활동이 중단됐고, 화재는 다음날 까지 지속됐다.

중국 정부는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외신의 취재를 거부했고 미디어를 검열했으나, 폭발 당시 인근 지역의 영상과 사고 발생 이후 사진들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사건의 심각성과 함께 화학사고에 대한 공포를 되새기게 했다.

 

안전지대 아니었던 국내

이처럼 대형 화학사고는 수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유해물질로 인한 환경오염, 막대한 재산피해 등을 동반한다. 그리고 이러한 화학사고는 해외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학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한 바 있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2년 9월 27일 경북 구미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야외작업장의 불산탱크로리에서 공장 내로 플로이린화 수소(불산가스)를 주입하던 도중 밸브가 열리며 10톤의 플로오린화 수소(불산가스)가 누출된 화학사고이다.

사고 직후 불산 가스를 흡입한 노동자 5명이 사망했으며 방호복을 입지 않고 출동한 소방대원과 작업원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불산가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화제 살포가 시급했지만 소방관들은 불산 취급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사고 발생 후 3시간 50분 동안 물을 살포해 피해를 키우고 말았다.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맹독 가스는 바람을 타고 인근으로 퍼져나갔다.

인근 주민과 공장직원들이 호흡기 질환 등의 피해를 호소했고, 농작물이 누렇게 시들어버리고 가축들이 가스 중독 현상을 보이는 등 피해가 커졌다.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작업하던 도중 발생한 이 사고는 화학사고에 대한 무지한 대응으로 피해를 키운 전형적인 인재로 기록됐다.

구미불산 누출 사고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두산 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비롯해 피해 신고자만 6509명(사망자 1431명)에 이르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건, 염소가스 누출로 6명이 사망한 2015년 한화캐미칼 공장 사고, 2015년 황산, 2018년 이산화 탄소 누출 사고가 발생했고, 많은 노동자들이 폐암이나 백혈병에 걸려 논란이 됐던 삼성 기흥반도체공장, 2018년 인천 이레화학공장 폭발 사고 등의 화학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아깝지 않은 화학 안전

과도한 규제가 아니다

화학사고가 반복되자 국민들의 화학사고에 대한 우려와 화학물질 알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구미 불산누출 사고를 계기로 2015년 당시 정부는 기존의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을 개정해 화학사고에 대한 안전 의무를 대폭 강화했다.

화학사고 때 사업장 주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장외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했고, 사고 대응 시나리오와 응급조치 계획 등을 담은 위해관리계획을 마련하도록 명령했다. 정부는 각 기업이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5년간의 유예기간을 줬고, 유예기간은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에 화학제조기업들은 화학물질 취급량이나 보관량을 공개하고 있으며, 화학사고에 대한 예방을 강화하고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화학사고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국내 화학사고는 조금씩 감소세에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113건이나 됐던 화학사고 발생 건수는 2017년 87건, 2018년 66건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는 화관법 개정 및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화학안전에 대한 주의를 기울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소방차 한 대를 전소시키고 화재대응 3단계까지 발령됐던 인천 이레화학공장 폭발사고와 지난 5월 독성 유증기 유출로 600여명의 주민과 직원이 치료를 받아야 했던 한화토탈 대산공장 사고 등 화학사고는 잊을 만하면 발생해 우리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이런 화학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화관법의 강화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레화학공장 폭발 사고 당시 정부는 국내에 제조·수입되는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고유식별번호(화학물질확인번호)를 부여하고, 혼합·보관·판매 등에 이르기까지 이를 표시·관리하는 ‘화학물질 이력추적관리제도’를 도입했으며, 한화토탈 대산공장 사고 이후 환경부는 화관법 전담반을 구성해 현행법상 화학사고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 등 화관법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화관법이 적용될 경우 사고시 10년 이하의 금고형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화학사고의 기준이 모호하고 불확실해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들은 이 허점을 이용해 화관법의 대상에서 벗어나곤 했다. 이에 환경부는 화학사고에 있어 대상 물질과 의도성, 장소 등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고, 화관법을 적용하는 범위에 대해서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화관법에 규정된 화학물질 44종을 제외한 유해화학물질의 경우 5리터 또는 5㎏을 초과해 유출·누출되면 즉시(15분 내) 신고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화학물질이 유출·누출시 즉시 신고하는 것으로 변경한다. 현재 규정은 신고의무자가 유출·누출된 화학물질이 화관법 대상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그런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고 오히려 은폐하려는 시도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학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법령과 규정은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에 기업들은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화관법이 강화되면서 입지도 좁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제에 맞춰 설비를 개선하고 강화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발생하는 순간 커다란 피해를 입히는 화학사고이기에 예방을 강화하는 조치는 당연하다. 화학사고에 있어서 만큼은 안전과 예방이 계속 강조되고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특히 화학사고를 경험한 대기업의 경우 화학사고를 재연하지 않도록 예방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역시 강화되는 화관법과 규제의 완화를 주장하기보다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안전 컨설팅과 개선 자금 지원 등의 지원책을 강화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실제 환경부는 기존 시설이 강화된 안전기준을 지킬 수 없는 경우, 기업이 내놓은 대안을 심사해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평가되면 특례를 인정하는 보완책을 내놓은 한편, 중소기업 등이 화관법 기준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안전 컨설팅이나 개선자금 지원 등 지원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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