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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영원한 봄은 실현 가능할까? / 오브라 아키텍츠의 기후교정 실험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10.10 09:40
  • 호수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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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초대형 파빌리온으로 설치된 오브라 아키텍츠의 <영원한 봄>

21세기의 가장 큰 지구적 화두는 기후다. 모든 환경문제의 시작이자 맺음의 중심에 기후변화가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바람은 안락한 삶을 보장해줄 따뜻한 봄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우리는 화합하기도 하고 갈등을 빚기도 하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재시작을 다짐하기도 한다.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영원한 봄은 과연 현 세기 안에 가능할까. 분명한 것은 그것이 가능치 않다면 남는 것은 파국일 뿐임을 수많은 데이터들이 경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오브라 아키텍츠는 이러한 인류의 바람을 밀도 있는 건축작품을 통해 한국의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주어진 과제: 인공적인 기후교정

서울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 중인 오브라 아키텍츠(제니퍼 리, 파블로 카스트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120㎡ (약 36평) 초대형 파빌리온 온실, <영원한 봄>을 전시 중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파빌리온을 덮은 투명 반구체들이다. 현대의 건축물이 갖는 낭비적인 요소들을 배제한, 필요한 최소한만을 담아낸 듯한 독특한 생김새의 이것은, 빛을 들여와 실내를 환하게 밝히고 봄의 온도 유지를 위해 최적화된 구조로 고안됐다. 가을과 겨울 이뤄지는 전시기간 동안 온도 항상성을 유지하는 온실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의 변화와 빛의 변화가 실내로 그대로 투영돼 하루 중 대부분을 닫힌 구조물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자연의 흐름 속으로 초대한다.

파빌리온은 태양광 패널과 배기 송풍기,알루미늄 호일 커튼, 바닥에 고르게 따뜻함을 전달하는 온돌 등의 시스템을 사용해 인공적으로 기후를 교정하는 기계처럼 작동한다. 이렇게 날씨의 변화에도 대중이 편안하게 올 수 있도록 조성된 이 공간에는 세계적 기후와 환경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는 시각적 장치도 제공된다. 작품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가는 기후교정이 모두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있고 또한 환경 개선을 위한 우리 모두의 사회적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시기간 동안 작가가 개설한 웹사이트(perpetualspring.org)를 통해 시민이 직접 프로그램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또한 그러한 의도가 담겼다. 오브라 아키텍츠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을 위한 기술적 개선을 우리가 어떻게 함께 이뤄갈 수 있을지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균등한 영원한 봄

오브라 아키텍츠는 오늘날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르는 기후변화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화두와 함께,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작품명에서 전해지듯, <영원한 봄>은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해 온 인류 역사가 ‘프라하의 봄’, ‘아랍의 봄’ 등으로 불리는 시적인 은유에서 착안했다. 작가는 현재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경제 시스템이 소수의 이득을 위해 다수의 노력을 모으고 있다면, 기계는 우리의 작업방식을 역사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결정적 요소이며 우리에게 노동의 낭비로부터의 구원을 약속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흔히 말하는 ‘모더니티’는 자신의 시간에 관한 통제, 노동에서 벗어난 자아실현, 그로 인해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기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탁월한 도구이지만, 소수의 소유였던 탓이라고 작가는 보았다.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인 기계로 디자인된 <영원한 봄>은 궂은 날씨를 만드는 진짜 변수를 찾아 이를 기초적인 방법으로 수정하는 소박한 공간이자 상징적인 의식을 위한 장소이며, 기술을 향한 모두의 노력이 담긴 공간이다. 그동안 우리가 두려움에 휩싸여 개인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모두가 공유하는 기계에 대한 정당한 소유권을 빼앗겨 왔다면, 대안적 기술을 위해 모두의 노력을 모아 새로운 기계를 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전한다.

작가는 “우리는 기계를 통해 미래를 그려 볼 수도, 그 미래를 부정할 수도 있다”면서, “무한한 이익 축적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경제시스템이 지금과 같이 제한적인 지구에 배치된다면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한다. 지구가 아프고 우리가 그 질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실이라는 게 오브라 아키텍츠의 생각이다.

자연적인 기후의 변화가 그간 인간사회에 뿌리박힌 불공정함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는 기폭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타개할 하나의 대안으로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가져온 기계의 대중화, 대안적 기술의 도입이 실제 현장에서 영원한 봄을 가져올 수 있을지, 이 하나의 상징적 실험을 통해 엿볼수 있겠다. 전시기간은 2020년 4월 5일까지이며,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행사 프로그램이 함께 제공된다. 

오브라 아키텍츠(Obra Architects)

오브라 아키텍츠는 2000년 파블로 카스트로(Pablo Castro)와 제니퍼 리(Jennifer Lee)가 뉴욕에 설립한 건축사무소다. 대규모 마스터플랜에서부터 가구, 인테리어 디자인, 공공미술까지 다양한 규모와 범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들은 최첨단의 기술을 적용함과 동시에 환경을 고려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파블로 카스트로는 미국 건축가 협회의 원로 정회원이자 로마 아메리칸 아카데미의 로마 프라이즈 선임 연구원이며, 친환경 인증 전문가(LEED AP)이기도 한 제니퍼 리는 구퍼 유니언의 ‘도시 건축분야의 떠오르는 신진 건축가’로 선정된 바 있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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