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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혀지지 않는 갈등 ‘난민문제’, 모두의 문제가 된다면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10.10 12:05
  • 호수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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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예멘 난민자들로 촉발된 난민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갈등을 키우고 있다. 난민이라는 아직은 낯선 불편한 이슈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전통적 난민문제를 벗어나 지구의 대륙을 좁혀오고 있는 또 다른 불편한 진실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피해자인 난민은 해마다 양산되고 있으나 가해자는 지목할 수 없는 환경파괴로 생겨난 환경난민, 그들은 우리 모두의 미래일 수 있기에 더 근원적인 해법을 찾아나서야 한다.

 

사회이슈가 된 난민문제

전 세계 난민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17년 기준으로 2540만 명에 달한다. 한국도 난민신청자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2017년 12월 말레이시아와 제주를 운항하는 직항편이 시작되면서 제주 무사증제도(관광·통과 목적 무비자로 30일간 체류가능)를 통해 입국해 난민신청을 하는 예멘인이 급증하게 됐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난민문제가 급격히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해 시행해왔으나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난민의 역사가 오래된 서방 국가와 비교해보면 한국은 여전히 난민에 대한 인식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미비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주 예멘 난민이슈는 한국사회에서 난민문제가 타국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인식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난민 유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대규모 난민 유입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눠서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난민이 유입되는 경우 국경폐쇄, 안전한 제3국으로의 이전, 출신국 내 안전지대 설치와 같은 대응을 하고 있지만, 통상적인 경우에는 난민인정심사절차를 통해 난민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으로 인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자로, 출신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돌아갈 수 없어 국제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환경난민들은 국제사회에서 일반 난민들처럼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환경난민은 세계 각지에서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은 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보호받지 못한 채 위기상황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생태파괴로 생존을 위협받는 환경난민

환경난민이란 환경파괴로 인해 생겨나는 난민을 뜻한다.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삼림파괴, 급격한 인구증가로 인한 굶주림, 지구의 사막화, 가뭄·홍수·해일 등 자연현상과 인위적인 생태계 파괴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생겨난다.

특히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논리에 따른 삼림파괴가 심각하다. 사하라사막 남쪽 사헬 지방에서는 1966년부터 1973년까지 대규모 가뭄으로 인해 사하라사막이 100km 남하해 농지 방목지 마을을 휩쓸어 수십만 명이 죽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는데, 조사결과 건조한 토양을 농경이나 방목으로 혹사했기 때문에 심한 가뭄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삼림파괴는 홍수나 가뭄, 토양침식, 기후의 변화까지 초래해 농민들로부터 농토를 앗아감으로써 굶어죽거나 어쩔 수 없이 인근 지역 또는 도시로 몰려드는 난민을 낳기도 한다. 현재까지 환경난민은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대부분 삼림파괴에 따른 사막화와 관련이 있다. 물이 부족하고 사막화가 진행되면 이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물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극심한 물 부족 위기로 떠돌 수밖에 없다면, 섬나라 저지대국가들은 주로 기후변화로 인한 수몰이나 침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몰디브와 같은 저지대 군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전 세계 총량의 0퍼센트 정도로 극미량이지만, 지구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들 중 하나다. 과학자들은 21세기에 해수면이 1미터 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몰디브에게 기후변화는 막연하거나 먼 미래의 재앙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에 위협을 가하는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이다.

이러한 임박한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은 도피처를 찾기 시작하고 있다. 투발루 정부는 환경난민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 특별이민을 요청했으나 전자는 거부, 후자는 태평양 여러 나라로 하여금 노동이민을 확대하도록 해 영어를 구사하는 45세 이하의 사람들을 조건으로 2002년 7월 75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같은 위기에 처한 투발루 인근의 섬나라인 키리바시 역시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주민들이 거주지를 잃을 위기에 처하면 이주를 허용한 국가로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얻고 살게 하겠다는 현실적인 대책을 발표했다.

기후변화는 이들 섬나라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위협을 가할 것이기에, 이보다 더 중요한 생존이슈는 없을 것이다.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최전선을 수호하지 못하면 싸움은 곧 패하고 만다. 만약 세계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섬나라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는 더 이상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속될 것이다.

 

최전선 막지 못하면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달 말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기상이변 등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자연이 성났다. 자연이 전 세계에서 분노로 반격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긴급히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삶 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20년간 자연재해 발생건수가 해마다 배로 늘고 있으며, 사막화, 수질오염,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인구 중 28억 명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홍수, 폭풍우, 가뭄 등에 노출된 지역에 살고 있으며 2020년에는 최대 2억 명 이상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2050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최대 10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후변화는 거의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기후 위기에 가장 신음하고 있는 나라들은 가해의 책임이 크지 않다. 문제는 이런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에 대해 자국의 산업적 이익 때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기후난민에 대한 지구적인 공동 대책 마련에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기후와 환경파괴의 책임이 큰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기후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한 기후난민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서 이들을 위한 이주대책과 난민으로서의 법적보호대책이 국가 간의 상호협조로 이뤄지는 데도 논의를 진척시켜야 할 것이다.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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