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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생활주변 방사선의 공포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09.10 10:06
  • 호수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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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라돈 검출 논란이 키우고 있는 라돈 포비아

지난해 5월 발생한 라돈침대 사건은 국민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렸다. 안전하고 건강에 좋다고 믿었던 고급 침대가 우리를 방사선에 노출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잊을 만하면 라돈 검출 소식이 들려온다.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 생활주변 방사선 논란,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생활주변 방사선 라돈을 알린 ‘라돈침대 사건’

2018년 5월 한 소비자는 보급형 라돈(Rn) 측정기를 시험작동을 위해 자신이 사용하는 침대에 가져다 댔다. 그러나 시험삼아 작동시킨 측정기를 보고 소비자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실내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620베크렐의 라돈이 측정됐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라돈이 나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는 이 사실을 한 방송사에게 제보했고, 우연히 발견한 라돈 침대의 충격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지난해 보건환경을 뒤흔든 라돈침대 사건이 시작된 순간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최초 라돈이 검출된 것은 유명 침대 제조회사인 대진침대가 만든 매트리스였다. 대진침대에 함유된 음이온 파우더에서 사용된 원료 ‘모자나이트(희토류 광물)’ 가루에서 방사선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대진침대의 음이온 파우더나 모자나이트는 2007년과 2011년 각각 온돌침대와 벽지에서 방사선이 검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라돈 침대 파문은 논란으로 그치지 않았다. 파문을 키운 것은 방송 이후 사건을 조사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발표였다. 원안위는 2018년 5월 10일 라돈 검출 논란을 일으킨 대진침대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원안위는 대진침대 모델 9개에 대해 매트리스 속 커버를 조사한 결과 라돈이 검출되긴 했으나 그 농도가 환경부 권고 기준(1m3당 200Bq)보다 훨씬 적은 1m3당 58.5Bq였고, 방사능으로 인한 피폭량은 연간 최대 0.15mSv로 안전 기준치(1mSv)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 15일 2차 조사 결과에서 원안위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일부 모델에서 라돈 피폭량이 기준치의 최대 9.35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1차 조사 결과를 뒤집었다.

1차 조사 때는 문제가 된 모나자이트가 포함된 속 커버만 조사했으나, 이후 매트리스 스펀지에서도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것이 확인돼 2차 조사에서는 스펀지까지 추가 조사하고 호흡을 통해 유입되는 내부 피폭까지 합산하면서 방사선 피폭량이 늘어났다는 것이 원안위의 설명이었다. 이에 원안위는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 수거 명령 등의 행정조치를 취했고, 정부는 우체부까지 동원해 라돈 침대 매트리스 수거에 나섰다.

오락가락 하는 원안위의 발표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특히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소문과 함께 침대뿐만 아니라 건강팔찌·목걸이·벽지·생리대·화장품 등의 상품에 모자나이트와 같은 성분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리고 국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처럼 대진 침대에 이어 지난해 7월 유명 가구 브랜드 까사미아의 매트리스를 비롯해 최근 포스코건설의 송도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라돈 검출 문제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라돈측정기 무료대여서비스, 그러나 대여문의가 많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사진 군포시)

