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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떠나는 자연 여행가을여행지2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10.10 09:50
  • 호수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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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의 실제 모습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하지만 맑고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날씨는 독서만으로 그치기 아까운 정도이다. 이에 독서의 재미를 높이고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선정해 소개해본다.

 

문학 속에서 봤던 명소가 눈앞에?

프랑스 파리의 센강에는 30여개의 다리가 놓여있는데, 그중 많은 사람들이 미라보 다리를 최고의 다리로 꼽는다. 미라보 다리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건축물이 주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프랑스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을 그리워하며 지은 유명 시 ‘미라보 다리’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학에 쓰인 명소는 작품 속에서 느낀 감정을 되뇌고, 작가의 감성을 공유하는 등 색다른 체험을 선물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장소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봉평 메밀밭과 김제평야는 가을에 절정을 이루는 만큼 독서의 계절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지로 제격이다.

매년 효석문화제가 열리는 봉평은 이효석 작가의 대표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장소이다. 효석문화제에서는 백일장과 문학의 밤을 비롯해 메밀꽃밭 체험 등의 행사가 개최되는데, 그중에서도 유명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알려진 봉평 메밀밭은 축제의 백미다.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은 ‘산 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소설 속 구절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전라북도 김제 만경평야 역시 수작의 배경장소이다. 지주에게 착취당하던 소작인들의 한과 일제의 수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만경평야는 일제시대 민중들의 고통과 민중운동사가 담긴 소설 ‘아리랑’의 시작점이자 구심점이다. 현재에는 가을이면 넘실거리는 황금물결을 자랑하는 만경평야는 우리나라 최고의 곡창지로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장소이지만, 소설 아리랑의 저자 조정래 문학비와 아리랑 문학관은 아픈 역사와 민중의 설움을 감추고 있는 장소로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소설이나 시 등 문학의 주제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은 곳곳에 존재한다. 그러한 장소들은 명소로 거듭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 ‘토지’의 주요 배경지인 하동군 평사리의 최참판댁 (사진 하동군)

문학, 여행지가 되다

아름다운 작품의 배경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자 작품 속에 존재하는 것들 현실로 옮겨 재구성한 명소도 등장해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소설로 시작해 영화로까지 전세계인에게 사랑받은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주제로 한 영국 런던의 ‘해리포터 스튜디오’와 뉴질랜드 ‘호비튼’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소설의 실사화를 성공시킨 사례인 해리포터의 세트장과 소품 등을 망라해놓은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런던을 대표하는 여행지로 거듭났으며, 해리포터를 보지 못한 세대에게까지 공감대를 유지하며 사랑받고 있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호빗족이 거주하는 마을을 재현한 호비튼은 뉴질랜드 특유의 자연과 함께 판타지한 집과 구조물, 소품 등으로 색다른 여행지로 다시 태어난 바 있다.

이처럼 소설이나 시 등의 문학작품 속에 존재하던 가상의 배경을 현재로 옮겨 놓은 공간은 우리나라에서도 존재한다. 경남 하동군 평사리의 최참판댁이 대표적이다. 19세기 말부터 해방까지 최참판댁 가족사를 담은 국내 장편소설 故박경리 작가의 ‘토지’의 최참판댁을 구현해 놓은 곳으로, 박경리 작가가 작고한 2008년 소설 속에 실존하는 하동군 평사리에 준공을 시작해 완성한 곳이다. 14동의 한옥으로 구현된 최참판댁은 섬진강과 지리산, 악양 평사리 들녘 등의 자연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이와 함께 드라마 ‘토지’의 세트장과 민속문화체험관이 함께 구성돼 있고 매년 문학 체험이 열리는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호평을 받고 있다.

전라북도의 남원시 역시 문학으로 사랑받는 도시로 유명하다. 남원은 ‘춘향전’, ‘흥부전’의 고전과 함께 역사상 최초 소설이라 불리는 김시습의 금오신화와 故최명희 작가의 ‘혼불’의 시작점으로 알려져 있다. 남원시 역시 이를 잘 활용해 곳곳에 명소를 관리하고 있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사랑을 나눴다는 광한루원, 금오신화 중 ‘만복사저포기’의 배경이 된 만복사지, 소설 ‘혼불’을 주제로한 혼불 문학관, 혼불의 배경지인 노봉마을과 서도역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문학을 전하고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 평창군 봉평면의 메밀꽃

이외에도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속 마을을 재현한 경기도 양평의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 ‘봄봄’, ‘동백꽃’ 등 농촌소설을 통해 해학과 향토성을 표현한 소설가 김유정을 기념하는 강원도 춘천의 ‘김유정 문학촌’, ‘어린왕자’, ‘야간비행’ 등으로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작가 생텍쥐페리를 기념하는 경기도 가평군의 쁘티프랑스의 ‘생떽쥐베리 기념관’ 등 작가나 작품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는 전국 곳곳에 존재한다.

독서를 하기도 여행하기도 좋은 가을, 문학을 주제로 한 공간을 찾아 마음의 양식과 함께 지식을 쌓고, 또 여행의 재미까지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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