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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이라고 해서 다 귀한 것은 아니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10.10 11:35
  • 호수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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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리아

보통 생태계에서 다양성은 가장 우선되는 가치 중 하나로 여겨진다. 생물은 살아 있는 것으로서 소중한 것이며, 다양성을 이루는 것 자체가 생물의 다른 이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 환대받지 못하는 생물들이 더러 있다.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돼 악성으로 치부되는 종들이다.

 

돼지풀

악성외래종의 출현, 생태계를 교란하다

생태계교란종하면 먼저 떠올려지는 종으로 뉴트리아가 있다. 수달과 흡사하나 뒷발에 물갈퀴가 있고, 다갈색, 흑갈색, 흰색 등 다양한 색이 섞여 있어 마치 큰 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천이나 저수지의 수변부나 해안에 주로 서식하는 이 종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지정하는 세계 100대 악성외래종 중 하나다.

토종 생태계에 침입 후 빠르게 개체수를 증식해 나가며 생태계 균형을 교란시킨다. 국내에서는 주요 습지와 낙동강변 등 하천에서 수생식물을 먹어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며 습지 정화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뉴트리아는 서식지 인근의 작물을 먹어치워 경제적 피해를 가중시키기도 해 정부에서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퇴치하려는 종이다.

유럽,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뉴트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영국에서는 1989년 뉴트리아를 완전 퇴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당초 불가리아 등에서 1980년대 후반 모피용으로 국내 농가에 도입했으나 사육 포기 등으로 일부 개체가 국내 생태계에 방출된 후 강한 생명력으로 농작물 피해나 생태계 교란을 발생시켜 2009년부터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환경부 장관의 허가 없이 생태계교란 생물인 뉴트리아를 사육 유통하는 것은 금지되며,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는 2023년까지 뉴트리아 완전 퇴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당국은 뉴트리아뿐 아니라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등 국내 생태계에 이미 정착해 피해를 주고 있는 20종은 ‘생태 계교란 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고, 생태계에 피해를 일으키는 외래생물 중 국내 생태계에 정착하지 않은 피라냐 등 98종은 ‘위해우려종’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이들 생태계교란 생물은 IUCN 침입외래종, 외국에서 피해를 유발한 종 등을 대상으로 지정되고, 현재 붉은배과부거미, 미국가시폴 등 200여종을 유입주의 생물로 지정절차를 진행 중이며, 향후 1000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불가사리

무분별한 도입, 이미 훼손된 생태계가 교란종을 부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생태계 교란은 무분별한 외래종의 도입이 큰 원인이 됐다. 뉴트리아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죽과 고기를 얻기 위해 미국에서 들여와 사육하던 동물이었다. 하지만 개체수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농작물을 훼손하고 습지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8년 위해성 1등급을 받은 미국가재가 애완동물 가게나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거래되며, 전북,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아직 미국가재에 대한 생태계교란 생물 지정이 완료되지는 않았으나, 발견지역에 대해 모니터링과 퇴치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당국은 지정이 완료된 이후에는 애완동물 가게,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이뤄지는 미국가재의 수입 등에 대해 철저하게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외래생물을 도입하기 전에 보다 정확한 서식지와 생태계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을 원래 살던 곳에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들이다.

식물생태계도 피해는 마찬가지다. 북미가 원산지인 가시박은 국내로 유입된 이후 그 서식 분포지가 확산되고 있으며, 현재에는 국내 거의 모든 하천변으로 퍼져 나가서 자리를 틀고 번창해 우리나라 고유의 토종식물들을 고사시켜 하천변의 토종식생을 단순화시키는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러한 피해는 가시박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애기수영, 서양금혼초 등 생태계교란식물들이 다양한 형태와 양상으로 국내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위협하고 있다.

강이나 바다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극피동물인 불가사리의 경우 바다의 모래펄에 살면서 연근해에 서식하는 피조개, 전복, 홍합 등을 잡아먹는다. 불가사리는 암수의 결합 없이도 생식이 가능하고, 부영양화로 인한 식물플랑크톤의 증가로 바다 속 산소가 희박해짐에도 불구하고 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불가사리의 거의 유일한 천적으로 알려져 있는 나팔고둥은 깨끗한 물에서만 살 수 있는데 나날이 오염돼 가고 있는 바다에서 멸종위기에 놓인 탓에 불가사리는 천적도 없이 급속히 퍼져나가는 무법자된 것이다.

불가사리를 비롯한 생태계 교란종들은 어쩌면 인간이 망쳐버린 생태계의 위험수위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들 생태계 교란종의 무분별한 과다 증식을 막는 일은 천적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생태계 복원이 전제돼야 함을 보여준다.

다양한 생물종이 공존하는 자연의 법칙이 훼손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생물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더는 악성외래종이 우리 생태계를 단순화시키고 외래화 시키지 않도록 우리가 추구하는 생물다양성의 본래 의미와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또 행동에 옮겨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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