만연한 라돈 포비아, 생활주변 방사선의 위험

침대를 시작으로 베개, 온돌매트, 생리대, 의료기기 심지어 아파트에서까지 라돈이 검출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라돈 논란에 국민들은 라돈 공포를 느끼고 있다. 라돈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지자체의 경우 라돈 측정기를 구매해 대여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신청자가 몰리면서 라돈 측정기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국민들은 자신의 돈으로 라돈 측정기를 구매해 검사하는 지경에까지 몰렸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라돈은 토양, 암석, 물 등 자연 중에 존재하는 라듐이 핵분열할 때 발생하는 무색·무취의 기체로 호흡을 통해 체내에 유입돼 기관지 등에 붙어 방사선을 방출한다. 다행히 반감기가 긴 라돈은 호흡 중 대부분 방출되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내부 피폭이 일어날 위험이 높아진다. 기체인 라돈은 실내 유입이 쉬운 편인데 실내에 들어오는 양보다 방출되는 양이 적다면 우리 몸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특히 WHO는 전 세계 폐암 발생 3~14%를 라돈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흡연 다음으로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세계 각국은 라돈을 관리 대상 물질로 정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환경선진국은 자연방사선에 대한 정보 공개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방사선방호법령(10CFR, Code of Federal Regualtions)에 규정돼 있는 외국 또는 자국의 검토결과에 기초해 설정한 기준에 근거해 자연방사성물질의 종류 또는 존재 형태에 따라 개별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거래시 라돈의 농도를 밝히고 있으며, 대기오염, 음료수 등에 라돈, 우라늄 등 생활방사선 개별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 역시 각국마다 생활방사선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건축물 관리 대상에 라돈을 필수 체크 요소로 지정하고 있다. 자연방사성 물질에 대한 법률과 담당 부서를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 원전 등에서 발생하는 인공방사선의 경우,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의거해 관리되고 있으나, 광물자원, 우주 및 지각 등에서 발생하는 자연방사선을 관리하는 법이 부재했다. 그러던 중 2007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음이온 제품들의 방사선 유출 문제가 계속돼 2009년 관계부처 협의와 입법예고를 거쳐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제정이 추진됐고, 해외 선진국보다 뒤늦은 2011년 7월 25일 제정 및 2012년 7월 26일에 시행됐다. 그로부터 7년 후 법은 허점을 드러냈다.

라돈 침대 사건 이후 발생한 라돈 검출 논란 때마다 생활방사선 관리·규제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천연 방사성 원료물질과 그것을 이용한 가공제품의 방사선 문제에 대응은 원안위가 맡는다. 그러나 건축물의 라돈은 국토교통부, 실내 공기의 질과 먹는 물의 라돈은 환경부, 사업장의 방사선 문제는 고용노동부, 학교의 라돈 문제는 교육부가 맡는다. 온열매트, 생리대 등 의료기기나 의약외품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제대로 관리가 이뤄질 수 없다. 논란이 발생하면 검사하고 처리하는 데 급급한 수준이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WHO 실내공기질 가이드라인 2012년 조사에서 우리나는 라돈 적색국가로 세계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 라돈의 사망자 중 99%가 주택에서 라돈에 노출돼 있으며, 국내 연평균 실내 라돈 농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1.4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들의 라돈 포비아 역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라돈에 대한 공포를 알린 음이온 매트리스(사진 무관)

라돈 침대 파문 후 1년, 무엇이 달라졌나

라돈 침대 파문은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그리고 허점이 드러난 국내의 생활주변 방사선의 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라돈 침대 파문 발생 후 1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난해 11월 정부는 라돈 침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원안위는 모나자이트와 같은 방사능 원료물질의 수입·판매부터 이를 사용한 가공제품의 제조·유통까지 생활방사선 제품의 모든 과정을 엄격히 관리할 것을 예고했으며, 이를 위해 현재 원료물질의 수입자·판매자에게만 적용된 등록제도를 확대해 가공제품의 제조업자·수입업자까지 확대 적용하도록 조치했다. 원료물질은 등록업체 간에만 거래를 허용하고, 원안위는 원료물질 및 가공제품이 취득·판매 현황을 보고하도록 해 유통현황을 철저히 확인할 것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침대·마스크 등 신체에 장시간 밀착돼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방사능 원료 물질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원안위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활방사선법)’을 올해 1월 공포했으며, 지난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라돈에 대한 소식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라돈 대책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수거된 라돈 침대의 처리 방안과 보상 문제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잡음도 들려오는 상황이다.

이처럼 생활방사선에 대한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는 현재 진행형이다. 법률안을 개정하고 정부는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뤄진 것이라곤 생활 밀착형 제품에 방사능 원료 물질을 금한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는 사이 매월 라돈 검출 논란이 발생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검출기를 구매하거나 환기 및 공기청정기를 통해 생활방사선을 환기시키는 방법 외에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것이라면 다가오는 국정감사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8일 ‘2019 국정감사 이슈 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그동안 이슈가 됐던 생활방사선 라돈 규제를 주요 이슈로 전망했다. 라돈침대 사건의 전말과 향후 처리 방안을 비롯해 생활방사선 규제 및 정보공개, 생활주변방사선 종합정보시스템 활용성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라돈에 대한 공포를 해소하고, 라돈 검출 사태가 근절될 수 있는 규제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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